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대규모 공습에 우크라 반격…"집속탄에 민간인 21명 숨졌다"

박형수 2023. 12. 3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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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가 30일(현지시간) 러시아 서부 도시 벨고로드에 대규모 공격을 감행해 어린이 3명을 포함해 민간인 최소 21명 숨지고 110명이 다쳤다고 러시아 당국이 밝혔다. 이날 공습은 지난해 2월 개전 이후 단일 공격으로 최대 규모로, 전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도시·마을 120곳 이상을 공습한 데 대한 보복 성격이다. 유엔(UN은) 등은 양국 모두에 민간인과 거주지를 겨냥한 공격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은 이날 우크라이나의 공습으로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30㎞ 떨어진 벨고로드를 포함해 수도 모스크바와 브랸스크·오룔·쿠르스크에서 드론 32대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는 “방공 시스템으로 미사일과 로켓 대부분을 요격했지만 일부 파편이 도시를 타격하면서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30일 러시아 벨고로드에서 구조대원들이 자동차에 붙은 불을 끄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이로 인해 벨고로드에서만 10여 건의 화재가 발생했고 40여개의 민간 시설물이 파괴됐다. 브랸스크에서는 9살 어린이가 사망했다. 벨고로드 상황을 보고받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하일 무라시코 장관 등 보건부 인력을 현장에 급파했다.


러시아 "우크라, 집속탄으로 민간인 공격"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군이 국제적으로 사용이 금지된 집속탄 형태의 ‘올하’ 미사일 2발과 체코산 RM-70 ‘뱀파이어’ 다연장 로켓으로 벨고로드의 민간인 거주지를 무차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그간 우크라이나의 군 시설과 이와 관련된 인프라만 공격했는데, 우크라이나는 전장의 패배로부터 관심을 돌리고 러시아군을 도발하기 위해 이같은 (민간인에 대한) 공격을 감행했다”고 비난했다.

집속탄은 모폭탄을 투하하면 공중에서 수백여개의 새끼 폭탄이 사방으로 흩어져 광범위한 지역에 피해를 일으키는 살상무기다. 특히 새끼 폭탄 중 상당수가 불발탄으로 남아있다가 수년이 지난 뒤 터져 민간인 피해를 초래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이 때문에 2008년 집속탄의 사용 및 제조·보유·이전을 금지하는 국제 협약인 ‘집속탄 금지협약’이 체결됐다. 다만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 모두 집속탄을 사용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 회의 소집을 요구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번 공격의 배후에는 영국이 있다”며 “영국은 미국과 협력해 우크라이나가 테러 공격을 저지르도록 선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30일 러시아 구조대원들이 벨고로드에서 부상당한 민간인들을 옮기고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의 요구에 따라 30일 소집된 안보리 회의에서 러시아 유엔대사인 바실리 네벤지아는 벨고로드 공습을 “우크라이나가 민간 도시를 겨냥해 사전 계획한 테러 공격”이라고 규정했다. 또 “우크라이나는 희생자 수를 늘리기 위해 집속탄을 사용했고, 스포츠센터와 아이스링크, 대학교 등 민간 시설물을 목표로 고의적이고 무차별적 공격을 저질렀다”고 규탄하며 “유엔 안보리 회원국은 책임을 다해 러시아 벨고로드에 가해진 피해를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와 서방 동맹국들은 “이번 전쟁은 러시아가 촉발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미국 유엔 대표부 공사참사관 존 켈리는 “이것은 푸틴의 전쟁이며, 그의 선택”이라면서 “러시아는 오늘이라도 이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러시아를 비판했다.

이에 대해 모하메드 키아리 유엔 사무차장보는 “민간인과 민간인 지역에 대한 공격은 국제인도법을 위반하는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며 양국 모두에 공격 중단을 요구했다.


전날 러시아 공습에 우크라의 맞불


우크라이나의 이번 공격은 전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역에 개전 이후 최대 규모 공습을 퍼부은 것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맞불 공습이었다. 러시아는 28일 밤부터 29일 새벽 사이, 미사일 122발과 드론 36대를 동원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제2 도시 하르키우를 포함해, 오데사·드니프로 등 우크라이나 120개 이상 도시와 마을을 공격했다. 이날 공격으로 우크라이나인 최소 41명이 사망하고 159명이 다쳤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야간 연설을 통해 러시아를 규탄하며 “우리는 전쟁이 시작된 곳, 즉 러시아로 전쟁을 되돌려줄 것”이라며 반격을 예고한 바 있다.

31일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 러시아의 드론 공격으로 화재가 발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편 러시아는 이날 또다시 우크라이나 동부 하르키우를 공격했다. 러시아는 30일 밤 S-300 미사일을 최소 6발 발사해 도심에 호텔과 의료기관, 아파트, 유치원 등을 파괴했다. 우크라이나 경찰은 14세와 16세 소년, 독일인 기자 1명 등을 포함해 최소 28명이 부상(31일 기준) 당했다고 전했다.

이호르 테레호우 하르키우 시장은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군이 타격한 곳은 군사 시설이 아니라 카페, 주거용 건물, 사무실”이라며 “새해 전날 러시아인들은 우리 도시를 위협하고 싶어하지만 우리는 두렵지 않다. 우리는 천하무적”이라고 강조했다.

31일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 러시아의 드론 공격으로 불타는 건물에서 소방관들이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편 러시아가 새해를 앞두고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공습을 감행하는 것은 러시아 대선(2024년 3월 17일)을 앞두고 푸틴 대통령의 지지 세력을 결집하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8일 중앙선관위에 대선 후보 등록을 위한 서류를 제출하고 5선에 도전한 상태다. 현재 무소속 출마를 위해 유권자 30만 명의 지지 서명을 모으고 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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