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진년 보급형 전기차 쏟아진다..."하이브리드와 한판 승부"
가격 겹치는 전기·하이리드 경쟁
2024 갑진년(甲辰年)은 중·저가의 ‘보급형 전기차’ 시장의 원년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국내·외 자동차 브랜드가 저렴한 전기차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가격대가 겹치는 중·저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간 시장 경쟁도 눈여겨볼 지점으로 꼽힌다.
새해엔 3000만~4000만 원대 전기차 출시 봇물이 터질 전망이다. 현대자동차는 2024년 상반기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캐스퍼의 전동화 모델인 캐스퍼 일렉트릭을 출시할 예정이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리튬이온보다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사용해 단가를 낮출 것으로 보인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기아 레이 EV와 비슷한 수준의 전기 모터와 배터리 성능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레이 EV는 1회 충전으로 205㎞를 달릴 수 있다. 2023년 하반기 시장에 나온 기아 레이 EV는 2742대(11월 말 기준)가 팔리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레이 EV는 공장 생산량이 판매량을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인기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도심에서 편하게 몰 수 있는 소형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기아는 소형 전기차 라인업을 확 늘릴 계획이다. 이를 통해 대형 전기차 EV9의 부진을 털어내는 게 목표다. 출발점은 전기 SUV EV3이다. EV3은 셀토스 크기의 소형 SUV로 외관은 기아 전기차 라인업의 디자인을 이어받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출시 가격은 3만5000달러~5만 달러(약 4546만원~6495만원)으로 책정됐는데 국내에선 보조금 적용 시 4000만원 수준에서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아는 하반기에 세단형 전기차 EV4도 출시할 계획이다. EV4는 내연차 K3 정도의 준중형 차체가 될 전망이다. 기아는 중·저가 전기차에 EV9에서 선보인 고속도로 주행 보조 등을 추가해 상품성을 높일 계획이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지난 10월 열린 기아 EV 데이에서 “EV9과 EV6에 적용된 EV 테크놀러지와 친환경 소재, 직관적 서비스를 추후 선보일 대중화 EV 모델에 확대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수입차도 중·소형 전기차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2024년 상반기에 국내 소비자들에게 인도될 볼보의 소형 SUV EX30이 대표적이다.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국내 진출 가능성도 열려 있다. 중국 최대 전기차 BYD는 전기 트럭 T4K를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으나 승용 모델은 아직이다. 자동차 업계에선 BYD가 2022년 6종의 모델 상표권을 출원한 만큼 소형 SUV 아토3 등을 한국 시장에서 판매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양산차 기업이 중·소형 전기차로 핸들을 튼 건 판매량 하락과 관련이 깊다. 2021년 7만3873대를 기록한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2022년 12만3676대로 최고점을 찍었다. 하지만 2023년 들어서는 10만9882대(1~11월)로 감소했다. 반면 하이브리드는 2021년 14만9489대, 2022년 18만3915대, 2023년 1~11월 25만5713대로 상승세다. 전기차 판매량 하락세가 비싼 가격 때문이란 분석이 있는 만큼 중·저가 전기차로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가격을 낮추며 상승세를 탄 하이브리드를 견제하려는 목적도 있다.
주춤한 전기차 시장에 대한 하이브리드의 공세는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하이브리드를 앞세워 세계 시장을 점령한 토요타는 국내에서도 하이브리드 모델을 확대하는 중이다. 토요타는 올해 들어서만 하이브리드 모델 3개를 추가했다. 대형 SUV 하이랜더, 대형 밴 알파드, '하이브리드 원조' 프리우스 등이다. 토요타는 새해에 캠리 9세대를 새롭게 들여올 예정이다. 캠리 9세대부터 내연기관 모델을 아예 생산하지 않을 만큼 하이브리드에 토요타의 자신감이 상당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27일 “하이브리드가 전기차를 밀어낸 덕분에 토요타가 2023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현대차도 하이브리드 모델 확장에 나섰다. 최근 카니발 하이브리드를 출시한 현대차그룹은 2024년 하반기에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를 출시할 예정이다. 토요타 하이랜더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과 교수는 “2024년은 중·저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간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며 “전기차 인프라 확대와 가격경쟁력 확보에 있어 중요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덕수궁 시체더미서 가져갔다…어느 미군의 ‘양말 속 국새’ | 중앙일보
- "아버지 이런 사람이었어요?" 암 진단 뒤 딸에게 온 '현타' | 중앙일보
- 지병 때문이라더니…숨진 홍콩 여배우, CCTV에 찍힌 사망 원인 | 중앙일보
- 나체 '19금' 장면인데…초등생들 교실서 "좋았어, 영차" | 중앙일보
- "호텔 엘리베이터서 성폭력 당했다"…유명 가수, 소송 건 상대는 | 중앙일보
- "이사 갈 집 청소 중이었는데" 원룸 화재로 숨진 5세 아이 아빠 충격 | 중앙일보
- "아버지, 농사짓지 마시고 배당금 받으세요"…똘똘한 효자 나왔다 | 중앙일보
- ‘40대 성폭행’ 중학생 “출소 후에도 그러면 사람 아니니 걱정 말라” | 중앙일보
- 유커 수천 명 태운 24층 높이 배…초대형 크루즈 목적지는 '이곳' | 중앙일보
- 10년간 버텨낸 보람있네…삼성·LG의 '미운 오리' 역대급 일냈다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