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뿌리 뽑기 불가능"…이스라엘 전쟁, 끝나도 끝 아니다
31일(현지시간) 85일째로 접어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전쟁이 해를 넘어 계속될 기세다. 미국이 이스라엘에 출구 전략을 압박하는 가운데 이스라엘은 이날도 가자지구 남부에 공습을 퍼부으며 하마스 축출 작전을 이어갔다.
이번 사태는 지난 10월 7일 새벽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됐다. 이를 “이스라엘판 9.11”로 규정한 이스라엘은 ‘피의 보복’에 나섰다. 지금까지 이스라엘에선 1200명 사망·240명 납치, 팔레스타인 쪽에선 2만명 넘는 사망자가 나왔다. 가자지구 내 이재민은 170만 명에 육박한다. 이번 전쟁은 인명 피해 규모로만 따져도 이번 전쟁은 이스라엘 건국(1948년) 이래 네 차례 중동 전쟁을 포함해 가장 치명적인 무력 충돌로 기록될 전망이다. 향후 전쟁의 판도와 정세를 국내 전문가·외신 보도를 종합해 정리했다.
①해 넘기는 작전, 언제까지 가나
전쟁이 전격적인 휴전 합의 또는 소강상태로 접어드는 시기와 관련해 국내 전문가들의 관측은 엇갈린다. 성일광 고려대 중동·이슬람센터 연구위원은 “미국의 의중대로 1월 말에서 최대 2월 중순까지 지상 병력을 철수하고, 하마스 섬멸을 위한 소규모 병력만 남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백승훈 한국외대 융합인재대 겸임교수(중동정치)는 “네타냐후 총리로서는 하마스 축출과 같은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않은 상태에서 전쟁을 끝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하마스 기습 사태에 대한 책임 여론이 있는데, 결과마저 미약하면 국내 정치적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로선 이스라엘에 대한 첨단 무기 지원과 돈줄을 쥐고 있는 미국의 의중을 무시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지난 2014년 이스라엘이 하마스 축출을 위해 가자지구에 6만 병력을 투입했을 때도, 이스라엘의 작전이 40일을 넘기며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상자가 속출했다. 이에 당시 오바마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휴전을 요구했고, 이스라엘은 전쟁 50일째 되는 날 휴전을 선언했다. 이번 전쟁에서도 미국은 지난 10월 조 바이든 대통령이 텔아비브를 방문한 이후로 이스라엘의 작전을 막후에서 미세 조정해왔다.
②2014년엔 美압박으로 50일 만 휴전
미국의 인내심은 그러나 날이 갈수록 바닥나고 있다. 일단 전쟁이 장기화하며 점차 이스라엘에 불리한 국제 여론은 늘어나고 있다.온라인 매체 복스는 “최근 영국과 프랑스 같은 미국의 전통적 동맹들까지 미국에 반대해 휴전을 요구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달 중순 유엔 총회의 “즉각·인도주의적 휴전(ceasefire)” 결의안엔 한국도 찬성표를 던졌다. 미국 등 극소수만 반대했다.
더구나 내년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은 재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10월 이후 최근 두 달 간 지지율은 대세 하락하고 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장은 “바이든의 지지율 하락 요인에는 외교 이슈보다는 고령 등 다른 요소가 더 크게 작용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이스라엘 전쟁이 장기화할수록 자칭·타칭 ‘외교 전문가’인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트럼프 전 대통령과 차별화 지점이 더더욱 없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③“하마스 뿌리 뽑기, 불가능”
국내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미션 임파서블’ 요구”라고 한목소리로 평가했다. 그중에서도 네타냐후 총리가 첫 번째 조건과 관련해선 근본적으로 하마스 세력을 뿌리 뽑는 게 가능하냐는 의구심이 있다. 김강석 한국외대 아랍어과 교수는 “하마스는 단체가 아닌 이슬람주의 강화를 앞세운 일종의 노선”이라서 “지금의 지도부가 와해하더라도, 팔레스타인 사람들 사이에서 하마스를 계승하는 단체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과거 이스라엘의 팔레스타 분쟁 사례를 돌이켜보면 이스라엘이 전투에선 이겼지만, 이슬람 무장세력의 세를 불리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점을 지적하는 이들도 있었다. 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남부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소탕 작전은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 헤즈볼라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2014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때도 가자지구에서 하마스의 입지만 더욱 강화했다는 평가가 있었다.
④이스라엘판 비무장지대(DMZ) 꺼낸 네타냐후
백승훈 교수는 “네타냐후는 한국이 남북 간에 두고 있는 DMZ를 이스라엘도 요구하겠다는 것”이라면서 “공개된 요구만 봐선 완충 구역을 가자지구의 안쪽에 둘지, 이스라엘 영토인 바깥에 둘지도 알 수 없어 가자지구의 영역을 침범하는 방식이라면 국제법이나 여론 측면에서 받아들여질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강석 교수는 반면 “이스라엘은 과거 가자지구를 점령했다가 팔레스타인의 저항·테러에 못 이겨 2005년 정착촌·군 기지 전면 철수 결정을 한 전적이 있다”면서 “가자지구를 직접 통제하는 비용이 많이 든다는 건 이스라엘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성일광 위원은 “미국은 가자지구와 서안지구 모두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맡기를 원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현재 무기력하고 노쇠한 무하마드 압바스 수반 대신 살람 파야드 전 팔레스타인 총리 등 다른 인물을 수장으로 세우고 싶어한다는 관측이 있다”고 전했다.
⑤바이든·네타냐후 운명은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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