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넘기는 이·하 전쟁…네타냐후 “전후 가자 통제권, 우리 손에 있어야”

문상혁 2023. 12. 31.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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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 공습으로 가자지구에서 하루 사망자만 100명 이상이 나온 가운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30일(현지시간) 전후 가자지구 남쪽의 통제권이 이스라엘 측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압박에 불구하고 가자지구 전후 해법에 대한 양국의 입장 차가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 2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이스라엘 국방부에서 내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30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저녁 기자회견에서 “국가안보위원회가 가자지구 전쟁 이후 문제에 관한 회의를 8차례 열었다”며 “이번 주 각료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소수의 최측근 인사들과 전후 가자지구에 대한 계획을 논의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발언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전후 계획 수립 필요성을 이스라엘 정부에 압박하던 가운데 나왔다.

전후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과 미국 양국의 입장은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기자회견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 남쪽에 대한 통제권은 우리 손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자지구 둘레에 이스라엘이 통제할 수 있는 완충 구역을 설정하겠다는 의미다.

로이터통신은 “이 계획이 실현되면 2005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철수를 사실상 뒤집는 것”이라면서 “하마스가 수년간 통치해온 가자지구가 이스라엘의 독점적 통제에 놓이게 된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 군인들이 가자지구에서 작전을 펼치고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가자지구 통치에 개입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바이든 행정부는 하마스 궤멸 이후 가자지구 통치는 PA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PA는 현재 요르단 강 서안을 통치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쟁 승리를 위해선 “앞으로 몇 달이 더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하마스 제거·인질 귀환이란 목표를 모두 달성할 때까지 싸움은 계속될 것”이라며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위협이 되지 않는 상황을 반드시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하마스 테러범 8000명 이상을 제거하고, 하마스의 군사적 능력을 차근차근 파괴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이스라엘 군인들이 가자지구에서 작전을 펼치고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의 강경 기조에 민간인 사상자는 계속 늘고 있다. 이날 하마스의 통제를 받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24시간 동안 165명이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가자 보건부에 따르면 개전 이후 2만 1600명 이상이 숨졌다. 뉴욕타임스(NYT)는 가자 중부 누세이라트와 부레이즈에 있는 난민 캠프를 공습한 이스라엘군은 수십만 명의 피란민이 모여있는 지역도 폭격했다고 전했다.

가자지구 최남단의 라파도 혼돈에 빠졌다. NYT는 포격에 무너진 주택, 사람들로 가득 찬 좁은 거리, 잔해에서 부상자를 옮기는 모습 등 상황을 보도했다. CNN은 이곳에서 9명의 가족이 한 개의 텐트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통조림으로 겨우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스라엘인 인질들의 가족과 지지자들이 지난 3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열린 석방을 촉구하는 집회에서 인질들의 사진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AP=연합뉴스


한편, 이날 이스라엘에선 전쟁 장기화에 따른 네타냐후 총리 퇴진과 조기 총선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수도 텔아비브에서 열린 이 날 시위에선 정부가 고집스럽게 전쟁을 고수한다면서 이 가운데 이스라엘군과 가자지구 주민의 희생이 커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작별할 유일한 대상은 하마스”라며 전쟁이 끝날 때까지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문상혁 기자 moon.sanghy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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