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등급 지역 ‘프리오랏’ 대표 주자 [고재윤의 스토리가 있는 와인]
스페인 원산지 등급 분류 중 가장 높은 등급인 ‘DOCa’ 등급을 보유한 지역은 두 곳뿐인데, 클로 드 로박은 2009년 승급한 프리오랏(Priorat) 지역 와인이다. 이곳 와인은 독특한 검은 석영 슬레이트 토양과 지중해성 기후 덕분에 미네랄 풍미와 산미가 좋고 균형감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1800년대 포도나무 병충해인 필록세라 창궐과 섬유 산업 발전 탓에 와인 산업은 상대적으로 등한시됐다. 그러다 최근 다시 컬트 와인 산지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1979년 와인 산지의 이름조차 사라져갈 위기에서 두 명의 젊은이가 새로 와인 양조에 도전했다. 27세 젊은 와인 칼럼니스트 칼레스 파스트라네(Carles Pastrane)와 와인 양조자인 19세 마리오나 자큐(Mariona Jarque)다. 이곳 와인의 잠재력을 믿었던 둘은, 농부들이 버린 포도나무 수령이 오래된 포도 품종 그르나슈(Grenache)와 카리냥(Carignan)에 집중했다. 그리고 프랑스 포도 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시라 등을 과감하게 심고 ‘코스터스 델 시우라네(Costers del Siurana)’ 와이너리를 설립했다.
와이너리를 세운 둘은 젊은 양조가들과 함께 프리오랏 와인의 재탄생을 주도하는 ‘프리오랏 르네상스(Priorat Renaissance)’ 일원이 됐다. 둘이 결혼한 후에는 부부로서 영향력이 더욱 커졌다. 1987년에 ‘클로 드 로박’ 와이너리로 상호를 변경하고, 본격적으로 와인 생산에 몰입했다. 클로 드 로박 와이너리 첫 번째 빈티지를 1991년 선보였는데, 와인 평론가들은 ‘스페인 와인의 폭탄’이라고 극찬했다. 스페인에서는 누구도 이런 와인을 맛본 적이 없었다는 평이 나올 정도로 아주 특별한 와인으로 명성이 높아졌다. 1993년 클로 드 로박 와인은 월드 와인 가이드(World Wine Guide)가 선정한 ‘세계 최고의 와인 150선’에서 상위에 랭크됐다.
와인 양조 5년 만에 세계 정상에 올랐기에 스페인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혜성처럼 떠오른 와인에 큰 관심을 보였다. 칼레스 파스트라네가 주도한 차별화된 와인 마케팅도 주효했다. 와인을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에만 소량 공급했고, 특히 미국 고급 레스토랑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면서 고가로 판매했다.
클로 드 로박 와이너리는 포도밭 50헥타르에서 키운 수령 60~80년 포도만을 사용한다. 양조는 5단 설비 구조로 무중력 이동 방법과 자연 온도를 사용해 만든다. 와인 정제에 계란 흰자를 사용하며, 황토로 만든 지하실의 프렌치 뉴오크통에서 12~15개월간 숙성한 후 블렌딩한다. 10년 동안 지하 저장실에서 병숙성이 끝나면 출고하는 방식으로 연간 6만병을 생산한다.
이곳에서 5개의 와인을 시음했는데, 그중 ‘돌크 드 로박 2013(Dolc de l’Obac 2013)’이 유니크한 와인으로 매우 인상적이었다. 밝고 맑은 우아한 체리색의 자태가 아름다웠다. 아로마는 체리, 블랙커런트, 후추, 스파이시, 흑설탕, 초콜릿 등. 부드러우면서 미세하게 올라오는 스위트한 맛과 균형감은 전율을 느끼게 할 정도다. 블루치즈, 거위 간 요리, 안심 스테이크, 파스타 등에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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