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점·인적성 다 미달인데 "합격"…LG 신입채용때 생긴 일
신입사원 공개채용에서 학점·인적성 검사 점수 등이 미달해 불합격한 지원자를 최종 합격시킨 전직 LG전자 인사담당자 박모씨의 징역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가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박씨에게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내린 원심판결을 최근 확정하면서다.
“대학원 학점 미달이나 학사는 나쁘지 않으니…”
LG전자 본사 인사 책임자였던 박씨는 2014년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에서 생산그룹장의 아들 A씨가 서류전형과 인적성 전형을 모두 통과할 수 있도록 했다. 당시 공채에서 서류 전형에 합격하려면 최종학교 기준 전학년 평점이 4.5점 만점에 3.0 이상이 돼야했는데 A씨는 최종학력인 대학원 성적이 이에 미치지 못해 불합격자로 분류됐었다. 박씨는 그러나 “학사 점수는 낮지 않으니 서류전형을 통과할 수 있도록 검토해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받고 이를 들어줬다.
A씨는 1차 서류전형 합격자를 대상으로 한 인적성 검사에서도 불합격에 해당하는 낮은 점수를 받았지만, 인사팀의 도움으로 이마저도 넘어 1차 면접 대상자로 선발됐고 결국 최종 신입사원으로 채용됐다.
105명 중 102등한 면접자도 최종합격
이와 비슷한 상황은 1년 후인 2015년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에서도 반복됐다. 박씨는 당시 지원자 B씨에 대해 다른 회사 인사팀장으로부터 “우리회사 계열사 사람이 추천한 지원자니 살펴봐달라”는 청탁을 받고 B씨의 전형 통과 여부 등을 살펴보도록 지시했다. B씨는 1차 면접전형을 통과한 후 2차 면접전형에서 105명 중 102등을 해 합격선인 상위 60명에 한참 못 미치는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박씨는 이 상황을 보고 받고 “B를 합격 시켜 추가 검증을 받게 하라”는 취지로 지시했고 이에 따라 B씨는 최종면접 대상자로 선발됐다. B씨는 신입사원으로 최종 합격했다. 이 같은 부정채용 전반엔 박씨를 비롯한 LG그룹 인사담당자 총 8명이 관여했다.
청탁 물리치긴 커녕 관리방안 마련…법원, “재량 넘어”
채용 청탁이 먹혀 들어간 배경에는 본사 채용팀이 수립한 ‘채용청탁 관리방안’이 논리적 근거 역할을 했다. 본사 채용팀에서 본사 및 각 본부에 접수되는 채용 청탁을 전부 취합해 수용 여부를 최종 결정, 개별 본부의 인사담당 임원에게 하달하기로 한 게 골자다. 이에 따르면 본사는 관리대상(GD)으로 분류한 청탁 대상자에 대해 서류전형을 통과해 1차 면접 기회를 부여하기로 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씨 등 공범들은 “채용행위는 사기업의 채용 재량 범위 내의 것으로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펼쳤지만 1심에서 대법원까지 모두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은 “피고인들의 공소사실 기재 행위는 사기업의 정당한 채용 재량의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서 면접위원들의 면접업무 및 회사의 신입사원 채용업무를 방해한 업무방해 범행으로 평가된다”고 봤다.
피고인들은 상고했지만, 대법원은“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의 ‘위계’ 및 공모공동정범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박씨의 공범으로 기소된 채용 담당자들에 대해선 700만~1000만원의 벌금형이 확정됐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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