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 새로운 적' 떠오른 저출산…美CNN "병력 감축 불가피"
세계 최저 수준의 한국 출산율이 한국군의 새로운 적으로 떠올랐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기록적인 저출산율에 따른 인구 감소로 새로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필요한 군 병력 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CNN 방송은 29일(현지시간) ‘한국군의 새로운 적: 인구 추계’라는 기사를 통해 “한국은 현재 약 50만 명의 병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여성 한 명이 평생 낳는 자녀 수(합계출산율)가 0.78명에 불과하다. 이는 한국에 가장 큰 적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최병욱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 발언을 인용해 “현재의 출산율로는 병력 감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도 했다.
한국군이 현재의 병력 수준을 유지하려면 매년 20만 명이 입대하거나 징집해야 하지만 2022년 출생아 수는 25만 명에 못 미쳤다. 남녀 성비가 50대50이라고 가정할 경우 2022년 남자아이가 군에 입대할 나이가 되는 20년 뒤에는 최대 12만5000명의 남성만 입대할 수 있는 셈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연간 출생아 수는 2025년 22만 명, 2072년 16만 명으로 더욱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주민등록인구와 생존율 등을 반영해 분석한 병력 수급 전망에 따르면, 육ㆍ해ㆍ공군과 해병대를 합쳐 현재 50만여 명 수준인 국군 상비병력은 오는 2039년 39만3000여 명으로 40만 명 선이 무너지고 2040년에는 36만 명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CNN은 “한국은 2000년대 초 ‘북한의 위협이 점차 감소할 것’이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2006년 67만4000명이던 현역 군인 수를 2020년까지 50만 명으로 줄이기로 결정했고 실제로 목표를 달성했다”며 “하지만 그 전제는 거짓으로 판명됐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올해 다섯 번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적이 핵무기로 도발하면 핵 공격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
한국군은 ‘인력 중심 군대’에서 ‘기술 중심 군대’로 전환하겠다고 했지만 진전은 미미하다고 CNN은 지적했다. CNN은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전쟁 사례를 들어 “현대 전장에서 병력 수치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전 지상군을 구성했던 36만 명의 병사 중 31만5000명을 전장에서 잃었으며 우크라이나군이 서방 파트너들로부터 공급받은 드론과 첨단 무기를 사용해 모스크바 병력에 치명적 타격을 가했다는 것이다.
다만 “기술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를테면 영토를 점령하고 유지하기 위해선 인력이 필요하고 전장에서도 인공지능(AI) 시스템을 운영하고 감독하려면 잘 훈련된 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CNN은 한국 내 병력 부족 문제 대응책으로 여러 가지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며 먼저 예비군 활용안을 제시했다. 310만 명인 예비군 동원 시스템을 개선하면 병력난 해소에 일부 도움이 될 수 있다. 현재 예비군 중 일부를 대상으로 1년에 180일 동안 훈련을 받게 해 기술 숙련도를 높이는 시범사업이 운용되고 있다.
군 부사관 등 전문 간부 병력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지만 군 간부에 대한 경제적ㆍ사회적 혜택 부족으로 지원율이 오히려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부사관 지원자 수는 2018년 약 3만 명에서 2022년 1만9000명으로 감소했다.
여성 징병제도 대안 중 하나로 거론된다. 아직 가부장제가 남아 있는 한국 사회에서 사회적 비용과 여성 출산 등 여러 복잡한 요인을 감안하면 필요한 비용이 수익 효과보다 더 클 수 있다는 반론이 있지만 ‘급여가 충분히 매력적이라면’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CNN은 한국의 기록적인 저출산 현상이 앞으로 더욱 심화해 2025년에는 여성 1인당 합계출산율이 0.65명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통계청의 최근 발표를 들어 “변화를 위한 시간표가 한국군에 없다. 한국에는 시간이 많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CNN은 지난 7월에도 ‘한국은 고령화를 준비 중’이란 보도를 통해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보육시설이 점차 줄어드는 반면 노인 인구가 늘면서 요양시설이 많아지는 한국의 현실을 진단한 바 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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