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에 있는 아들과 밥 한 끼 먹는 게 소원입니다"
이혁진 2023. 12. 31. 12:15
[현장] 탈북민 다큐 영화 '비욘드 유토피아' 시사회
"탈북민의 성공과 해피엔딩 보다 중국에 팔려가고 북에 끌려가는 두려움에 떨고, 한국에 오고 싶어하는 절박한 탈북민에게 더 관심이 필요합니다."
다큐는 중국에서 베트남, 라오스, 태국으로 이어지는 탈북루트와 함께 밀림과 감시망을 뚫고 탈출하는 탈북민들의 숨 막히는 여정을 담고 있다.
영화에 출연한 이소연씨는 "북에서 아들을 데리고 와 아들에게 자유와 행복을 전해주고 싶었지만 소망을 끝내 이루지 못해 자식에게 죄인 된 심정으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금 같은 겨울에 옷은 제대로 입고 있는지, 얼어 죽지 않기를 빌고 있다"며 "요즘 자식을 가슴에 묻는다는 말을 부모로서 이해한다, 이 영화가 저와 탈북인들에게 작은 위로와 용기, 그리고 희망이 되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노용길씨는 먼저 탈북한 언니와 남동생을 찾아 입국했다. 그녀는 "최악의 인권국가를 세계 최고의 행복한 나라로 믿고 산 지난 삶이 후회된다"고 말했다.
'추방가족'으로 몰려 오지로 갈 것이 두려워 탈북을 결심한 노씨는 "북에서는 김정은 원수님이라 존칭하지 않으면 간첩으로 의심받는데 여기서는 대통령 이름을 마음대로 부를 수 있어 자유를 실감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몸매가 드러나는 옷 입는 것조차 통제하는 북한은 추운 겨울에 탈북을 막는 강연을 자주 개최한다"라고 증언했다.
촬영 현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며 공동제작에 참여한 최대원 감독은 "이번 영화는 김성은 목사가 아니면 탄생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 목사의 풍부한 탈북 노하우와 경험으로 힘든 촬영을 마쳤다는 이야기다.
최 감독에 따르면 영화 제목 '비욘드 유토피아'는 처음에는 '비욘드 리버'로 명명했다고 한다. 유토피아는 북한이 선전하는 행복한 지상천국을 역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탈북을 돕는 실질적 재원마련 절실
김성은 목사는 이번 영화에 탈북민 가족과 함께 출연했다. 그는 탈북인들의 구세주로 불린다. 탈북인들이 그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수시로 의뢰하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까지 24년 동안 1천여 명을 탈북시켰다.
두 번 다시 가고 싶지 않은 코스를 김 목사는 지금까지 수도 없이 다녀왔다. 그는 "그간 탈북민 관련 영화를 10편이나 찍었지만 '어필'이 안돼 안타까운데 이번에 미국 감독이 찍어 세계에 알려지고 반응이 뜨거우니 기쁘면서도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들이 통일을 이야기하면서 내 민족이 팔려가는 것에 무관심한데 좌우를 떠나 이 영화를 통해 북한인권의 아픔과 슬픔을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유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이 영화가 요즘 젊은이들에게도 큰 울림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영화 이면의 현실적인 문제도 언급했다. 지금까지 목사가 속한 갈렙선교회가 대부분의 재원을 마련했다. 하지만 한계가 있으며 탈북을 돕는 브로커 비용 등 재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 목사의 증언은 계속됐다. 그는 "탈북민을 구출하는 과정에서 다큐의 두 가족처럼 희비가 엇갈리는 걸 보면 괴롭다"면서 이소연씨처럼 알려지면 알려질수록 고통받는 가족에 대한 배려를 강조했다.
탈북민을 이념과 민족 차원을 넘어서 보편적인 인간으로 보자는 관점도 있다. 통일과나눔 재단 전병일 사무국장은 "'먼저 온 통일'이라는 탈북민에 대한 인식과 달리 아직도 일부에서는 경계하고 있다"라며 "탈북민을 장애인과 다문화 가족처럼 우리 이웃으로서 포용하는 아름다운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소연씨는 올초 선댄스 영화제에 참가하기 전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미국 제작사에 결정할 시간을 달라고 했을 정도. 스크린에 나오는 아들 영상이 아들 구출에 해가 될까 우려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이상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 용기 내 참가를 결정했다.
이씨는 여전히 아들을 잊지 않고 있다. 지금도 브로커를 계속 접촉하고 있다. 그는 영화가 잘 되면 자신의 소원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씨는 마지막으로 "살아서 아들과 밥한끼 먹는 게 소원입니다"라고 말했다.
[이혁진 기자]
▲ 김성은 목사 |
ⓒ 이혁진 |
"탈북민의 성공과 해피엔딩 보다 중국에 팔려가고 북에 끌려가는 두려움에 떨고, 한국에 오고 싶어하는 절박한 탈북민에게 더 관심이 필요합니다."
'비욘드 유토피아' 시사회가 열린 지난 29일, 영화에 출연한 김성은 목사는 탈북민의 상황을 언급하면서 "지금 탈북민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는 것이 시급하다"라고 강조했다.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다
서울 신촌에 있는 필름포럼에서 서울국제사랑영화제 사무국 주관으로 '비욘드 유토피아' 시사회가 있렸다. 이어 영화출연자와 함께 하는 시네토크도 진행됐다.
미국 매들린 개빈 감독이 연출한 '비욘드 유토피아'는 탈북민 두 가족의 사연과 탈북과정을 다큐형식으로 소개하는 영화이다. 우리가 늘 접하는 탈북민들의 서사지만 미국에서 반응이 뜨겁다.
2023년 선댄스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하고 2024 아카데미 시상식 베스트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에 올랐다. 지난 10월 부산국제영화제 초대작으로도 주목받았다. 국내에서는 내년 1월 개봉한다.
2023년 선댄스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하고 2024 아카데미 시상식 베스트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에 올랐다. 지난 10월 부산국제영화제 초대작으로도 주목받았다. 국내에서는 내년 1월 개봉한다.
▲ 다큐 <비욘드 유토피아> 스틸 이미지. |
ⓒ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
다큐는 중국에서 베트남, 라오스, 태국으로 이어지는 탈북루트와 함께 밀림과 감시망을 뚫고 탈출하는 탈북민들의 숨 막히는 여정을 담고 있다.
영화에 출연한 이소연씨는 "북에서 아들을 데리고 와 아들에게 자유와 행복을 전해주고 싶었지만 소망을 끝내 이루지 못해 자식에게 죄인 된 심정으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금 같은 겨울에 옷은 제대로 입고 있는지, 얼어 죽지 않기를 빌고 있다"며 "요즘 자식을 가슴에 묻는다는 말을 부모로서 이해한다, 이 영화가 저와 탈북인들에게 작은 위로와 용기, 그리고 희망이 되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노용길씨는 먼저 탈북한 언니와 남동생을 찾아 입국했다. 그녀는 "최악의 인권국가를 세계 최고의 행복한 나라로 믿고 산 지난 삶이 후회된다"고 말했다.
'추방가족'으로 몰려 오지로 갈 것이 두려워 탈북을 결심한 노씨는 "북에서는 김정은 원수님이라 존칭하지 않으면 간첩으로 의심받는데 여기서는 대통령 이름을 마음대로 부를 수 있어 자유를 실감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몸매가 드러나는 옷 입는 것조차 통제하는 북한은 추운 겨울에 탈북을 막는 강연을 자주 개최한다"라고 증언했다.
촬영 현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며 공동제작에 참여한 최대원 감독은 "이번 영화는 김성은 목사가 아니면 탄생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 목사의 풍부한 탈북 노하우와 경험으로 힘든 촬영을 마쳤다는 이야기다.
최 감독에 따르면 영화 제목 '비욘드 유토피아'는 처음에는 '비욘드 리버'로 명명했다고 한다. 유토피아는 북한이 선전하는 행복한 지상천국을 역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 <비욘드 유토피아> 시네토크 출연자들 |
ⓒ 이혁진 |
탈북을 돕는 실질적 재원마련 절실
김성은 목사는 이번 영화에 탈북민 가족과 함께 출연했다. 그는 탈북인들의 구세주로 불린다. 탈북인들이 그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수시로 의뢰하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까지 24년 동안 1천여 명을 탈북시켰다.
두 번 다시 가고 싶지 않은 코스를 김 목사는 지금까지 수도 없이 다녀왔다. 그는 "그간 탈북민 관련 영화를 10편이나 찍었지만 '어필'이 안돼 안타까운데 이번에 미국 감독이 찍어 세계에 알려지고 반응이 뜨거우니 기쁘면서도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들이 통일을 이야기하면서 내 민족이 팔려가는 것에 무관심한데 좌우를 떠나 이 영화를 통해 북한인권의 아픔과 슬픔을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유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이 영화가 요즘 젊은이들에게도 큰 울림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영화 이면의 현실적인 문제도 언급했다. 지금까지 목사가 속한 갈렙선교회가 대부분의 재원을 마련했다. 하지만 한계가 있으며 탈북을 돕는 브로커 비용 등 재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 목사의 증언은 계속됐다. 그는 "탈북민을 구출하는 과정에서 다큐의 두 가족처럼 희비가 엇갈리는 걸 보면 괴롭다"면서 이소연씨처럼 알려지면 알려질수록 고통받는 가족에 대한 배려를 강조했다.
탈북민을 이념과 민족 차원을 넘어서 보편적인 인간으로 보자는 관점도 있다. 통일과나눔 재단 전병일 사무국장은 "'먼저 온 통일'이라는 탈북민에 대한 인식과 달리 아직도 일부에서는 경계하고 있다"라며 "탈북민을 장애인과 다문화 가족처럼 우리 이웃으로서 포용하는 아름다운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소연씨는 올초 선댄스 영화제에 참가하기 전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미국 제작사에 결정할 시간을 달라고 했을 정도. 스크린에 나오는 아들 영상이 아들 구출에 해가 될까 우려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이상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 용기 내 참가를 결정했다.
이씨는 여전히 아들을 잊지 않고 있다. 지금도 브로커를 계속 접촉하고 있다. 그는 영화가 잘 되면 자신의 소원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씨는 마지막으로 "살아서 아들과 밥한끼 먹는 게 소원입니다"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스토리에도 게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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