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의 죽음 뒤에 남은, 잔인할 정도로 씁쓸한 현실 [기자수첩-연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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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를 지었으면 그에 합당한 벌을 받으면 될 일이었다.
이선균은 지난 27일 숨진 사실이 알려지기 직전까지도 19시간에 걸친 고강도 조사를 받고,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요청하는 등 혐의점을 적극 소명 중이었다.
그리고 이선균이 사망한 직후 유족 측은 부검 및 유서 공개를 거부했음에도 TV조선은 유서 내용을 자세하게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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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소환 앞두고 비공개 소환 요청했지만, 경찰은 묵살
죄를 지었으면 그에 합당한 벌을 받으면 될 일이었다. 고인이 된 배우 이선균을 두둔하고 옹호하려는 건 아니다. 그런데 미처 유무죄를 가리기도 전에 그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던 배경엔 잔인할 정도로 씁쓸한 현실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선균은 지난 27일 숨진 사실이 알려지기 직전까지도 19시간에 걸친 고강도 조사를 받고,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요청하는 등 혐의점을 적극 소명 중이었다. 세 차례에 걸친 수사 과정에서 경찰은 이선균의 마약 투약 혐의의 구체적인 물증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해가기 어렵다.
그럼에도 경찰은 그를 소환할 때마다 포토라인에 서게 하고, 검증되지 않은 조사 내용을 언론에 흘렸다. 심지어 어느 부위의 털을 밀어서 검사를 했는 지까지 공개됐다. 정식으로 기소가 됐거나, 법적으로 확실한 판단이 내려진 게 아님에도 이선균을 둘러싼 마약 수사 내용은 수사 초기부터 공공연하게 언론을 통해 보도된 셈이다.
지난 24일 3차 소환 조사를 앞두고는 이선균 측이 꾸준히 비공개 소환을 요청했지만 경찰이 끝내 묵살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경찰은 “지하주차장을 통한 완전 비노출 출석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취재진이 몰려 안전사고 우려가 예측됐다”며 “이에 전과 같이 출석할 것을 설명했고, 변호인도 동의했다”는 황당한 해명을 내놓았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선균에 대한 경찰 수사가 무리한 수사였다는 지적에 “수사를 비공개로 진행했다면 (대중들이) 용납하겠나. 이번 일은 사회 전반적인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참으로 뻔뻔한 책임 회피가 아닐 수 없지만, 그의 말대로 선정적 보도, 경마식 보도가 주요한 요인 중 하나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앞서 KBS는 ‘뉴스9’를 통해 이선균의 혐의와 무관한 사적 통화 내용을 마치 결정적인 물증인 것처럼 보도했고, JTBC는 이선균 측이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하는 가운데 유흥업소 실장 A씨가 진술한 내용을 ‘단독’ 보도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선균이 사망한 직후 유족 측은 부검 및 유서 공개를 거부했음에도 TV조선은 유서 내용을 자세하게 보도했다.
유튜브에선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통해 인격살인이 벌어졌다.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는 이선균의 마약 투약 혐의가 불거진 후 지속적으로 관련 영상을 게시왔는데, 사망 전날인 지난 26일에는 이선균의 육성이 담긴 녹취를 선정적 제목과 함께 공개하면서 비판을 받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일부 유튜버들은 고인의 빈소에서 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소속사는 “자신을 유튜버로 소개한 분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막무가내로 장례식장을 방문해 소란이 빚어지는 등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잔혹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혹자는 “억울하면 살아서 혐의를 벗었어야 한다”던가 “죽음은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들 중 책임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있는지 의문이다. 피의 사실을 흘린 경찰, 이를 받아쓴 언론, 죽음까지 돈벌이로 여기는 유튜버 그리고 그의 죽음에 공분하면서도 자극적인 뉴스에 열광하는 대중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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