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in전쟁사]예멘 반군이 봉쇄한 홍해 해협, '눈물의 문'이 된 사연

이현우 2023. 12. 31.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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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부터 해적·사고 잦은 해협
중동판 삼국지 벌어진 예멘 혼란
IS·알카에다도 쫓아낸 소말리아 해적

예멘 후티반군이 홍해 무역로에서 유조선과 무역선들을 무차별 공격하면서 전세계적인 물류 대란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는 많은 화물들이 최단거리 해상로인 수에즈운하와 홍해 무역로를 이용하지 못하고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을 크게 돌아서 가는 우회항로로 몰리면서 적지않은 손실이 발생했는데요.

후티반군이 봉쇄한 해협 자체가 매우 좁고, 고대부터 '눈물의 관문'이라 불릴 정도로 해적과 각종 사건사고가 많던 지역이다보니 쉽게 해결되기 어려워보입니다. 이 배후에는 '중동판 삼국지'라 불릴 정도로 복잡하기 짝이없는 예멘의 정정불안과 해적이 지역산업화 돼버린 소말리아의 극심한 혼란이 함께 도사리고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이처럼 복잡한 지정학들이 얽히고 섥힌 홍해 무역로의 역사와 후티반군의 봉쇄 문제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다국적 함대 결성 난항…美도 극악의 가성비 우려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먼저 뉴스부터 살펴보죠. CNN에 따르면 미국이 지난 18일 후티 반군의 위협에 대응한다며 출범한 다국적 함대, '번영의 수호자 작전'의 참여율이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미국 정부는 번영의 수호자 작전 출범을 선언하면서 영국, 바레인, 캐나다,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노르웨이, 세이셸, 스페인 등 10개 이상 동맹국들이 동참한다고 밝혔죠. 이후 그리스와 호주 등 20개 이상 국가가 추가 참여를 신청했다고 과시했는데요.

그런데 막상 동맹들이 적극적 참여를 꺼리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국방부는 미국이 아니라 자국 선주들의 요청에 따라 홍해에 선박을 파견하겠다고 독자적인 자국선박 보호를 선언했죠. 프랑스도 홍해에서 항행의 자유를 확보하려는 노력을 지지한다면서도 자국 선박은 프랑스가 지휘한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스페인은 아예 번영의 수호자 작전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기존 유럽연합(EU) 차원의 해적작전이던 아탈란타의 사용에도 반대한다고 했죠. 호주도 당초 홍해에 군함을 보내 달라는 미국의 요청을 거절했다가, 군인만 파견하기로 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 내 미국 동맹국들 대다수는 아예 함대 구성 자체에 반대해왔죠.

이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 교전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섣불리 중동 문제에 개입하고 싶지 않은 국제사회 전반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홍해 초입 '바브엘만데브' 해협…'눈물의 관문'
바브엘만데브(Bab al-Mandab) 해협 인근 주요 항구였던 모카(Mocha)항의 모습을 그린 17세기 삽화.

현재 후티반군이 무역선을 공격하고 있는 홍해와 인도양을 연결하는 곳인 '바브엘만데브(Bab al-Mandab)' 해협은 고대부터 매우 중요한 무역로 중 하나였습니다. 아랍어로 '눈물의 관문'이란 뜻을 갖고 있다는데요. 이 지역을 시작으로 아라비아반도와 이집트 일대 수많은 항구들이 놓여있고, 해협 자체도 좁다보니 해적이 판을 치고 물살도 거세 해상사고가 상당히 빈번했기 때문으로 알려져있죠.

이 해협은 커피의 역사와도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인접한 곳에 커피 무역항으로 유명한 예멘의 모카(Mocha) 항구가 위치해있기도 한데요. 카페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메뉴인 '카페모카'의 어원이 여기서 비롯됐습니다.

이곳은 과거 커피 원두가 중동과 유럽으로 수출되는 중요한 항구였습니다. 중세시대 모카의 지배자들은 커피 원두가 타국에 건너가 다른 지역에서 커피가 생산될 것을 우려해 커피 원두를 모두 볶아서 수출하도록 강제했다는데, 이러한 관행이 현대 커피 탄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알려져있죠.

주로 6세기 이후 동로마제국과 사산조 페르시아간 교전으로 육상 실크로드 길이 위험해지면서 주요 해상 무역로로 자리매김한 이 해협은 17세기 오스만 투르크 제국이 동지중해 일대를 석권한 이후 한동안 크게 번영했습니다. 하지만 19세기부터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축소와 지역 토후들의 반란이 지속되고, 영국과 프랑스 등 서구열강의 침략이 겹치면서 정정불안이 계속 이어졌죠.

'중동판 삼국지' 진행 중인 예멘, 생지옥으로 변한 소말리아
예멘 후티반군의 행진 모습.[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19세기 이후 정정불안이 겹겹이 쌓여 폭발한 지역이 바로 현대 예멘지역입니다. 예멘은 흔히 1980년대까지 교과서에서 우리와 같은 분단국가로 수록돼있었는데요. 1962년 자유진영인 북예멘이 세워졌고, 1967년 공산진영의 남예멘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면서 1990년 통일 전까지 대치했었기 때문이죠.

이후 양측 합의로 통일됐던 예멘은 다시 내전에 휩싸이며 갈라집니다. 이후 1994년 사우디아라비아의 군사지원을 받은 북예멘에 의해 강제로 무력 통일을 이루었지만, 계속해서 크고 작은 내전이 끊이질 않았죠. 2009년부터 북예멘 지역을 기반으로 이란의 배후 지원을 받은 후티반군이 활동하면서 다시 분열조짐이 심화됐고, 2014년부터 후티반군과 정부군간 교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재는 중동판 삼국지라고 불리고 있는데요. 북부는 후티반군이, 중부는 정부군이, 남부는 또다른 군벌들의 연합체인 과도위원회가 장악하면서 국토가 크게 3조각이 났습니다. 그리고 곳곳에 이슬람국가(IS), 알카에다 지부들이 들어서면서 극도의 군사적, 정치적 혼란에 휩싸인 상태입니다. 정부군이 후티반군을 제어하지 못하면서 이들이 홍해 무역로까지 위협하게 된 것이죠.

더군다나 바로 바다건너 소말리아 지역은 1991년 이후 계속 내전 중인 상황입니다. 이 내전에서 자생한 소말리아 해적은 지난 2011년 우리나라 청해부대의 '아덴만의 여명' 작전으로 우리에게도 상대적으로 익숙한데요. 소말리아 연안지역들은 해적들이 완전히 장악하면서 무역선 약탈이 지역산업처럼 변질되고 말았습니다. 이들도 여전히 홍해 무역로를 위협하는 주된 세력으로 불리고 있죠.

이러한 인근 지역들의 정정불안이 장기화되면서 눈물의 관문에서 눈물이 그칠 날은 아직도 요원해 보입니다. 국제사회의 공조를 통해 이번 위기도 잘 넘기기를 바라봅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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