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민 감독 "'노량' 이순신 장군의 고독한 판단, 복기할 필요 있어" [D:인터뷰]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가 '노량: 죽음의 바다'(이하 '노량')으로 마지막 출항을 시작했다. 1761만 관객을 모으며 국내 역대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명량'(2014), 팬데믹 속에서 726만 관객을 동원한 '한산: 용의 출현'(2022), 그리고 '노량: 죽음의 바다'가 개봉 4일 만에 100만, 6일 만에 200만 관객을 넘고 '서울의 봄'과 극장가 쌍끌이 흥행을 주도 하고 있다.
영화는 제목처럼 '노량: 죽음의 바다'는 임진왜란이 막바지에 접어든 1958년 11월 이순신 장군이 명나라 수군과 힘을 합쳐 왜군을 섬멸한 노량대첩을 담았다. '한산'과 '노량'은 '명량'의 흥행으로 속편을 만든 게 아닌 처음부터 기획된 3부작이었다. 김한민 감독은 이순신 장군에게 깊이 빠져들게 됐을까.
"'봉오동 전투', '최종병기 활', '명량'을 역사 3부작으로 기획했었어요. '명량'을 준비하면서하면서 이순신이란 인물에 대해 더 파고들었꼬 더 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특히 해전마다 특징이 있었어요. '명량'은 모두가 두려움과 좌절에 빠져있던 상황을 용기라는 측면으로 전환시키는 게 힘든 건데 그걸 해낸 당사자 이순신 장군 이야기가 중심이었죠. 그걸 이 시대에 재조명하고 리마인딩하는 건 굉장히 중요한 일이었어요. '한산: 용의 출현'은 수세에 몰린 전쟁에서 공세로 바꿔내는 위대하고 힘든 일을 한 이순신 장군, 이번 '노량'은 치밀한 준비와 전략을 통해서 승리를 이끈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다. '명량'과 '한산'을 통해 관객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 호응을 받았지만 '노량'의 해전신을 100분에 걸쳐 치열하게 보여줘야 하는 이유를 고민하면서부터다. 이순신 장군이 죽음도 불사하고 명량해전을 수행하려 했는가에 대한 물음에 골몰했고 답을 찾았다.
"모두가 끝났다고 생각하는 전쟁이지만, 이순신 장군은 이렇게 적을 돌려보낼 수 없다는 고독한 판단을 하잖아요. 이순신 장군이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복기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답을 얻은 감독의 개인의 결론이 이번 '노량'에 담겼죠. 흥행을 위한 확장의 의미가 아니라 이 작품 자체로 가지고 있는 의미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명량'의 최민식, '한산'의 박해일, '노량'의 김윤석 세 명의 배우가 이순신을 연기했다. 김한민 감독은 각 배우가 그린 이순신 장군의 모습에 만족스러워했다.
"'명량'에서는 두려움을 용기로 전환한 용맹스러운 장군의 기개가 필요해 최민식이라는 배우를 캐스팅 했고 '한산'에서는 지략과 치밀한 전략기술을 보여줄 수 있는 지장의 젊은 이순신에 박해일 씨의 차갑고 냉철한 이미지가 필요했죠. '노량'은 전쟁의 종결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멀리까지 내다보고 있었던 현장으로서 이순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지혜롭고 문무를 겸비한 모습이라 김윤석 씨 밖에 없다고 생각했죠."
'노량' 속 100분의 해전신은 김한민 감독이 '명량'과 '한산'을 통해 얻은 내공이 모두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긴 시간 동안 바다 위 치열한 전쟁을 원테이크 촬영 기법을 적극 활용해 생동감 있게 표현, 긴장감과 전쟁의 참혹함을 동시에 전달했다. 이번 해전신을 위해 무려 25개의 VFX 업체와 800명의 인원이 투입되기도 했다. 장면의 시너지를 극대화 하기 위해 음악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원테이크 촬영 방식이 전장 속 중심에 있는 이순신이라는 존재를 보는 관객들에게 느낌이 남다를 것 같아 호흡감과 리듬감을 넣으며 해전 설계를 치밀하게 했습니다. 그렇게 설계가 되어야만 관객들이 따라올 수 있을 것 같았죠. 마지막 복병은 사운드 설계였습니다. 음악과 믹싱의 지점이 정말 거대한 오케스트라 같았으면 했죠. 사운드가 어떠냐에 따라 해석도 달라지고 몰입도도 달라져요. 특히 난전의 롱테이크는 사운드의 밸런스를 찾는 게 정말 힘들었어요. 너무 비트 있고 박진감 있게 가버리면 과도하고 정서적으로 몰입이 안되고 너무 센티멘털하면 신파가 되어버리더라고요. 이순신 장군이 세 장수의 환영을 보기까지 가장 핵심적인 소리로만 채웠습니다. 이런 작업을 하다 보니 1년이란 시간이 택도 없이 부족했어요."
이순신 장군이 죽음을 앞두고 '내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라고 남긴 말은 온 국민이 알고 있는 유명한 일화다. 관객들 모두 이 대사가 영화에서 어떻게 표현됐는지 세심하게 살필 것이다. 이 대사도 김한민 감독의 숙제 중 하나였다.
"'내 죽음을 적들에게 알리지 마라' 이 말은 대사에서 빼려고 했어요. 그게 욕을 먹지 않고 잘 피해 갈 수 있지 않을까 싶었죠. 또 참신할 것도 같았고요. 하지만 그럴 수 없겠더라고요. 이 말이 없으면 이순신 장군의 진정성이 어디서 드러날 것인가 싶었죠. 그렇다면 이 지점을 어디에 배치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했어요. 전국민이 아는 대사와 함께 제가 이순신 장군에게 빙의해 던지고 싶은 대사를 추가했어요. 최대한 담백하면서도 진정성 있게 표현하는 게 목표였습니다."
김한민 감독은 이순신 장군의 전쟁 7년을 담은 드라마를 기획 중으로, 또 다른 시작을 예고했다.
"8부작 정도 드라마로 나올 것 같아요. 이순신 시리즈는 전쟁 액션 대작으로 나온 것이고 3부작을 하다 보니 7년사를 안들여다 볼 수가 없겠더라고요. 7년 동안 외교가 굉장히 긴밀하게 돌아가 재미있어요. 오성과 한음을 중심으로 드라마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해 기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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