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도깨비, 알고 보니 백제 부흥군? [조홍석의 ‘알아두면 쓸데 있는 유쾌한 상식 이야기’]
‘슈퍼 엔저’ 현상으로 일본 여행 수요가 크게 늘었습니다. 과거에는 오사카, 도쿄 등 주요 도시 위주로만 여행객이 몰렸다면 최근에는 소도시 여행객도 상당수라고 하네요. 특히 히로시마와 오사카 중간에 위치한 오카야마가 새로운 여행지로 급부상했습니다. 오카야마는 일본의 유명 설화인 복숭아 소년 ‘모모타로(挑太郞)’ 이야기가 탄생한 지역입니다. 이와 관련된 특산물을 흔하게 볼 수 있죠.
모모타로 이야기는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일본인은 누구나 다 아는 설화입니다. 먼 옛날 오카야마에 노부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할아버지는 산에 나무하러 가고 할머니는 강에 빨래하러 갑니다. 그런데 할머니 눈앞에 큰 복숭아가 둥둥 떠내려왔다고 합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함께 나눠 먹을 생각에 복숭아를 건져 집에 가져와 칼을 댔는데요. 갑자기 반으로 툭 잘라지면서 아이가 튀어나왔다고 합니다. 아이가 없던 노부부는 하늘이 준 은혜로 여겨 모모타로라고 이름 짓고 애지중지 키웠답니다.
세월이 지나 모모타로가 소년이 됐을 때, 바다 건너 오니가시마(도깨비섬)에 살던 오니(일본 도깨비)들이 약탈을 일삼자 모모타로가 처치하러 가겠다고 합니다. 할아버지는 격렬히 반대했지만, 끝내 수긍하고 모모타로에게 갑옷과 깃발을 줍니다. 할머니는 가는 길에 먹으라며 수수경단을 만들었고요. 모모타로는 길을 걷던 중 말하는 개와 원숭이, 꿩을 만나고 수수경단을 함께 나눠 먹으며 친구가 돼 같이 도깨비섬으로 향합니다. 이들은 각자의 역할을 분담했는데요. 꿩은 오니의 동태를 살피고 개는 지름길을 찾아냈습니다. 원숭이는 울타리에 올라 자물쇠를 풀어냅니다. 이때 술에 취해 있던 도깨비들은 모모타로의 상대가 되지 못했고 도깨비 대장 우라의 등에 올라타 목을 졸라 항복을 받아낸 모모타로는 섬에 끌려온 사람들을 풀어줍니다. 그렇게 고향으로 돌아온 모모타로는 노부부와 함께 오래오래 잘 살았습니다.
백제 부흥군이 머물던 도깨비섬
그런데 말입니다. 어딘가 익숙하지 않나요. 맞습니다. 모모타로 이야기는 삼장법사가 원숭이와 돼지, 물귀신을 데리고 천축국으로 불경을 찾으러 간 ‘서유기’ 내용을 현지화한 겁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인도 라마 왕자가 납치당한 시타 공주를 구하기 위해 스리랑카로 가는 길에 구름을 타고 하늘을 나는 원숭이 장군 하누만을 친구로 삼아 승리한 ‘라마야나’를 현지화했다고 볼 수도 있고요.
게다가 모모타로 이야기에는 우리의 흥미를 유발할 한 가지가 숨어 있는데요. 최근 일본 학자 연구에 따르면 모모타로 이야기에 나오는 도깨비섬은 실제로는 백제군이 살던 섬이라고 합니다. 663년 백강 전투에서 패한 뒤 일본군과 함께 후퇴한 백제 부흥군은 당나라와 신라 연합군이 쳐들어올 것을 대비해 오카야마 부근에 위치한 섬에 정착해 한반도식 산성을 쌓았는데요. 그 이름이 귀신의 성, 키노조(鬼の城)였다고 합니다. 즉, 지금 우리가 아는 뿔 달린 일본 도깨비는 당시 뿔 투구를 쓴 백제군 이미지가 변형돼 이어졌을 가능성이 큰 겁니다. 항복을 받아낸 도깨비 대장 우라는 백제 왕자였다고 볼 수 있겠네요. 이들은 이후 야마토 정권에 의해 타도됐다는데, 나라 잃은 백제 부흥군의 마지막 장면이 떠올라 슬퍼지네요.
최근 오카야마 키노조 인근 핫토리역에 “우라는 백제 왕자며 철기 문명과 각종 도구를 전파해준 고마운 존재였다”는 안내판을 새로 설치했다고 합니다. 오카야마에 놀러 간다면 찾아보고 백제 유민의 넋을 한번 위로해주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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