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걸음 떨어져 바라보는 법을 배운 올해 마지막 전시
[이수현 기자]
2023년의 마지막 금요일, 조금 이른 퇴근을 하고 친한 동료와 올해의 마지막 전시를 함께 보기로 했다. 동료와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회사 근처의 전시회를 보러 가는 우리만의 문화의 날을 즐기곤 하는데, 이번에는 점심시간이라는 시간 제한 없이 여유 있게 즐기자는 약속을 하고 입김을 호호 불며 전시회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번 전시는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진작가 이경준의 <One Step Away>로, 뉴욕을 포함한 도시를 하나의 유기체로써 그만의 패턴으로 기록하며 일상 속에서 새로운 시선을 던져주는 시간이었다.
Chapter 1. Paused Moments
▲ 골든아워 |
ⓒ 이수현 |
▲ 맨해튼의 여름 저녁 |
ⓒ 이수현 |
Chapter 2. Mind Rewind
<도시 속에 작은 점>이라는 주제로 이루어진 두 번째 공간은 "선과 면으로만 이루어진 듯한 프레임 속, 현대인의 하나의 조그만 점처럼 존재한다. 그러나 작디작은 점에도, 서로 다른 각자의 삶과 이야기가 녹아있다".
▲ 직물같은 건물의 패턴 |
ⓒ 이수현 |
▲ 루프탑의 휴식 |
ⓒ 이경준 |
Chapter 3. Rest Stop
▲ 공원을 구현해 둔 전시장 |
ⓒ 이수현 |
각자의 하루를 보낸 후 충실히 휴식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 어디서 왔던 무엇을 했건 중요치 않고 온전히 휴식하기 위한 공통점을 지닌 익명의 점들이 모여 하루 종일 바빴던 뇌의 리듬에 한 템포 느린 선율을 섞어 넣는다. 초록이 가득한 방에는 새소리와 물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나오고, 센트럴파크 이곳저곳을 촬영한 동영상도 계속해서 상영되고 있었다. 의자에 앉아 휴식하며 동료와 사진에 대한 감상과, 얼마 전 함께 들었던 유현준 교수의 강의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유현준 교수의 <도시 공간에 숨어있는 인문학적 의미>라는 교양 강좌를 들은 후, 그중 뉴욕의 이야기가 가장 인상 깊게 기억에 남았다. 뉴욕이 파리를 추월했던 이유는 30층짜리 건물을 지을 수 있게 되어 인구밀도의 증가를 가속화해 빠른 발전을 이룰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 센트럴 파크에서 휴식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는 것 만으로 힐링이 되었다 |
ⓒ 이수현 |
좋은 도시는 공짜로 쉴 수 있는 공간이 많아야 한다고 한다. 공원, 도서관, 벤치 등의 공간이 필요한데, 번화가의 한 구간을 비교해 봤을 때 뉴욕은 벤치가 170여 개, 서울의 가로수길에는 벤치가 3개가 있었다고 하니 서울이 얼마나 쉴 공간이 없는 도시인지 실감이 된다. 지금의 센트럴파크는 뉴욕 시민들이 사랑해 마지 않고, 모든 관광객들도 필수로 들르는 없어서는 안 될 융합의 공간이 되었다.
동료도 한 달간 뉴욕에서 지냈을 때 센트럴파크 가는 것을 가장 좋아했다고 하고, 나 또한 뉴욕 여행 때 가장 좋았던 순간이 센트럴 파크에서 할랄가이즈 케밥을 먹고 누워있던 순간이니. 뉴요커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이 하나의 공간에서 공통의 추억을 공유하는 것이기도 하다.
Chapter 4. Playback
"각자가 지닌 고민의 무게는 다르지만, 우리는 저마다의 이야기를 안고 살아갑니다. 한 걸음 멀리서 바라보면, 고민은 생각보다 가볍게 느껴지기도 하죠. 제가 넓은 시야를 통해 그 무게를 덜어낼 수 있었던 것처럼, 관람객분들도 위안을 얻을 수 있길 바랍니다"
▲ 고민의 무게를 나누기 |
ⓒ 이수현 |
▲ 작은 산봉우리가 된 고민들 |
ⓒ 이수현 |
덧붙이는 글 | 24년 3월 31일까지 그라운드시소 센트럴에서 열리는 이경준 작가의 사진전에서 위안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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