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잡은 초심… 새해 목표는 다승왕”
2023 시즌 KLPGA투어는 ‘이예원 천하(天下)’로 대장정을 마무리 했다.
2022년 신인왕 출신인 이예원(20·KB금융그룹)은 지난 11월 20일 열린 2023 KLPGA 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비롯해 상금왕, 평균타수 등 주요 개인상을 싹쓸이 했다. 아마추어 국가대표 출신인 이예원은 2022년에 투어에 데뷔, 29개 대회에서 준우승 3회, 3위 3회 포함 13차례나 ‘톱10’에 입상하며 활약으로 평생 한 번 밖에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신인상을 손에 넣었다.
우승이 없었을 뿐 신인 중에서는 최고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후한 점수를 주지 않았다. 이예원은 지난 겨울 호주에서 전지 훈련을 하며 ‘절치부심’했다. 그리고 지난 4월 프로 데뷔 33번째 출전이었던 KLPGA투어 국내 개막전 롯데렌터카여자오픈에서 감격의 생애 첫 승을 달성했다.
이후 이예원의 투어 행보는 그야말로 파죽지세였다. 올 시즌 총 29개 대회에 출전, 3승을 비롯해 ‘톱10’에 13차례나 입상했다. 그 중에는 메이저대회인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우승도 포함돼 있다.
맹활약에 힘입어 지난해 14억2481만7530원의 상금을 획득했다. 매주 4900여만원을 벌어 들인 셈이다. 또래 젊은이 중에서 가장 많은 주급(週給)을 받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인은 올 시즌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분주한 연말연시를 보내고 있는 이예원을 최근 전화로 만나 봤다. 이예원은 “만족스런 한해였다”고 소감을 말하면서 “생각했던 이상의 성적도 성적이지만 무엇 보다도 실력이 향상된 것 같아 좋았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경기력이 부쩍 향상된 원인에 대해 “매 경기를 마치고 나면 부족했던 부분을 확실히 체크한다”며 “그걸 위주로 훈련 했더니 부족한 점이 보완됐다. 그게 전년보다 성적이 더 나아진 원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예원의 성향은 애칭에서도 드러난다. 팬들은 그를 ‘퍼펙트 바니’라고 부른다. 외모는 토끼처럼 귀엽지만 코스에 들어서면 무서우리 만큼 완벽해진다는 의미다. 그는 비시즌 기간에 오히려 연습량이 더 늘어난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아침에 경기도 안성 신안CC에 있는 연습장에 나가 오후 4시까지 연습을 하고 돌아 오는 게 일과다.
이예원이 비시즌에 더 열심인 이유는 올해는 한 경기도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는 “생애 첫 우승이라는 좋았던 순간도 있었지만 아쉬움도 많았다”고 지난해를 뒤돌아 봤다. 이어 “특히 스폰서 대회였던 KB금융 스타 챔피언십 때 마지막날 우승 경쟁을 펼치다 막판 실수로 준우승에 그쳤던 것이 가장 아쉽다”고 했다.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그는 이번에도 스승인 이광일 프로와 함께 ‘약속의 땅’ 호주로 1월 초 전지훈련을 간다. 그는 이번 동계 전훈에서 비거리 보다는 쇼트 게임과 롱 아이언 훈련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예원은 “비거리가 늘면 좀 더 쉽게 플레이 할 수 있겠지만 내 경우에 거리 때문에 성적이 안난 시합은 거의 없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동계 훈련을 잘 해 이번 시즌에는 다승왕에 도전해 보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이예원은 “2022년에는 우승이 없었고 지난해는 3승을 거뒀다”라며 “이번 시즌에는 다승왕에 한 번 도전해보겠다. 다승왕 차지하면 다른 개인상은 자동으로 따라 오지 않겠는가“라고 웃어 보였다.
그는 해외 진출에 대한 속내도 밝혔다. 이예원은 “LPGA투어 대회에 한 번도 출전하지 않았다. 그래서 분위기를 잘 모른다. 경험을 해봐야 될 것 같다”면서 “올해에는 나갈 수 있는 대회는 출전할 계획이다. 시기를 특정하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진출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예원의 현재 세계랭킹은 33위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7번째로 높은 순위다. 골프 종목은 올림픽에 한 국가에서 최대 4명까지 출전할 수 있다. 단 조건이 있다. 6월까지 세계랭킹 15위 이내에 한 국가에서 4명 이상 이름을 올려야 한다.
이예원으로서도 기회가 없는 건 아니다. 다만 세계랭킹 포인트를 획득하는데 KLPGA투어가 LPGA투어에 비해 불리하다는 게 걸림돌이다. 따라서 LPGA투어에 많이 출전해 포인트를 많이 쌓아야 한다. 이예원은 “올림픽에 나가면 너무 좋겠지만 쉽게 나갈 수 있는 대회가 아니지 않는가”라며 “쉽지는 않겠지만 기회가 주어지는 메이저 대회에 출전해 엔트리 마감 전까지 차근차근 세계랭킹을 끌어 올리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8살 때 골프채를 처음 잡은 이예원의 롤 모델은 대선배 박인비(35·KB금융그룹)다. 그는 “중학교 때부터 박인비 프로님을 좋아했다”면서 “처음에는 쇼트게임 잘해서 멋있어 보였다. 나중에는 강한 멘탈 때문에 닮고 싶은 선수가 됐다”고 했다.
상금 관리를 부모님께 맡기고 있다는 이예원은 올 시즌을 마친 뒤 스스로에게 통큰 선물을 했다. 그는 “대회를 마치고 나면 ‘수고했다’는 의미로 내 스스로에게 뭔가를 사주곤 했다. 특히 악세서리와 가방을 좋아해 맘에 든 게 있으면 캡쳐 해둔다”면서 “지난해는 눈여겨 봐두었던 1000만원 짜리 팔찌를 내게 선물했다. 적잖은 금액이어서 물론 부모님 동의하에 부모님과 함께 가서 샀다”고 말하며 웃었다.
골프가 뜻대로 안되고 훈련한 만큼 성적이 나지 않을 때 가장 힘들다는 이예원이 지향하는 선수상(像)이 있다. 그는 “매사에 긍정적이고 꾸준한 경기를 펼친 선수로 팬들에게 기억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이예원은 먹성이 좋은 편인데 그 중 최애 음식은 파스타다. 시즌이 오픈되면 체력 유지를 위해 부모님께서 챙겨준 장어즙과 흑염소 중탕 등 보양식을 먹는 게 여느 젊은이들과 다른 점이었다. 전지 훈련을 떠나기에 앞서 올해 초에 일본 도쿄로 ‘먹방 투어’도 다녀올 계획이다. 이예원은 “여행을 좋아하는데 못갔다”면서 “일본에 가서 스시, 라멘, 고기 등 재충전을 위해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올 생각이다”고 했다. 그는 독서를 할 시간이 없었는데 최근에 선물 받은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자’는 책은 꼭 읽겠다고 다짐했다. 감정조절이 필요한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겠다는 판단에서다.
이예원이 가장 좋아하는 말은 ‘초심을 잃지 말자’다. 그것은 어쩌면 스스로에게 거는 주문인 지도 모른다. 그는 자신을 좋아해 자발적으로 결성된 팬클럽 ‘넘버원’ 회원 뿐만 아니라 모든 팬들에게 그런 선수로 남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이예원은 “지난해 많은 응원해 주셔서 큰 힘이 됐다. 보내 주신 꾸준한 응원과 사랑에 감사 드린다”라며 “올해에도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그리고 꼭 그 성원에 보답하도록 하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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