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과 달리 한동훈은 '경부선'부터…컨벤션 효과 노린 지방행
“국민의힘부터 변화하겠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1일 새해 신년사를 통해 “국민의힘은 결연한 의지를 가지고 미래를 위해 할 일을 하겠다”며 이렇게 다짐했다. 그러면서 한 위원장은 “무기력 속에 안주하거나, 계산하고 몸 사리지 않겠다. 국민의 비판을 경청하며 즉시 반응하고 바꿔나가겠다”며 “동료시민과 함께 공동체를 지키고 미래를 준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신년 키워드로 ‘미래를 위한 변화’를 강조한 한 위원장은 총선을 100일 앞둔 1일부터 민심을 청취하기 위한 현장 행보에 돌입한다. 1일 국립서울현충원 참배를 시작으로 대전ㆍ대구(2일), 광주(4일), 경기 수원ㆍ충북 청주(5일), 강원 춘천(8일) 등 전국 주요 도시를 순회하는 일정이다. 전국의 시ㆍ도당 신년인사회를 찾아 당원들에게 첫 인사를 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비대위원장 취임 직후의 '컨벤션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시도라는 해석이 많다.
윤석열 대통령과 ‘닮은 듯 다른’ 한 위원장의 정치 초기 행보도 정치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앞서 한 위원장은 정치 참여 한달가량 전인 지난달 17일 법무부 장관 자격으로 대구를 찾아 화제를 낳았다. 당시까지 한 위원장은 명시적으로 정치 참여를 선언하지 않았지만, 정치권에선 “이날을 기점으로 한 위원장이 자신을 ‘보수 적통’으로 강조하며 사실상 정치 결심을 굳힌 것”이란 해석이 많았다. “윤 대통령이 2021년 3월 3일 대구를 찾아 ‘고향에 온 것 같다’고 한 뒤, 바로 다음 날 검찰총장직 사퇴를 선언한 장면이 떠올랐다”는 여권 인사도 상당수였다.
반면 정치 데뷔 이후 첫 지역 행보는 방향이 다르다. 윤 대통령이 2021년 7월 첫 전국 민심 청취에 나서며 대전에 이어 광주를 먼저 찾는 이른바 ‘호남선’을 따랐다면, 한 위원장은 2일 대전에 이어 대구를 찾는 ‘경부선’을 택했다.
이는 현재 국민의힘이 처한 정치적 현실과도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많다. 여권 관계자는 “지난 대선 당시엔 문재인 정부에 실망한 중도층 표심을 사로잡는 게 우선이었다면, 현재는 ‘수직적 당정관계’ 등에서 기인한 전통적 지지층의 이탈을 막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향후 공천 등 당 쇄신에 앞서 이른바 ‘집토끼’를 결집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칭 ‘개혁신당’ 창당을 준비 중인 이준석 전 대표 및 친이준석계 인사의 탈당에 따른 지지층 분산을 사전 차단하려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위원장은 공천관리위원회 인선도 고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당헌ㆍ당규에 따르면 당 지도부는 선거일 90일 전인 1월 10일까지 공관위를 구성해야 한다. 공관위 구성에 앞서 공관위원장이 우선 지명돼야 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 주중 공관위원장이 지명될 가능성이 크다.
당내에선 공관위원장 후보로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을 비롯해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안대희 전 대법관, 김황식 전 총리 등이 거론되는 가운데, 비정치인 또는 40~50대 정치인의 파격 지명 가능성도 흘러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비대위원 인선에서도 드러났듯 한 위원장이 무엇보다 보안을 우선시하는 만큼 뜻밖의 인사가 선임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민경우 전 비대위원이 노인 비하 발언 등으로 자진 사퇴하면서 한 위원장의 이른바 ‘자유투(자격증ㆍ유튜브ㆍ투사) 인사’는 시작부터 삐걱댔다. 민 전 위원은 전날 입장문을 통해 “과거 발언 논란 때문에 비대위 출발에 누를 끼치고 싶지 않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를 두고 여야 공방도 벌어졌다. 정광재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민 비대위원은 여러 차례 정중히 사과하며 반성한 데 이어 비대위원 사퇴로 책임을 졌다”며 “꼬리 자르기에 급급한 민주당과 다르다. 국민의힘 비대위는 한동훈 위원장과 함께 선민후사의 정신과 집권 여당의 무거운 책임감으로 국민만 보며 정진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인사검증 주무부처 장관이었던 한 위원장 이력을 들어 “부실 검증, 인사 실패란 말조차도 아깝다. 일부러 이렇게 모으기도 어려울 텐데 참 대단하다”며 “장관 시절엔 자료만 수집한다며 인사 참사 책임을 회피하더니, 이제는 누구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울 것이냐”고 비판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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