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국방부장에 해군 출신 첫 임명…대장 3명 포함 軍고위직 9명 숙청도

신경진 2023. 12. 31.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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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둥쥔 신임 중국 국방부장이 헌법 선서를 하고 있다. CC-TV 캡처

중국이 2개월간 공석이던 국방부장에 사상 처음으로 해군 출신을 임명했다고 지난 29일 관영 매체들이 밝혔다.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을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과 군사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인사라는 분석이 나온다. 같은 날 중국의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1·2대 로켓군 사령관 등 대장급 3명을 포함해 전·현직 군 수뇌부 9명의 대표 자격을 박탈하는 대규모 숙청을 단행했다.

이날 전인대 상무위는 둥쥔(董軍·62) 전 해군사령관을 신임 국방부장으로 임명했다. 둥쥔 신임 부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임명 주석령에 서명하면서 임기를 시작했다. 다만 둥쥔 부장은 국무위원(부총리급)과 중화인민공화국 중앙군사위 위원엔 임명되지 않았다. 지난 8월 공식 석상에서 사라진 뒤 10월 전인대 상무위에서 국가 중앙군사위 위원, 국무위원 및 국방부장에서 동시 면직된 리상푸(李尙福)는 아직 당 중앙군사위 위원 직함을 유지했다.

전문가들은 둥 신임 부장이 내년 3월 열리는 14기 2차 전인대에서 국무위원·중앙군사위원에 임명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쑹원디(宋文笛) 호주 국립대 교수는 X(옛 트위터)에 일반적인 관행과 달리 “둥쥔은 국가 중앙군사위 위원, 국무위원, 국방부장 중 하나만 차지했다”며 “지금까지 볼 때 경량급 국방부장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라일 모리스 아시아 소사이어티 선임 연구원은 “둥쥔은 내년 3월 양회에서 리상푸를 대신해 국가 중앙군사위원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며 “진입하지 못한다면 사상 첫 사례가 되고, 진입하다면 로켓 승진”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상황에선 “선임 국방부장과 같이 둥쥔의 권한은 매우 적다”며 “중국 국방부장은 상징적 자리로 시진핑 군사위 주석을 대신하여 당과 군대를 대표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남중국해에서 근무한 해군 출신을 군사 외교 책임자에 임명한 점도 주목된다. 산둥성 옌타이(烟臺) 출신인 둥 부장은 1978년 해군 다롄(大連)함정학원에 입학한 이후 해군에서 복무하면서 해군사령부 군사훈련부장, 북해함대 부참모장 등을 역임했다. 2012년 소장으로 승진한 뒤 대만해협을 관할하는 동해함대 부사령관, 해군 부참모장, 남부전구 부사령관 등으로 근무했다 2018년 중장으로 승진했다. 2021년 3월 해군 부사령관을 거쳐 같은해 8월 해군사령관에 오르면서 상장(대장) 계급장을 달았다.

둥 부장의 임명이 ‘미국 맞춤형’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리밍장(李明江) 싱가포르 남양이공대 교수는 “둥쥔은 미·중 근거리 군사 접촉을 어떻게 관리 통제해야는지 잘 알고 있다”며 “국방부장 임명으로 미·중 군사 리스크 관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에서 미 해군의 ‘항행의 자유’ 작전에 대응했던 둥 부장이 미국에 공세적인 군사 외교를 펼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미 국방부는 제재 대상이던 리상푸의 후임이 임명되자 미·중 군사 대화를 기대했다. 존 서플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29일 “최고위급을 포함한 양국의 국방 및 군사 지도자가 적합한 카운터파트와 중요한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준비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로이터에 말했다. 미·중은 내년 초 국방정책조정대화(DPCT), 해상군사안보협의체(MMCA)를 개최할 예정이다.

지난 29일 중국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해외 공관장을 만나 인사하고 있다. 이날 시 주석은 “과감하고 능란하게 투쟁하는 외교 강철군대가 되라”고 거친 외교를 주문했다. 신화=연합뉴스


신임 국방부장 임명과 동시에 대장급 3명을 포함한 전·현직 장성 9명에 대한 숙청도 이뤄졌다. 전인대는 공군 사령관을 역임한 딩라이항(丁來杭) 전인대 화교위 부주임, 저우야닝(周亞寧) 초대 로켓군 사령관 및 리위차오(李玉超)·2대 로켓군 사령관 등 상장(대장)의 면직을 발표했다. 리촨광(李傳廣) 로켓군 부사령관, 로켓군 부사령관을 역임한 장전중(張振中) 연합참모부 부참모장, 장비발전부 부부장을 역임한 장위린(張育林) 전인대 재경위 위원, 장비발전부 부부장을 역임한 쥐신춘(鞠新春) 남부전구 해군 사령관 등 중장 4명도 낙마했다. 뤼훙(呂宏) 로켓군 장비부 부장, 라오원민(饒文敏) 장비발전부 부부장 등 소장 2명도 자리를 잃었다.

앞서 27일 국정자문기구인 전국정협은 주석회의를 열고 류스촨(劉石泉) 중국병기공업집단 이사장, 우옌성(吳燕生) 중국항천과기집단 이사장, 왕창칭(王長青) 중국항천과공집단 부총경리를 정협 위원에서 파면했다. 앞서 11월 24일에는 베이징시 인민대표대회 상무위가 리둥젠(李同建) 로켓군 소장의 자격을 박탈했다.

일각에선 이번 군 수뇌부의 부패 스캔들로 70명 이상이 체포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아시아권 뉴스를 주로 보도하는 ‘아시아 센티넬’은 캐나다의 지정학 컨설팅 기업 서시우스의 분석가를 인용해 방산 국유기업에서 군 수뇌부로 흘러간 리베이트와 품질이 낮은 무기를 구매하던 관행의 근절이 수사의 목표였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지난 3월 모스크바 중·러 정상회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중국의 미사일 관련 기밀이 미국에 유출됐다는 첩보를 제공한 게 부패 관련 수사와 숙청과 관련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후 친강(秦剛) 외교부장, 리상푸 국방부장, 로켓군 사령관 등이 줄줄이 낙마했다. 서시우스는 이번 로켓군 스캔들로 중국이 미사일 시스템을 전면 재구성하는 데 수조 위안의 비용이 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習 “과감·능란하게 투쟁하는 강철군대 되라”


한편, 시진핑 주석은 29일 중앙외사공작회의 참석을 위해 베이징에 모인 해외 공관장을 향해 “외교의 강철군대(外交鐵軍)이 되라”고 주문했다. 시 주석은 이날 “과감하고 능란하게 투쟁하는 국가 이익의 수호자가 되라”며 “활시위에 화살을 올린 전쟁대비 태세와 강권에 두려워 않는 단호한 의지로 국가 주권·안보·발전이익을 굳게 수호하라”고 지시했다고 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보도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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