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기 탐지 실패 해임설' 北박정천, 1년 만에 군부 1인자로 복귀
북한의 군부 1인자였다가 지난해 말 해임됐던 박정천 군정지도부장이 약 1년 만에 군부 핵심 실세 자리를 되찾았다. 조선중앙통신은 3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주재로 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9차 전원회의 결과를 전하면서 이런 ‘조직 문제’(인사)도 토의했다고 알렸다. “박정천, 조춘룡, 전현철 동지를 당 중앙위원회 비서로 선거”하고 “박정천 동지를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 보선”했다면서다.
이번 조직 개편에선 박정천·조춘룡 등 군 관련 인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우선 박정천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직위에 다시 오르는 동시에 당 중앙위 정치국 위원과 중앙위 비서로도 복귀했다.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은 북한에서 ‘김정은 일가’를 제외하고 군 관련 인사가 오를 수 있는 최고 직책으로 꼽힌다.
박정천은 지난해까지 이 자리를 맡았으나, 지난해 연말 전원회의에서 전격 해임된 사실이 올해 1월 1일 알려졌다. 당시 박정천의 실각 배경을 놓고 여러 해석이 제기됐다. 북한의 무인기 기습 남침(지난해 12월)에 대응해 합동참모본부가 북에 무인기를 침투시키면서 일종의 ‘경계 실패 책임’을 박정천에게 물은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했다. 당시 북한은 우리 군이 발표하기 전까지 무인기가 침투한 사실도 파악하지 못했다.
박정천은 이후 북한 매체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올해 8월 김정은의 군수공장 시찰 때 군정지도부 부장 자격으로 다시 등장했다. 포병사령관 출신인 박정천은 앞서 2019년 북한 인민군 총참모장(합참의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2020년 인민군 차수·원수로 올라서며 승승장구했다. 단 코로나19 국면 때 차수로 한 차례 강등되는 등 부침을 겪기도 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박정천은 지난해 10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발사와 같은 과감한 작전을 주도해왔으며, 역대 군부 인사들 중에서도 가장 호전적인 인물”이라면서 “그를 다시 기용했다는 건 김정은이 내년 한 해 북한의 핵 능력을 대내외에 과시하겠다는 의지를 인사조치로서 확인한 것”이라고 했다. 내년 한국의 총선(4월 10일), 미국의 대선(11월 5일) 등 국내외 정치 일정을 염두에 두고 핵·미사일 도발을 감행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북한의 군 경제를 총괄하는 제2경제위원장을 지낸 조춘룡 노동당 군수공업부장도 중앙위 비서로 합류했다. 김정은을 총비서로 하는 노동당 비서국은 북한의 주요 정책과 인사를 좌지우지하는 핵심 요직으로 꼽힌다. 무기 개발 전문가인 조춘룡은 제2경제위원장을 지낼 당시인 2016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321호에 따라 안보리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한국과 미국의 대북제재 명단에도 올라 있다.
조용원·이병철·이일환·오수용·김재룡·박태성 등 기존 비서 가운데 해임된 인물이 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북한이 차세대 군·이공계 인재 양성을 위해 설립한 것으로 알려진 김정은국방종합대 총장에는 국방과학원 출신의 전일호 전 군수공업부 부부장이 임명됐다. 전일호는 김정식 군수공업부 부부장, 장창하 미사일총국장 등과 함께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주역으로 꼽힌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정식과 장창하를 비롯해 류상훈 국가항공 우주기술총국장 등 군·군수 부문 주요 인사들도 대거 당 중앙위 위원에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잦은 ‘회전문 인사’도 눈에 띈다. 지난해 6월 임명됐던 오수용 당 경제부장은 다시 전임자였던 전현철 경제부장으로 교체됐다. 통일부는 이를 “경제 부문 성과 부진에 따른 인사”로 해석했다. 이와 관련, 이호령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센터장은 “이번 조직 개편에서도 새로운 인물은 보이지 않으며, 교체 시기도 짧다”면서 “그만큼 김정은이 믿고 옆에 둘만 한 최측근이 많지 않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정영교·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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