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이원석 총장 "2024년 가장 중요한 목표는 민생 또 민생"
이원석 검찰총장이 내년 검찰의 가장 큰 목표로 민생범죄에 대한 대응을 강조했다.
이 총장은 31일 신년사를 통해 "2024년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목표는 민생, 또 민생, 오로지 민생"이라며 "우리 국민들이 집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그리고 길거리에서 걱정 없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검찰의 공직비리와 부패범죄 등에 대한 직접수사가 주목을 받고 있지만, 현재 90%가 넘는 검찰의 역량은 오롯이 민생범죄 대응에 투입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유 없이 생명을 앗아가는 흉기난동, 한 사람의 일상을 무너뜨리는 스토킹, 인격살인이라 할 성폭력과 디지털성범죄와 같이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는 더욱 철저히 엄단해 검찰이 약한 이웃을 든든히 지키는 방패가 되도록 하자"고 당부했다.
이어 "또한 성별, 연령, 국적, 피부색 등을 이유로 사람을 증오하고 차별하는 혐오범죄는 우리 공동체의 토대를 무너뜨리는 심각한 범죄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엄정하게 대응해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총장은 "전세사기 범죄의 피해자는 대부분 사회초년생과 서민들"이라며 "가진 전 재산을 빼앗고 삶의 터전을 위협하는 전세사기 범죄는 무관용 원칙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애써 모은 재산을 일순간에 약탈하는 보이스피싱, 어려운 서민을 등치는 불법사금융, 사회초년생을 노리는 투자사기·가상자산 범죄 대응에 빈틈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터로 출근한 근로자들이 안전하게 일하고 귀가하며, 땀 흘린 대가를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산업재해와 임금체불 사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 총장은 "마약범죄는 대표적 민생범죄"라며 "단지 손대는 사람뿐만 아니라 가족과 그 주변의 영혼까지 파괴하며, 강력범죄와 경제범죄의 수단으로 쓰이는 마약을 우리 사회에서 뿌리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생범죄의 철저한 수사와 재판을 통해 범죄를 엄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피해자와 가족들의 아픔을 보듬고 지원해 일상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며 "검찰구성원 모두 피해자가 우리 가족이자 이웃이라는 자세로 피해자 한 명 한 명이 '국가가 나를 든든하게 지켜준다', '국가는 내 편이다'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총장은 "검찰의 역할을 흔히들 공직자의 부정부패, 지방자치단체의 토착비리, 선거범죄, 담합·카르텔 공정거래범죄, 기업·경제·금융범죄, 첨단기술 유출과 같은 '거악 척결'에 중점을 두고, 이를 민생범죄와 다른 차원에서 보는 시각이 있다"며 "그러나, 우리 공동체의 존립기반을 흔들고 구성원이 공유하는 헌법가치와 질서를 부정하는 범죄야말로 대표적인 '민생범죄'라고 함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어 "'거악'으로 인해 당장 눈에 띄는 피해자가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부정부패와 비리 그리고 부정선거와 경제범죄는 전 국민을 피해자로 만들고 공동체를 붕괴시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총장은 내년 치러지는 총선에 대한 엄정한 수사도 당부했다.
그는 "특히 올해는 주권자인 국민이 대표를 선택하는 국회의원 선거가 실시된다"라며 "선거는 민주주의의 근간이자 헌법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제도"라고 말했다.
이어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과 국민의 뜻을 대변하는 정당이 공정하고 민주적으로 국민의 선택을 받고, 그 과정에서 국민의 의사가 왜곡되지 않도록 선거범죄에 엄정하게 대응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범죄를 저지르고도 세력을 동원해 수사와 재판을 맡는 형사사법기관을 흔들고 사법을 정쟁화해, 국가의 형사사법절차를 무력화하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아 안타까움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라며 "민주주의의 붕괴는 사법시스템에 금이 가면서 시작된다는 점을 잊지 말고, '죄를 지으면 반드시 벌을 받는다'는 우리 사법시스템의 당연한 약속이 올곧게 지켜지도록 각고의 노력을 다해 나가자"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총장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지켜줄 것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정치적 중립은 검찰이 지켜야 할 최우선 가치로서, 이를 훼손하거나 의심받게 하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으며 작은 오해의 소지도 없도록 공정하게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라며 "국민의 신뢰를 쌓는 것은 우공(愚公)이 산을 옮기는(移山)것만큼 어려우나, 그 신뢰가 무너지는 것은 손바닥 뒤집는(如反掌) 것만큼 한순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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