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즈 사려고 반차 썼어요"…평일에 팝업 열어도 잘나간다, 왜

최은경 2023. 12. 31.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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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서울 성수동 GS25 도어투성수점에서 코카콜라 팝업스토어가 열렸다. 코카콜라의 상징인 북극곰이 방문객들과 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최은경 기자

지난 24일 서울 성수동 한 복합문화공간 앞. 영하의 날씨에도 수십명이 줄지어 서 있었다. 14일부터 2주간 열리는 ‘빵빵이와 끼꼬의 크리스마스 팝업스토어’ 입장을 기다리는 이들이다. 빵빵이는 유튜브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캐릭터. 이날 만난 전민성(20)씨는 “캐릭터가 귀엽고, 다른 사람들도 많이 좋아하니 팝업스토어까지 찾게 됐다”며 “포토존에서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으로 공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내부로 들어가자 4m 높이의 트리와 행사장을 돌아다니는 ‘로봇 빵빵이’ 등이 눈에 들어왔다. 방문객들은 저마다 자리를 잡고 사진을 찍기 바빴다. 50대 김모씨는 “20대 딸이 빵빵이 캐릭터를 좋아하는데 오늘 못 오게 돼 내가 대신 인형을 사러 왔다”며 “이런 게 요즘 애들 문화 아니냐”고 웃었다. 통로를 나가자 하이트진로와 협업한 ‘진로X빵빵이’ 팝업스토어가 바로 나왔다. 빵빵이 입장권으로 이곳도 출입할 수 있다.

지난 24일 서울 성수동 에스팩토리D동에서 열린 유튜브 캐릭터 빵빵이 팝업스토어 안내판에 굿즈 매진 스티커가 붙어 있다. 최은경 기자

같은 날 600m 정도 떨어진 GS25 도어투성수점에서 열린 코카콜라 팝업스토어 역시 들어갈 틈 없이 북적였다. 행사 관계자는 “MZ세대가 편의점을 선호해 협업하게 됐다”며 “코카콜라뿐 아니라 GS25 제품들도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Z세대 97% “팝업 방문 경험 有”


팝업스토어의 인기가 식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MZ세대 트렌드 분석 서비스 ‘캐릿’ 조사에서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283명 중 97.2%가 팝업스토어를 방문한 적 있다고 답했다. 내용과 형식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도입 초기 패션·뷰티 업계에서 신제품 출시 등에 활용했다면 최근에는 지식재산권(IP) 콘텐트를 앞세워 흥행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빵빵이 팝업스토어에는 2주 동안 4만 명이 방문했다. 행사 전 진행한 1·2차 사전 예약이 각각 시작 직후와 15분 뒤 마감될 만큼 시작 전부터 화제였다. 사재기와 되팔기를 방지하기 위해 팝업스토어 내 굿즈 판매존은 인당 1회로 입장을 제한하고 있었다. 대형 바디필로우는 최고가(9만9000원)임에도 인기 품목에 이름을 올렸다. 행사를 주최한 더그림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1인 최대구매액은 170만원이었다.

김주원 기자
롯데백화점이 지난 11월 잠실 월드몰 1층에서 진행한 '쿵야 레스토랑즈' 팝업스토어 전경. 사진 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 서울 잠실점은 월드몰 1층에 330㎡(100평) 규모의 팝업스토어 전용 공간 ‘아트리움’을 조성해 올해만 200여 개의 팝업을 선보였다. 지난 11월 게임 캐릭터 양파쿵야가 주인공인 쿵야 레즈토랑스 팝업스토어에는 일 평균 1만 명이 방문했다. 지난 5월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에서 열린 웹툰 ‘데못죽’(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팝업스토어는 굿즈 판매, 포토존 운영, 주인공 데뷔 응원 방명록 등으로 행사를 구성해 2주간 매출 9억1000만원을 올렸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팬덤을 형성한 브랜드 못지않게 인기 콘텐트를 기반으로 한 IP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찐팬 모시기’를 위한 평일 마케팅도 새롭게 나타나고 있다. 현대백화점이 지난 1~11월 요일별 매출을 분석한 결과 전년 대비 월~목요일 매출 건수 신장률(12.3%)이 금~일요일(3.7%)의 3배 이상이었다. 백화점 측은 코로나19 팬데믹과 기업문화 유연화 등에 따라 쇼핑 문화가 바뀌면서 20~30대를 중심으로 평일 쇼핑족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지난 11월 더현대서울에서 열린 푸바오 팝업스토어는 목요일에 시작했음에도 첫날부터 ‘오픈런’ 행렬이 이어졌다. 이런 변화에 더현대서울은 주로 금요일에 행사를 시작하는 유통업계 관행을 깨고, 신년부터 지하 2층 MZ전문관에서 진행하는 모든 팝업스토어를 목요일에 열기로 했다. 지나가다 호기심에 들르는 방문객보다 반차를 내서라도 팝업스토어를 찾는 충성 고객을 유인해 화제성과 매출을 모두 잡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5월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서 열린 푸바오 팝업스토어에서 방문객들이 굿즈를 고르고 있다. 사진 현대백화점

온·오프라인 이어주는 연결고리


팝업스토어는 구매공간에서 체험공간으로 진화해왔다. 최근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도 커지고 있다. 온라인에서 인기 있는 IP·엔터테인먼트 아이템을 오프라인에서 만져보고 즐기며 매력을 느낀다는 설명이다. 업계는 앞으로 더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 브랜드 간 시너지를 위해 패션·식품·유통·엔터테인먼트·IT·금융·소재 등 경계를 넘나드는 이종 간 협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기존 팝업스토어가 신규 브랜드의 상품을 구매할 기회였다면 최근에는 상품 구매를 넘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놀이터 같은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며 “MZ세대가 열광하는 콘텐트는 매우 빠르게 정점에 올라섰다가 또 빠르게 다른 것으로 대체되는 만큼 새로운 경향을 한발 앞서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팝업스토어=사람들이 붐비는 장소에서 한정판 혹은 특별 제품을 단기간 판매하고 사라지는 매장. 2010년대 성행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제품 판매를 넘어 브랜드와 경험을 강조하는 추세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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