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영 “머리에 쥐 나던 ‘노량’, 그래서 특별했죠” [쿠키인터뷰]

김예슬 2023. 12. 3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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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겨울, 배우 정재영은 때 아닌 중국어 공부에 열을 올렸다.

중국어에 파묻혀 살기만을 6개월, 이처럼 피나는 노력을 거쳐 나온 게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감독 김한민, 이하 노량) 속 명나라 수군 도독 진린이다.

지난 19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정재영이 돌아본 '노량' 준비기다.

연기를 시작한 지 30년이 다 되어가지만 정재영에게 '노량'은 떨림과 긴장을 안긴 작품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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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재영. 롯데엔터테인먼트 

3년 전 겨울, 배우 정재영은 때 아닌 중국어 공부에 열을 올렸다. 발음을 녹음해 듣고 말해보기를 몇 달. 그 시간 동안 본 중국 사극만 100편이 넘는다. 제 대사뿐 아니라 상대방 대사까지도 모두 듣고 외웠다. “태어나서 이렇게까지 공부한 건 처음”이었단다. 중국어에 파묻혀 살기만을 6개월, 이처럼 피나는 노력을 거쳐 나온 게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감독 김한민, 이하 노량) 속 명나라 수군 도독 진린이다. 지난 19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정재영이 돌아본 ‘노량’ 준비기다.

진린은 극에서 이순신(김윤석)과 대립각을 세우는 듯하면서도 존경하는 기색을 내비친다. 정재영은 그에게 접근하는 시각부터 달리했다. “훼방꾼처럼 보이지만 명나라 입장에선 현실적인 행동”이라고 이해했다. 당시 왜군이 퇴각하며 전쟁이 끝나가던 만큼, “명나라 장군 진린으로선 무의미한 희생을 줄이는 게 당연했다”고 봤다. 이야기나 인물의 동기를 이해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문제는 100% 고대 중국어로 이뤄진 대사였다. 앞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시나리오를 읽고는 먹먹했는데, 대사를 연습하면서는 막막했다”고 언급해 화제였다. “오늘 인터뷰도 중국어로 해야 하나 했다”고 농담하던 그는 “지금도 생각하면 머리에 쥐가 난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에서 진린 역을 맡은 배우 정재영. 롯데엔터테인먼트 

“한국말이 아닌 명나라말만 해야 했어요. 과거 사투리 연기도 어려웠지만 중국어는 당연히 그보다 더하더라고요. 말을 알아듣진 못해도 최소한 어설프게 보이고 싶진 않았죠. 반년 동안 중국어 선생님께 강습을 받았어요. 연기는 감독님께, 중국어 대사는 선생님께 따로 확인받았어요. 신경 쓸 게 많다 보니 배우로서 표현력에 한계가 생기더라고요. 한국말로 표현할 땐 한 가지 대사를 열 가지 감정으로 해볼 수 있다면, 중국어로는 한 가지 감정도 겨우 해냈거든요. 저 스스로도 제가 안타까울 지경이었어요.” 

마음고생이 컸다. 그럼에도 시나리오를 보고 느낀 감동에 매료돼 ‘노량’으로 뛰어들었다. 이순신 3부작의 마침표인 것 역시 그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다른 작품들은 배역이나 시나리오가 좋아서였다면 ‘노량’만큼은 작품 자체가 한국 영화사에 갖는 의미가 커서” 이끌렸다는 설명이다. 고대 중국어를 연습하는 한편 역사서에 나온 진린에도 파고들었다. 진린 역시 이순신처럼 모함에 시달려 고초를 겪다 장군직까지 올라간 인물로 알려졌다. 정재영은 기록들을 살피며 이순신 장군을 예우하는 실제 진린과 마주했다. 그러면서 느낀 감정을 ‘노량’에 고스란히 담았다. 그만의 진린이 탄생하기까지의 비화다.

연기를 시작한 지 30년이 다 되어가지만 정재영에게 ‘노량’은 떨림과 긴장을 안긴 작품으로 남았다. “첫 시사를 마친 뒤에도 불안하고 마음 놓을 수 없어 조마조마했다”던 정재영. 그래서 그는 ‘노량’에서 자신이 연기한 진린보다 김윤석의 이순신을 더욱더 뜻깊고 애틋하게 기억했다. 유언을 남긴 뒤 북소리만이 가득 울려 퍼지는 후반부가 정재영이 꼽은 명장면이다. 정재영은 “내 연기에 대해선 말을 얹고 싶지 않다”면서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을 담은 만큼 장군님께 누가 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했다.

“워낙 남다른 영화잖아요. 작품에 임하기 전부터 ‘노량’은 제게 특별했어요. 이렇게 열심히 했는데, 이순신 장군님이 꿈에는 안 나타나려나요? 하하!”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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