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불문, 몇 초면 끝"…환불 천국 中[베이징 다이어리]

베이징=김현정 2023. 12. 31. 08: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최근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세계적으로 환영받는 분위기다.

하지만 현지에서 경험하는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최대 장점은 '저렴한 가격'이 아니다.

중국에서 먹거리 구매를 위해 2, 3일에 한 번은 이용하는 알리바바의 신선 슈퍼마켓 체인 '허마셴셩'이나 메이퇀의 신선식품 전문 배송 서비스 '메이퇀마이차이'가 대표적이다.

당시에 집에는 50대의 중국인 여성이 함께 있었는데, 환불요청을 하라고 권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세계적으로 환영받는 분위기다. 한국에 상륙한 알리 익스프레스와 테무는 냉각된 한중관계가 무색하게 승승장구 중이고, 이 추세는 미국이라고 다르지 않다. 최대 장점으로는 가격 경쟁력이 꼽힌다. 무섭게 치솟는 물가로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은 물건의 국적을 따지기보다는 가성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지에서 경험하는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최대 장점은 '저렴한 가격'이 아니다. 어느 나라의 그것과 견줘도 가장 소비자 친화적인 '환불·교환' 정책이다. 경험담을 공유한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중국에서 먹거리 구매를 위해 2, 3일에 한 번은 이용하는 알리바바의 신선 슈퍼마켓 체인 '허마셴셩'이나 메이퇀의 신선식품 전문 배송 서비스 '메이퇀마이차이'가 대표적이다. 얼마 전 국거리용 소고기를 주문해 개봉하고 도마 위에 올려 고기를 썰었는데, 자른 단면의 고기 색이 거무튀튀하니 영 신선하지 않았다. 당시에 집에는 50대의 중국인 여성이 함께 있었는데, 환불요청을 하라고 권했다. 번거로우니 그냥 먹겠다고 하자 그녀가 말했다. "몇 초면 돼, 몇 초면."

앱을 열어 주문내역에서 '환불'을 눌렀다. 사유를 적는 칸과 사진 입력란이 떴다. '신선하지 않다'라고 짧게 적고, 고기의 단면 사진을 첨부해 올렸다. 업로드하고 3초도 채 지나지 않아 고깃값 전액이 입금됐다. 담당자의 확인이나 내부 검토 따위는 생략한 속도다. 환불한 물건은 찾으러 오지 않았다. 배달 기사를 보내 물건을 되받아 오고, 그것을 처리하는 비용이 더 높다는 계산에 따른 것일 테다.

어느 날은 알리바바 타오바오를 통해 68위안(약 1만2300원)짜리 아동용 바지를 주문했다. 오염에 강한 검은색을 선택해 결제했는데, 며칠 뒤 도착한 바지는 밝은 회색. 택배를 뒤늦게 풀어보는 바람에 도착 나흘 뒤에야 확인한 오배송이었다. 타오바오의 판매자에게 바지 사진과 주문내역을 메시지로 보내며 어찌 된 것인지 물었다. 곧장 "잘못 보냈다. 다시 보내주겠다"면서 수거 신청을 해달라는 답이 왔다. 귀찮기도 하고, 다시 보니 잘못 온 바지도 나쁘지 않아 그냥 입겠다고 했다. 돌아온 제안이 의외였다. 판매자는 "10위안(약 1800원)을 보상해주겠다"면서 곧장 부분 환불 형태로 타오바오 앱을 통해 돈을 돌려줬다. 최근엔 추운 날씨 탓에 쌀 포대가 포장 박스 내에서 터져 약간 새어 나온 일이 있었는데, 쌀값의 10%를 돌려받았다.

이 밖에도 쇼핑 생활에는 크고 작은 불만이 발생했다. 사이즈가 맞지 않거나, 물건의 색상이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거나, 위조품이 왔거나. 그때마다 단순 변심을 포함해 이유를 불문하고 단 한 번의 예외 없이 환불이나 교환이 가능했다. 수수료나 배송비를 부담한 적도 없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들은 환불 편의성을 더욱 개선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환불 신청 이후 48시간 이내에 판매자에게 응답이 없으면 자동으로 환불토록 하거나, 문제가 있다면 물건 반품 없이 환불받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 것 등이다. 일부 언론이 구매의 남용과 판매자들의 수익성을 우려할 정도로 제도는 구매자의 편에 밀착해있다. 한국이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값싼 가격의 공습이 아니다. '14억 내수'라는 규모의 경제가 만들어 낼 차원이 다른 서비스는, 또 다른 위기를 촉발할 것이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