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임원 아들 부정합격' LG전자 前 인사 책임자 집유 확정
채용 청탁 관리대상자였던 임원의 아들이 합격 점수에 미치지 못했는데도 부정하게 합격시킨 LG전자 전 인사책임자의 유죄가 확정됐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최근 확정했다.
LG전자 본사 인사 책임자였던 박씨는 2013∼2015년 신입사원 선발 과정에서 이 회사 임원 아들 등을 부정 합격시켜 공정해야 할 채용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씨는 늘어나는 채용 청탁 문제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2014년 3월 '채용 청탁 관리 방안'을 수립해 채용 청탁 수용 조건과 처리 절차를 정하도록 지시했다. 그리고 2014년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 때부터 해당 방안을 적용하기로 결정하고 계열사에 이 같은 인사 방침을 내려보냈다.
본사나 6개의 사업본부에 접수되는 채용 청탁을 본사 채용팀에서 전부 취합한 뒤 각 본부 인사담당 임원과 함께 청탁 수용 여부를 최종 검토해 결정하는 방식이었다. 채용 청탁 관리대상자들은 'GD'로 지칭됐다.
박씨는 2014년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모 생산그룹장을 맡고 있던 임원의 아들 A씨가 채용 공고상 응시자격 중 하나인 '최종학교 기준 전학년 평점 3.0/4.5 이상' 요건을 갖추지 못해 서류전형에 불합격했음에도, '대학원 학점이 낮아 불합격 판정을 받았으나 학사 점수는 낮지 않으니 , 서류전형을 통과할 수 있도록 검토 해 달라'고 실무자에게 지시해 1차 전형에 합격시켰다.
1차 서류전형 합격자에 부당하게 포함된 A씨는 2차 전형인 인적성 검사에서도 합격 점수에 미치지 못했지만, 합격자 명단에 포함돼 면접을 치렀고, 최종 합격돼 2014년 7월 20일 신입사원으로 채용됐다.
박씨는 또 2015년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인사 청탁을 받은 관리대상자 B씨가 2차 면접대상자 105명 중 102등을 기록해 상위 60등의 합격자 안에 포함될 수 없었는데도, 'B씨를 합격시켜서 추가 검증을 받게 하라', '본사 윗분들의 컨펌을 받았으니 B씨가 최종 면접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 달라'는 취지로 지시해 2차 전형 합격자 명단에 포함되게 만들었다. 결국 B씨는 2015년 7월 19일 신입사원으로 채용됐다.
2013년 12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본사 인사담당으로 근무하면서 신입사원 채용 등 인사 관련 업무를 총괄했던 박씨는 본사 채용팀장, 본사에 소속된 본부 HR담당 등 7명과 함께 회사의 인사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법원은 박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나머지 공범들에게도 벌금 700만원~1000만원이 선고됐다.
재판에서 박씨는 "다양한 재능을 가진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채용 행위는 사기업의 재량 범위 내에 있기 때문에 범죄가 될 수 없다"라며 무죄를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공소사실 기재 행위는 사기업의 정당한 채용 재량의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서 면접위원들의 면접업무 및 회사의 신입사원 채용업무를 방해한 업무방해 범행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LG전자가 기본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사기업으로서 채용 과정에서 상당한 재량권을 가지는 점은 당연하다"라면서도 "하지만 그 채용 재량이 법률을 위반하거나 사회통념상 공정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정도를 허용하는 것은 아니고, 기업이 외부에 표방해 온 가치와 비전, 기업의 형태(주식회사로서 전체 주주의 이익에 대한 고려), 채용 단계에서 외부적 의사표시인 공고의 내용, 채용의 유형(공채/특채), 공개경쟁채용제도에서 본질적으로 추구해야 할 투명성, 공정성, 형평성의 법적 수준과 사회통합적 공감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그 범위가 결정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양형 이유에 대해 재판부는 "LG전자 본사의 인사업무를 총괄하며 큰 영향력을 행사하던 지위에서 부적절한 '관리 방안' 및 '관리 지침'의 수립, 관리대상자(GD)의 수집·관리, 채용 과정에서의 활용 등으로 초래된 결과에 대한 죄책이 크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피고인은 채용 과정에서 스스로 결정해 하달한 '관리 지침'에도 반해 2차 면접 및 최종면접의 결과를 왜곡하는 지시를 내리기까지 했다"라며 "채용 절차의 적정성과 공정성을 허무는 범행으로 사회에 큰 허탈감과 분노를 자아냈고, LG전자의 비전과 가치, 기업이미지가 크게 훼손됐다"고 덧붙였다.
2심 재판부의 판단도 같았다.
2심 재판부는 검사의 공소장 변경에 따라 1심판결을 파기했지만, 박씨에게 같은 형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이 같은 하급심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의 '위계' 및 공모공동정범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박씨의 상고를 기각한 이유를 밝혔다.
박씨는 현재 LG그룹 연수기관 임원으로 재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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