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위성 발사처럼 전원회의도 기습 발표…대남 대미 교란전술
북한이 매년 새해 첫 날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과를 발표하며 대내외 정책 방향성을 제시해 온 관례를 깨고 31일 기습적인 선전포고에 나섰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26~30일 열린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내놓은 지시·주문 사항을 정리해 이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남북관계를 “전쟁 중인 두 교전국가 관계”로 규정하고 미국을 “군부 깡패”로 비하하는가 하면, 지난 8월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이후 공조 제도화에 나선 한·미·일 협력 체제를 “반공화국 공모 결탁”이라고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다. 자유주의 민주진영을 적으로 규정함으로써 동북아 신냉전 구도를 부각하고, 이를 통해 북한 핵·미사일 개발의 레버리지를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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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아닌 연말 '투쟁과업 발표'
외교·안보 사령탑인 국가안보실장에 임명된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은 내달 1일 취임 예정이고, 국정원장에 내정된 조태용 현 국가안보실장은 다음달 11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역시 다음달 8일 열린다. 특히 외교부는 장호진 1차관의 국가안보실장 보임과 오영주 전 2차관의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임명으로 1·2차관 모두 공석인 상태다.
위성 발사에 전원회의까지…예측불가능성 높였다
불과 하루 차이지만 북한이 관례를 깬 ‘기습 발표’로 혼란을 유발한 건 지난달 군사정찰위성 발사 때와 유사한 패턴이다. 북한은 당초 “11월 22일 0시부터 12월 1일 0시 사이에 정찰위성을 발사할 것”이라고 공표했는데, 정작 예고 시점 직전인 11월 21일 심야에 위성 발사를 감행했다. 북한의 계속된 탄도미사일 발사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강대강 대치 국면이 이어지는 상황이라곤 하지만, 스스로 국제사회에 통보한 약속마저 무시하는 행태였다. 이어 북한은 이날 전원회의 발표 일자까지 앞당기며 예측불가능성을 하나의 전략처럼 활용하는 모양새다.
연말 전원회의 결과 발표에 이어 새해 첫날엔 김정은의 신년사를 통해 내부 결속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전원회의 결과를 토대로 분아별 목표와 내년도 국정운영을 제시하고, 신년사를 통해 내부 결속 및 당의 결정을 따를 것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주민들에게 발신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신냉전 구도 활용하는 北 대외전략
김정은이 전원회의에서 내놓은 대외 전략의 방향성은 ‘신냉전 굳히기’에 초점을 두고 있다. 한·미·일 3국이 협력·공조 체제를 본격화한다는 점을 명분 삼아 중·러와의 밀착을 도모하고 피아를 명확히 구분하겠다는 의도다.
실제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정은은 한·미·일 공조를 “반공화국 공조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미국의 책동”으로 평가하며 “조선반도정세를 더욱 예측할 수 없고 위태한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에 대응하기 위해 3국 공조가 강화된 원인과 결과를 뒤바꿔 역내 안보 불안이 고조되는 책임을 한·미·일에 돌린 것이다.
김정은은 한·미·일에 맞서 북·중·러가 밀착해야 한다는 분명한 목표도 제시했다. “반제(반제국주의) 자주적인 나라들과의 관계를 가일층 발전시켜 우리 국가의 지지연대기반을 더욱 튼튼히 다져야 한다”면서다. 노동신문은 이어 “적들이 무엇을 기도하든 그를 초월하는 초강경 대응으로,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것을 압도하는 강력한 실력 행사로 제압해 나가는 것은 우리의 대적투쟁 원칙이고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북한은 대외적으로 현재의 신냉전 프레임을 활용하고 ‘반제자주’ 연대와 대미·대남 대치 국면을 유지하며, 내부적으로 5개년 계획의 성과를 조기달성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이익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 총선 직후 국면전환 가능성이나 남북관계 개선 제의 수용 등은 현재로선 가능성이 제로(0)에 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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