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술익었고, 한동훈은 설익었다"…86리더의 거칠어진 입

김정재 2023. 12. 3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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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에 참석한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오마이TV 유튜브 캡쳐


“형(윤석열 대통령)은 술익었고 동생(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설익었다.”

더불어민주당의 3선 중진 김민석 의원의 발언이 날이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지난 27일 김 의원은 SNS에 한 위원장의 법무부 장관 퇴임사를 겨냥해 “오천만의 언어가 그리 가볍고 독할까요? 설익게 아시네요. 형은 술익었고 아우는 설익었다”고 적었다.

지난 23일에는 진보 성향 단체가 주최하는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에 직접 참석했다. 연단에 올라 약 6분가량 정부·여당을 향해 목소리를 높인 그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형수(김건희 여사)를 지키러 나왔다”며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지키고, 알아서 짖는 것. 그것이 개들의 맹종이다”이라고 힐난했다. 이튿날인 24일엔 “검찰 독재 세력의 세대교체론은 박정희, 전두환과 어용 언론이 이미 써먹은 낡은 수법”이라며 “민주당의 중진, 586, 초재선을 막론하고 견지해야 할 진짜 방향 감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86 그룹’의 대선배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와 김민석 서울시장 후보가 2002년 12월 28일 명동에서 첫 정당연설회를 갖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86 그룹(1980년대 학번, 1960년대생 운동권 출신)의 대표 주자인 김 의원은 1996년 제15대 국회 때 처음 금배지를 달았고, 데뷔 때부터 ‘차세대 리더’로 큰 주목을 받았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천정배 전 의원, 정동영 전 의원 등 등원 동기의 면면이 화려하다. 만약 낙선 없이 내리 당선됐다면 7선 의원도 가능했던 셈이다.

그런 그는 최근 신당 창당을 공식화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를 향해서도 “사쿠라(변절한 정치인)”라고 공격했다. 지난 1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연 김 의원은 “정치인 이낙연은 검찰 독재와 치열하게 싸운 적 있나. 과연 싸울 생각은 있냐”며 “민주당 덕으로 평생 꽃길 걸은 분이 왜 당을 찌르고 흔드냐”고 비판했다. 당내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당의 원로인 이낙연 전 대표에게 말할 어른들이 몇 안 되니 본인이 총대를 메고 발언한 것 같다”고 봤다.


‘친명’ 선봉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민석 의원이 지난 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화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친명계 강경파보다 센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선 “김 의원이 ‘친명 선봉장’이 된 것 같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김 의원은 지난 9월 21일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 이후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첫 번째로 발언했다. 김 의원은 당시 “뒤에서 다른 의도를 갖고 가결을 찍은 것은 큰 문제”라며 “‘협잡’에 가까운 일”이라고 가결파를 맹비난했다. 호남을 지역구로 둔 한 의원은 “김 의원의 발언 이후 친명계가 동조하며 ‘해당 행위’, ‘가결파 색출’ 등의 주장이 힘을 얻었다”고 전했다.

결국 당시 의총에서 원내지도부는 ‘체포안 가결’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다. 이어 열린 원내대표 보궐선거에서 김 의원은 친명계 지지를 받으며 직접 후보로 나서기도 했다. 다만 친명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김민석 의원은 누가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이 아니다”며 “본인 소신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라 친명계로 분류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친윤’과의 정면 승부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28일 전남 순천역 광장에서 고병현 한국전쟁(6?25전쟁) 당시 호남학도병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뉴스1
김 의원도 과거엔 ‘사쿠라’와 비슷한 취지의 비판을 받곤 했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을 탈당해 정몽준 대선 후보 캠프로 갔던 이력 때문에 ‘철새’라는 비판을 받았던 것이다. 그 일 이후 김 의원은 무려 18년 만인 2020년 총선 때 국회로 복귀할 수 있었다. 서울 영등포을이 지역구인 김 의원의 내년 4·10 총선 상대로는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장관을 지내 친윤계로 분류되는 박 전 장관은 지난 27일 SBS 라디오에서 총선 출마지로 ‘영등포을“이 거론되는 데 대해 “당에서 그런 요청이 왔던 것은 사실”이라며 “저도 절박한 심정으로 행동으로 나서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아직 (박 전 장관이) 확정된 후보가 아니어서 뭐라 평가하기가 어렵다”면서도 “검사로 재직하다 부산에서 의원을 했던 분이 온다고 해도 대결을 피할 이유는 없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정재 기자 kim.je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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