"한동훈줌들 분발 좀 해, 개딸보다"... 댓글은 벌써 움직였다
[박현광 기자]
▲ 디시인사이드 홈페이지 게시글 캡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극성팬인 '한동훈줌'으로 추정되는 이는 12월 31일 글을 올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극성팬인 '개딸(개혁의딸)'보다 분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 디시인사이드 홈페이지 게시글 캡처 |
'한동훈줌들 분발 좀 해 개딸보다.'
12월 3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글 제목이다. 이어지는 글은 이랬다.
"개딸은 한동훈(에 대해) 사소한 것 하나하나까지 자기들 커뮤니티 좌빨들 유튜브에서까지 (비판적인) 쇼츠를 만들고 패널들이 분석하고 하는데 분발해라 (한동훈)줌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극성팬층, '한동훈줌(한동훈을 좋아하는 아줌마)'이 등장했다. 과거 흩어져 있던 이들은 올 12월 초부터 온라인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디씨)'를 중심으로 세를 규합하고 있다.
이들은 특정 기사에 댓글을 생산, 서로 공유해 '추천' 혹은 '비추천'하는 이른바 '댓글 좌표찍기'를 주로 한다. 계묘년 마지막 날, 이들은 '좌표찍기'를 넘어 이재명 대표의 지지자 그룹을 뜻하는 멸칭인 '개딸(개혁의딸)'보다 뛰어난 '비판 콘텐츠'를 생산해야 한다며 스스로를 독려했다.
<오마이뉴스>가 지난 23일부터 현재까지 일주일간 '한동훈줌' 디씨 활동을 살펴본 결과, 두 가지 키워드를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한동훈'과 '이재명'이다. 이들은 ▲한동훈에 대한 긍정 여론 확산·비판 여론 차단 ▲이재명에 대한 부정 여론 생산하는 식으로 움직였다.
▲ 디시인사이드 홈페이지 게시글 캡처. '한동훈줌'을 검색하면 기사 '댓글 공격' 요청 글을 볼 수 있다. |
ⓒ 디시인사이드 홈페이지 게시글 캡처 |
한동훈줌들은 'ㅇㅇ'라는 이름으로 게시글을 작성했다. 'ㅇㅇ'는 디씨 회원가입 없이 익명으로 글을 작성하는 이가 임시로 부여받는 이름이다. 별도의 정치 분야 게시판(갤러리)이 아닌 '기타 국내 드라마' 갤러리에서 활동하는 것도 특이한 부분이다.
이들은 네이버나 네이트 등 포털 사이트의 주요 기사 링크를 공유한 뒤 특정 댓글을 추천하거나 비추천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한동훈 위원장을 응원하는 글은 추천하고 비방하는 글은 비추천하는 방식으로 댓글의 노출 수준을 인위적으로 바꾸려고 했다.
일례로 지난 23일 작성된 '한동훈줌 20명 여기와줘!!!@@@@@'라는 제목의 게시글에서 작성자는 <민주당 의원 구속 주장하다…'법무부 장관→여당 수장' 직행> 제목의 JTBC 기사의 댓글 링크를 공유했다. 그리곤 "ㅎㄷㅎ 업적··· 추천" "누가··· 추천" "두 번째 ㅎㄷㅎ··· 비추 폭탄"을 요청했다. 앞머리가 '한동훈 업적'과 '누가'로 시작하는 댓글은 추천하고 '한동훈'으로 시작하는 댓글은 비추천해 달라는 말이었다.
▲ 한동훈줌들이 '댓글 작업'을 펼친 것으로 보이는 기사의 댓글 내용. |
ⓒ 네이버 기사 댓글 페이지 캡처 |
특히 한동훈 위원장에 대한 인신 공격이나 특히 김건희 여사를 언급하는 댓글에 '비추'를 요청하는 경향을 보였다. 지난 26일엔 <김건희 특검법 놓고 맞선 여야…법안 조목조목 따져보니> 제목의 SBS 기사에 달린 "정치검사 ○○이 주얼리 보호하기위해"라는 한동훈 위원장 비방 댓글엔 '비추'해달라는 요청이 올라왔다.
▲ '비추천' 요청이 올라온 댓글의 내용. 주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인신 공격하거나 김건희 여사를 언급한 댓글이었다. |
ⓒ 네이버·네이트 기사 댓글 캡처 |
'살인 사건' 기사에 이재명과 민주당 향한 댓글 공격도
한동훈줌 게시글은 한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직 수락연설을 기점으로 크게 늘었다. 그전에는 하루 평균 100여개 정도이던 것이 수락연설을 한 26일엔 200개에 달했다. 또 정치 기사가 아닌 사회 분야 기사에도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비방 댓글을 작성·추천하기도 했다.
31일에 작성된 '헐 한동훈줌들 다 와봐 ㅋㅋㅋ' 게시글 작성자는 <"아가씨, 좀…" 친절하던 노인, 바다 한 가운데서 악마가 됐다>는 제목의 조선일보 기사에 달린 댓글 25개 공유하며 '추천'을 요청했다. 해당 기사는 '보성 어부 살인 사건'을 다루고 사형제의 필요성을 조명했다. 하지만 공격이 요청된 댓글은 야당을 비방하는 내용이었다.
▲ 조선일보가 작성한 <아가씨, 좀…" 친절하던 노인, 바다 한 가운데서 악마가 됐다> 제목의 기사에 달린 '베스트 댓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야당을 향한 비방이 담겼다. |
ⓒ 네이트 기사 댓글 캡처 |
한동훈줌들은 '댓글전'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한동훈 위원장을 'ㄷㅌㄹ(도토리)'라고 칭한 게시글 작성자는 "결국 정치는 여론에 의해 좌우되는 것 같음"이라며 "여론이란 빽이 한동훈 뒤에 있는 한 언론사들이 그들의 비판 목소리에 그다지 힘을 실어줄 것 같지는 않아"라고 했다.
이어 "여론의 힘을 믿어보자. 물론 가짜뉴스는 패러 가야 하는 거고 ㅋ 사실 글쓰면서 스스로 다짐하는 거기도 해ㅜㅜ"라고 했다. 게시글 작성자가 언급한 'ㄷㅌㄹ(도토리)'는 한동훈 위원장을 뜻하는데 '대통령'의 초성을 따왔다.
실제 이들은 후원금을 내는 등 직접 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국민의힘 당원 가입을 하거나 후원을 한 뒤 인증하거나 화환이나 커피차·딸기차를 현장에 보내는 일을 추진하는 식이었다. 이는 한동훈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으로 지명된 뒤 8일 만에 후원금 7억 2040만 원이 모였다는 국민의힘 설명에 부합한다.
한편, 한 위원장은 지난 26일 비대위원장 수락 연설에서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이, 운동권 특권세력과 개딸전체주의와 결탁해 자기가 살기 위해 나라를 망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극성팬층 정치를 비판한 바 있다.
▲ 한동훈줌들의 국민의힘 후원 인증. |
ⓒ 디시인사이드 홈페이지 게시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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