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간 반품 223조원"...美쇼핑대목 후폭풍 온다[뉴욕다이어리]
크리스마스 연휴 이후인 지난 28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메이시스 백화점 1층 한쪽에 긴 줄이 늘어섰다. 온라인 구매제품 픽업 등을 위한 서비스센터인데, 이날 따라 유독 큰 박스나 종이백을 잔뜩 든 이들이 많았다. 살펴보니 11~12월 연말 쇼핑 대목 기간 구매했던 물건들을 환불하기 위한 줄이었다. 한 메이시스 직원은 "12월26일부터는 '반품 시즌'의 시작"이라며 "올해는 반품 수수료를 내지 않기 위해 직접 매장을 찾은 손님들이 더 많아진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미국에서는 매년 추수감사절부터 크리스마스 연휴까지를 연말 쇼핑 시즌으로 칭한다. 유통업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대규모 할인에 나서고, 가족이나 지인용 선물을 사기 위한 고객들의 발길이 몰릴 때다. 미국의 최대 쇼핑 대목인 블랙프라이데이, 사이버먼데이 등도 이 기간에 포함된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연휴가 끝난 이후부터는 약 한 달에 걸쳐 본격적인 반품 시즌도 시작된다. 대대적인 반품에 현지 언론들조차 이 시기가 되면 "연후 후 반품 숙취(Post holiday Returns Hangover)가 시작됐다"고 표현할 정도다. 반품 서비스 제공업체인 옵토로는 미국 소비자들이 올해 추수감사절부터 내년 1월 말까지 약 1730억달러(약 223조원)에 달하는 상품을 반품할 것으로 예상했다. 유십의 설문조사에서는 10명 중 4명 상당이 적어도 하나 이상의 상품을 반품할 것이라고 답했다.
기업들에게 있어 반품은 늘 골칫거리다. 반품 1건마다 배송비, 인건비 등이 추가로 따라붙으면서 이윤이 축소되기 때문이다. 물류회사 나르바르에 따르면 100달러짜리 품목을 회수하고 재판매하는 데 드는 비용은 32달러로 추정된다. 반품된 제품들이 제값을 받고 팔릴 리도 만무하다. 일부 품목들은 매장 선반 위로 돌아가지만, 상당수가 창고근로자들의 선별 절차를 거쳐 할인매장이나 기부, 폐기 수순으로 이어진다.
'반품 천국'으로 불리는 미국은 오래전부터 관대한 반품정책을 시행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그간 업체들은 반품정책이 고객 유치, 매출 증대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하에 반품에 따른 추가 비용을 감내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더이상 감내하지 못할 수준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쏟아진다.
전미소매연맹(NRF)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쇼핑객들은 온·오프라인에서 구매한 품목의 16.5%를 반품했다. 이는 약 8170억달러 규모다. 리서치회사 가트너 역시 어느덧 반품 문제가 1조달러에 육박하는 문제가 됐다면서 기업으로선 반품 과정에서 마진의 50%를 잃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급증한 온라인 쇼핑, 신발 한 켤레를 사더라도 여러 사이즈와 색상을 동시에 구입한 후 하나만 남기고 반품하는 이른바 '브래킷팅(Bracketing)' 쇼핑 형태는 이러한 문제를 한층 가열시켰다.
최근 들어서는 비용 부담을 못 이긴 상당수 업체가 결국 무료 온라인 반품정책을 폐기하면서 수수료를 내지 않기 위해 직접 매장을 찾는 발길도 늘어나는 추세다. 메이시스 역시 스타리워드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은 고객들에게는 온라인 주문에 대한 반품 비용으로 9.99달러를 청구하기 시작했다. 다만 매장을 방문할 경우 온·오프라인에서 구매하거나 선물 받은 제품들을 무료로 반품가능하다. 이날 반품을 위해 차곡차곡 쌓인 상품들은 다시 선별 절차를 거쳐 매장 선반 위나 할인 매장, 기부, 폐기행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 가운데 반품 시즌을 노리는 소비자들도 있다. 이른바 '애프터 크리스마스 세일'이라는 명목하에 그간 미처 팔리지 않았던 상품, 반품 상품을 중심으로 특가가 제공되기 쉽기 때문이다. 이날 메이시스에서 반품용 종이백을 들고 줄 서 있던 한 여성도 반품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8층에 위치한 할인코너인 백스테이지 매장으로 향했다. 고물가 시대라 더 주목하게 되는, 또 하나의 연말 소비 풍경이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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