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낙연 1월4일 신당 창당 선언…민주당 후폭풍 촉각
지난 30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단독 회동을 가진 이낙연 전 대표가 31일 측근 그룹과 모임을 갖고 내년 1월 4일 신당 창당을 선언하기로 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모처에서 일부 측근과 함께 향후 진로를 논의하기 위한 실무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선 구체적인 창당 시점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에 “이재명 대표에게 아무런 변화의 의지가 없는 게 확인됐기 때문에 우리로선 고민거리가 사라졌다”며 “1월 4일 신당 창당 선언을 거쳐 1월 10일에서 15일 사이에 발기인대회를 개최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전날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이재명 대표와 약 1시간가량 만났다. 이 전 대표는 회동 직후 “민주당이 국민으로부터 대안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단합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변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오늘 변화의 의지를 이재명 대표로부터 확인하고 싶었으나 안타깝게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간 ‘이 대표의 사퇴 및 통합비대위 전환’을 요구해온 이 전 대표는 “(이 대표의) 응답을 기다렸으나 어떠한 응답도 하지 않았다. 그걸(통합비대위 전환을) 거부했다”며 “조금 더 가치 있는 일을 위해 제 갈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는 회동 직후 기자들에게 “상황이 매우 엄중하기 때문에 우리 국민과 당원 눈높이에 맞춰서 단합을 유지하고 총선을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박성준 대변인에 따르면, 이 대표는 이 전 대표에게 “당에는 기존의 시스템이 있다. 당원과 국민의 의사를 존중해야 하기 때문에 사퇴나 비대위를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고 한다. 양측은 추가 회동에 대해서도 “그런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비명계 현역 의원 4인으로 구성된 ‘원칙과 상식’도 거취를 고심 중이다. 이들도 지난 14일 이 대표의 사퇴와 통합비대위 구성을 요구하며, 12월까지 당의 변화를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원칙과 상식' 소속 한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에 “이번 주 초에 재차 통합비대위를 수용하라는 최후통첩을 할 예정”이라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4인이 공동 행동을 통해 결단을 내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은 탈당해도 당장 ‘이낙연 신당’에 합류하기보다 독자 노선에 무게를 두고 있다.
릴레이 탈당을 바라보는 당내 시선은 엇갈린다. 서울의 한 중진 의원은 “신당이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 상책(上策)이지만, 이낙연 신당이 만들어진대도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며 “명분도, 인물도, 돈도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충청권 중진 의원도 “칼집에 칼을 넣고 ‘칼 뺀다’고 할 때가 문제지, 막상 빼보니 과도(果刀) 하나라면 별 의미 없는 게 아닌가”라며 “신당이 호남의 적극적 지지를 받는 것도 아니라서 마땅히 기댈 데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경기도의 한 중진 의원은 “신당은 민주당에 어떤 파장으로 되돌아올지 예측 자체가 어렵다”며 “이재명 대표가 몇 번씩 찾아가서라도 말려야 한다”고 말했다. 호남의 재선 의원도 “이낙연 신당이 계속 민주당에 대한 공세를 펴면 민주당은 제대로 된 선거 전략도 써보지 못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지난 28일 이 대표를 만나 ‘절벽에 매달려 잡고 있던 손을 놓는다’는 뜻의 사자성어 현애살수(懸崖撒手)를 언급하며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한 정세균 전 총리 등 당의 원로들이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에 따라 파장이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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