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다리 잃은 10살 소년, 英 최연소 훈장…28억 기부한 사연
부모의 학대로 두 다리를 잃었던 소년 토니 허젤(10)이 아동학대 예방 운동을 펼친 공로로 영국의 최연소 훈장 수여자가 됐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영국 BBC는 "찰스 3세 국왕이 수여하는 2024년 대영제국훈장(BEM)자 명단에 토니 허젤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허젤은 생후 6주쯤부터 부모에게서 폭행을 당해 패혈증, 독성 쇼크 증후군, 다발성 장기부전 등을 겪었다.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목숨은 건졌지만 팔·다리가 심하게 골절되고 한쪽 귀의 청력을 잃었다. 폭행 뒤 오랫동안 방치된 탓에 상태가 악화됐다는 것이 당시 의료진의 견해였다. 결국 허젤은 세 살 되던 해 두 다리를 절단하는 수술을 두 차례 받았다. 탈구된 엉덩이뼈는 영영 회복이 어렵다는 진단을 받았다. 2018년 허젤의 부모는 징역 10년 형을 선고 받았다.
허젤의 인생이 바뀐 건 새 부모 마크·폴라 허젤 부부를 만나면서였다. 위탁 보호자였던 부부는 17개월이었던 허젤을 정식 입양했다. 이들에겐 이미 8명의 자녀가 있었지만, 허젤에게 새 삶을 찾아주고 싶어 입양을 결심했다고 한다. 부부는 입양 직후 앤터니 스미스라는 기존 이름 대신 자신들의 성을 딴 새 이름을 지어줬다.
부부는 이어 아들의 이름을 딴 '토니 허젤 재단'을 세우고 아동학대 방지 운동을 펼쳤다. 이들은 신체·정서·심리적 학대 피해를 입은 아이의 재활을 돕기 위해 모금 활동을 하고, 아동학대자의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허젤도 새 가족의 보살핌 속에 건강하게 성장했다. 2020년 8세가 된 허젤은 의족·목발을 이용해 10㎞를 완주하는 자선 모금 캠페인에 성공해 자신을 치료해준 병원과 자선단체에 170만 파운드(약 28억원)를 기부했다. 더 타임스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를 위한 '보행기 행진'을 시도해 3200만 파운드(약 530억원)를 모금했던 참전용사 톰 무어에게서 영감을 받았다.
지난 2022년 영국에서 제정된 '토니 법'도 허젤의 이름을 딴 것이다. 잉글랜드·웨일스 지역에서 아동을 학대해 사망하게 한 경우 최대 종신형에 처할 수 있다는 게 법의 골자다.
허젤은 영국의 최연소 훈장 수여자다. BBC에 따르면, 이전까지 가장 어린 서훈자는 2년 전 선정됐던 뇌성마비 소년 토비아스 웰러(당시 11세)였다. 웰러는 지난 2020년 어린이 병원 후원금을 모으기 위해 보행 보조기구를 밀어 70여일 만에 42㎞를 완주해 화제를 모았다.
훈장 수여 소식을 접한 허젤은 "다른 아이들을 도우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몸으로 도전하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덕수궁 시체더미서 가져갔다…어느 미군의 ‘양말 속 국새’ | 중앙일보
- "아버지 이런 사람이었어요?" 암 진단 뒤 딸에게 온 '현타' | 중앙일보
- "호텔 엘리베이터서 성폭력 당했다"…유명 가수, 소송 건 상대는 | 중앙일보
- "이사 갈 집 청소 중이었는데" 원룸 화재로 숨진 5세 아이 아빠 충격 | 중앙일보
- 나체 '19금' 장면인데…초등생들 교실서 "좋았어, 영차" | 중앙일보
- "아버지, 농사짓지 마시고 배당금 받으세요"…똘똘한 효자 나왔다 | 중앙일보
- ‘40대 성폭행’ 중학생 “출소 후에도 그러면 사람 아니니 걱정 말라” | 중앙일보
- 유커 수천 명 태운 24층 높이 배…초대형 크루즈 목적지는 '이곳' | 중앙일보
- "집까지 소방차 태워줘" 거절하자 냅다 주먹 날린 50대 실형 | 중앙일보
- 10년간 버텨낸 보람있네…삼성·LG의 '미운 오리' 역대급 일냈다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