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 없는 ‘MRKH 증후군’에 희망의 빛 [헬스]

최창원 매경이코노미 기자(choi.changwon@mk.co.kr) 2023. 12. 30.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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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 이식 첫발…“누군가에겐 간절함”

난소 기능은 정상이지만 ‘자궁’이 없다. 여성 5000명당 1명꼴로 발병한다고 알려졌지만 국내에서는 정확한 통계조차 없다. ‘MRKH(Mayer-Rokitansky-Kuster-Hauser) 증후군’ 얘기다. MRKH 증후군 등 자궁 요인에 의한 불임으로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환자들이 임신과 출산을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은 자궁 이식이 유일하다. 해외에서는 관련 시도들이 있었다. 2014년 스웨덴에서 자궁 이식 후 출산까지 성공한 사례가 처음 나왔다. 다만 국내에서는 자궁 이식 시도 자체가 사실상 전무했다.

하지만 최근 국내 첫 사례가 나왔다. 자궁 없이 태어난 30대 여성 A씨에게 뇌사자 자궁이 성공적으로 이식됐다. 쉬운 도전은 아니었다. A씨는 지난해 7월 59세 생체 기증자의 자궁으로 처음 이식을 시도했지만, 문제가 생겨 2주 만에 떼어내야 했다. 의료진과 환자는 6개월 지난 올해 1월, 다시 자궁 이식을 시도했다. 13명의 의사가 달라붙어 8시간에 걸친 긴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환자는 수술 후 11개월째 별다른 거부 반응 없이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며 임신을 준비하고 있다.

수술을 진행한 박재범 삼성서울병원 이식외과 교수는 “첫 수술을 앞두고 가장 고민했던 게 혈전이었는데, 혈전이 생겨버렸다. 가장 참담했던 순간”이라며 “환자가 회복된 이후 재이식에 대해 설명했다. 제안은 아니고 이런 방법도 고민해보자는 식이었다. 환자가 이걸 듣고 의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환자의 굳은 결심을 본 박 교수는 동료 의료진들과 전 과정을 다시 꼼꼼히 살폈다. 앞선 경험까지 더해져 재이식이 진행됐다. 자궁 재이식은 국내·외를 통틀어 첫 시도였다. 박 교수는 “우리가 참고했던 스웨덴 의료진도 관심을 보였다. 출산까지 이어진다면 꼭 소식을 전해달라며 논문 작성도 권하더라”라고 덧붙였다.

선천적으로 자궁 없이 태어난 여성이 두 번의 수술 끝에 자궁 이식에 성공했다. 사진은 박재범 삼성서울병원 이식외과 교수가 매경이코노미와 인터뷰하는 모습. (윤관식 기자)
기증 요건 중요…‘임신 경력·폐경 전’ 이상적

박 교수와 동료 의료진들은 또 한 번의 자궁 이식을 준비하고 있다. 다만 기증자 요건이 까다로운 만큼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다. 박 교수는 “기증자 요건이 까다롭다. 생체 기증자의 경우 폐경을 넘지 않는 게 좋은데, 폐경 후에는 상대적으로 혈류가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뇌사자의 경우에는 임신 경력이 있고 폐경을 넘지 않는 게 이상적인데, 사실 이런 요건에 부합하는 기증자를 찾는 게 쉬운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일부 장기 이식의 경우 혈액형이 맞지 않아도 진행 가능한 부분이 있지만, 자궁 이식은 이제 초기 단계인 만큼 혈액형도 주요 요건”이라고 말했다.

어려운 길이지만, 박 교수는 자궁 이식이 A씨와 같은 환자들의 선택지를 넓힐 유일한 방안이라고 주장한다. 박 교수는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은 이들에게는 남에게 당연한 일도 너무나 절실한 일이 된다”고 강조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0호 (2023.12.27~2023.12.3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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