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도 교실서 "좋았어, 영차"…낯뜨거운 '19금 밈' 판친다
부산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는 최근 ‘19금 밈(meme)’과 씨름하느라 연일 진땀을 빼고 있다. 3~4명씩 짝을 지은 학생들이 골반에 손을 올린 채 하체를 비틀면서 “좋았어! 영차!”라고 외치는 행위가 유행으로 번져서다. A씨는 “쉬는 시간이면 학생들이 시도 때도 없이 영차를 외친다”며 “19금 밈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아이들이 대다수고, 알면서 하는 학생도 있어 엄격히 지도 중”이라고 말했다.
‘영차’ 밈은 2015년 개봉한 영화 ‘내부자들’의 한 장면에서 유래했다. 부패 정치인 장필우 역을 맡은 배우 이경영이 성매매가 이뤄지는 술자리에서 폭탄주를 제조하는 장면이다. 영화에서 “좋았어! 영차!”라는 대사는 없지만, 이 장면을 패러디한 유튜브 채널 ‘경영자들’에서 코미디언들이 ‘영차’, ‘좋았어’ 등 추임새를 넣으면서 밈으로 자리 잡았다.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X탄주’, ‘영차 샷’ 등으로 불리면서 건배사로도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19금 밈이 초등학생에게까지 마구잡이로 번지는데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 적지 않다. 초등학생 자녀를 두 명 둔 김모(42)씨는 “자녀들이 유튜브 쇼츠·틱톡 등을 통해 각종 밈을 무분별하게 접하고 있다”며 “성인지 감수성이 제대로 잡히지 않은 나이에 어른들의 왜곡된 성 문화를 알게 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에는 밈의 원본 격인 ‘나체 씬’도 버젓이 올라와 있다. 유튜브는 커뮤니티 가이드에서 과도한 노출 및 성적인 콘텐트 등 음란물을 게시하면 콘텐트를 삭제하거나 채널을 폐쇄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하지만 6월 올라온 해당 영상은 별도 성인 인증 없이 재생할 수 있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심의를 거쳐 유튜브 등에 음란·성매매 정보 삭제 등을 요구할 수 있지만, 실제로 삭제 되는 경우는 드물다. 방심위에 따르면 올해 들어 11월까지 접수된 유튜브 음란·성매매 신고는 총 398건이고, 이중 시정요구는 23건에 그쳤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지상파보다 규제가 적은 유튜브 등 플랫폼이 발달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며 “코미디언의 표현의 자유도 존중돼야 하지만, 미성년자에게 미칠 영향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Z세대는 특정 문화 콘텐트를 깊이 소비하는 디깅(Digging) 문화를 갖고 있어 밈 원본 영상을 알게 되는 것은 순식간”이라며 “유튜브 등 플랫폼이 음란성 콘텐트는 적극 삭제해 미성년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근 기자 lee.youngk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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