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하는 클래식 업계, 과도한 경쟁에 따른 내홍도 [D:이슈]

박정선 2023. 12. 31.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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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공연계에서 가장 뜨거웠던 분야를 고르자면 단연 ‘클래식’을 꼽는다.

팬데믹 기간 동안 한국 방문이 무산됐던 세계 수준급 실력의 오케스트라들이 줄줄이 내한했고, 클래식 스타들의 활약도 이어졌다. 세계 클래식 시장에서 위상을 높여가는 한국이지만 그 안에는 과도한 경쟁 구도로 인한 내홍도 있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베를린 필하모닉의 협연 ⓒ빈체로

예술경연지원센터가 발표한 ‘2023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클래식 장르의 공연 건수는 3247건, 티켓예매수는 약 126만건, 티켓판매액은 약 354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감율 기준, 전년 동기 대비 전 실적 모두 증가한 수치다. 특히 기악 공연의 약진이 클래식 전체 티켓 판매액 증가를 견인했다.

센터는 기악 공연이 빠른 기세로 성장한 이유로 팬데믹 기간 중 클래식 분야로 새롭게 유입된 젊은 관객들의 성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정통 클래식 뿐만 아니라 유연한 블래식 분야에 대한 애호를 가지고 있고, 이런 음악이 모두 기악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특징을 지녔다는 설명이다.

올해 큰 인기를 끈 클래식 공연만 살펴봐도 11월에만 세계 톱3 오케스트라로 손꼽히는 베를린 필하모닉, 빈 필하모닉, 로열 콘세트르헤바우 오케스트라가 공연했다. 이에 앞서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베를린 필하모닉, 라이프치히 게반하우스 오케스트라 등 세계적 수준의 악단과 협연했고, 지난 7월에 열린 2년 만의 단독 리사이틀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임윤찬은 루체른 심포니, 뮌헨 필하모닉과의 협연으로 국내 관객과 만났다.

대형 공연 외에도 새로운 관객을 유입시키는 통로로 유튜브 등을 활용하는 사례도 더 많아졌다. 디지털 매체가 미디어의 중심이 되면서 클래식 업계 역시 젊은 층, 새로운 관객층을 끌어들이려는 시도가 최근 몇 년 간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대표적으로 또모, 뮤라벨 등이 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내홍도 겪고 있다. 구독자 70만명에 달하는 클래식 유튜브 채널 또모는 클래식 음악과 예능을 결합한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큰 인기를 끌었는데, 앞서 채용 갑질 논란을 겪은 바 있던 터에 최근엔 경쟁 업체 공연에 악성 댓글을 대거 게재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공연기획사 스튜디오 더존은 지난 23일 소셜미디어(SNS)에서 “근래 저희가 주최한 공연이 끝날 때마다 어마어마한 악플에 시달리고 있었다. 부족한 점이 많아서 그렇다고 생각돼 공연의 질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플의 강도는 더욱 높아져만 가서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변호사를 선임, 강남경찰서에 수사 의뢰를 했다”면서 “아이피(IP) 추적 결과 클래식 유튜브 채널 및 공연기획사를 운영하는 또모로 판명됐다. 어떻게 일면식도 없는 저희에게 이런 무자비한 악플을 퍼부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모 측은 “확인되지 않은 추측성 게시글이나 비방성 글들과 관련해 당사는 법무법인을 선임했고, 법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며 “향후 이뤄질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등 명확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최선을 다함과 동시에 근거 없는 비방과 허위사실에 대해서는 엄중히 대응하겠다”고 맞섰다.

현재까지 두 업체의 주장이 맞서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러한 불필요한 경쟁 구도에서 발생하는 악의적 헐뜯기가 공연계의 이미지를 망가뜨리는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한 공연 관계자는 “이번 사건 뿐만 아니라 최근 미디어의 영향으로 클래식 업계도 기존 마니아층 외의 일반 대중이 함께 즐기는 장르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튜브, 온라인 등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공간에서의 과도하게 상대를 깎아내리려는 시도가 있는 것들은 매우 유감스럽다”면서 “성장하는 클래식 업계를 위해서는 실력적인 면은 물론이고 안정적이고 건강한 문화를 만들 수 있도록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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