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증시 달군 '반·로·이'…새해엔 '이' 주춤하고 '바이오' 뜬다

김경진 2023. 12. 3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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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국내 증시의 주도주 테마는 '반(반도체)·로(로봇)·이(2차전지)' 였다. 국내 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 상위권을 3개의 테마주가 휩쓸었다. 전문가들은 이들 중 반도체와 로봇은 새해에도 승승장구할 것으로 전망한다. 반면 올해 질주했던 2차전지 관련주는 주춤하고 대신 제약·바이오주가 유망주로 부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28일 오후 부산 남구 부산국제금융센터에서 열린 2023년 증권·파생식품 시장 폐장식에서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폐장을 알리는 버튼을 누르고 있다. 코스피는 올해 마지막 거래일인 28일 1.6% 상승해 2655.28로 마무리했다. 연합뉴스

주식형 ETF 수익률, 반도체·로봇·2차전지 순


28일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국내 주식형 ETF의 수익률 상위권은 반도체·로봇·2차전지 테마가 휩쓸었다. 코스닥 지수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를 제외하면 반도체 관련주를 담은 ETF가 올해 수익률 1위다. KB스타비메모리반도체액티브가 75.6%로 수익률이 가장 높았고, 이어 미래에셋 타이거 Fn 반도체 TOP10이 66.71%를 기록했다. 삼성 코덱스 K-로봇 액티브(65.77%)도 높은 성과를 냈다. 2차전지 비중이 높은 타임폴리오 탄소중립액티브가 63.94%, 미래에셋 타이거 2차전지 테마가 62.97%의 성적을 기록했다. 올해 코스피(18.7%)와 코스닥 상승률(27.6%)과 비교해도 뛰어난 성적표다.
정근영 디자이너


전문가들은 올해 증시를 달군 반도체와 로봇 테마주는 내년에도 주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2024년은 '반도체의 시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반도체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쏟아진다. 이혁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D램 스팟(현물) 가격이 2021년 고점에서 2023년 저점까지 72.7% 하락한 이후, 2023년 9월 저점 대비 현재까지 21.5% 반등했다"며 "새해엔 인공지능(AI) 모멘텀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이익이 본격적으로 상승하는 구간"이라고 분석했다.

AI반도체 이미지. 사진 셔터스톡

실적 개선, AI폰…2024년은 '반도체의 시간'


1월 17일에 공개되는 삼성전자의 첫 'AI 스마트폰'인 '갤럭시 S24'도 시장의 기대를 키우는 요소다. 시장조사기관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생성형 AI 스마트폰 점유율은 2027년까지 40% 수준까지 오르고, 출하량은 5억 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24년부터 '온디바이스 AI' 시장이 팽창기에 진입하며 급성장이 예상된다"며 "스마트폰뿐 아니라 개인용컴퓨터(PC)·가전·자동차·보안·헬스케어 등 실생활의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며 맞춤 제작된 AI 칩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3년 증시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로봇주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의견이 많다. 특히 10월 5일 상장과 동시에 로봇 대장주로 떠오른 두산로보틱스는 12월 28일 11만6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증시 입성 후 석달 새 공모가 대비 346.5% 뛰었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산업용 로봇 시장은 2023년 170억 달러(약 22조원)에서 2028년 325억 달러로, 서비스 로봇 시장 규모는 같은 기간 415억 달러(약 54조원)에서 848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12월 21일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센트럴파크에서 시범 운행 중인 AI 자율주행 순찰로봇. 연합뉴스


로봇 산업 발전의 걸림돌로 지적돼 온 각종 규제가 완화되고 있다는 점도 호재로 꼽힌다. 11월 17일 자율주행로봇의 보도 통행을 허용하는 내용의 지능형로봇법이 시행된 데 이어 12월 20일엔 로봇·드론도 택배 배송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일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르면 2024년 연말부터 본격적인 배송 로봇 시대가 열리게 될 전망"이라며 "국내 실외자율주행로봇 업체들에 수혜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2차전지주 지고, 제약·바이오주 뜬다


이와 달리 올해 투자자의 관심이 집중됐던 2차전지 상승세는 한풀 꺾일 수 있다고 봤다. 과도한 주가 급등에 대한 부담이 커진데다 전기차 수요 둔화 등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올해 들어 12월 28일까지 2차전지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포스코홀딩스(11조3324억원), LG화학(1조9387억원), 포스코퓨처엠(1조2026억원) 등 순매수 상위 10위 중 9개 종목이 2차전지 관련주였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예산 축소, 전기차 수요 둔화, 수주 공백기, 낮아진 밸류에이션 매력 등으로 불확실성이 더 큰 상황"이라며 "단기 주가 급등 시 비중을 축소해 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올 한 해 인기를 끌었던 2차전지의 바통을 내년엔 제약·바이오주가 넘겨받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2월 28일까지 최근 한 달간 KRX헬스케어 지수는 15.96%, KRX 바이오 TOP10 지수는 16.76% 상승했다. 2024년 미국이 기준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금리 인상기에 기를 펴지 못했던 제약·바이오주가 들썩이고 있다.

여기에 기술 수출 실적이 뒷받침되면서 목표 주가가 줄줄이 상향되고 있다. 지난 11월 종근당은 글로벌 제약사인 노바티스에 신약후보 물질CKD-510을 기술이전 하는 약 1조7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는 12월 26일 미국 존슨앤드존슨 자회사인 얀센과 2조원 규모의 항체-약물 접합체(ADC) 항암 신약 후보 물질인 'LCB84'의 기술 이전 계약을 맺는 등 '빅 딜' 소식이 이어졌다.

이희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제약·바이오 업종은 2024년부터 알츠하이머 시장이 커지고, 비만·당뇨 치료제가 성장을 지속하면서 연평균 9%대의 성장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과 한국 금리 인하 사이클 진입과 함께 성장성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경진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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