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지구 70% 파괴…"두 달간 3만발 투하"

"가자지구 재건까지 수십 년 걸릴 것"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절멸을 위해 가자지구 공격을 이어가는 가운데 이 지역 주택과 의료시설, 공공기관 등이 70% 넘게 파괴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지난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전쟁 이후 가자지구에서 주택 43만9000채 중 70%, 건물 절반 이상을 공습으로 훼손하거나 파괴했다.

이스라엘군이 개전 후 이달 중순까지 가자지구에 투하한 폭탄과 탄약 등은 총 2만9000발에 이른다고 미 국가정보국(DNI)은 파악하고 있다. 이는 미군이 2004~2010년 이라크에 투하한 3678발의 8배에 달하는 규모다.

미국이 개전 후 이스라엘에 제공한 탄약에는 2000파운드(약 907㎏)짜리 '벙커 파괴용' 폭탄도 포함됐다. 이 탄약은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적 피해 우려로 통상 인구밀도가 낮은 지역의 작전에서 사용되는데 이스라엘은 세계 최대 인구 밀집지 가운데 하나인 가자지구에 이 폭탄을 투하했다. 가자지구는 세종시와 면적이 비슷하지만 인구 수는 5배가 훨씬 넘는 200만명에 달한다.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가자지구는 인프라 전반이 파괴됐다. 병원 36곳은 문을 닫았고 교회와 고대 모스크, 호텔과 쇼핑몰도 무너졌다.

세계은행(WB) 역시 지난 12일 기준 공원·법원·도서관 등 공공시설 72%가 피해를 입었다고 추산했다. 의료시설의 77%, 통신 인프라의 68%, 상업지구의 76%가 훼손됐고 도로 절반 이상이 파괴된 것으로 파악했다. 유엔이 운영하는 학교 70곳을 포함해 342개 학교도 피해를 봤다.

뉴욕시립대와 오리건주립대 소속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가자지구 북부 지역에서는 건물 80%가 훼손 또는 파괴됐다.

전문가들은 가자지구 피해 수준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을 받은 독일 드레스덴에 견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1945년 2월 나치 치하이던 드레스덴은 연합군의 공습으로 도시의 80% 이상이 파괴되고 2만5000명이 사망했다.

전쟁 이후 가자지구 재건 작업도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호단체 '쉘터 클러스터'는 전쟁 후 잔해를 치우는 데에만 최소 1년, 주택 재건에 7~10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건축 자재 조달이 늦어질 경우 재건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된다. 앞서 이스라엘은 2014년 하마스와의 전쟁 이후 가자지구에 건축 자재 반입을 종종 차단했다. 하마스가 이를 유용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는데, 그 결과 휴전 다음해 가자지구에서 건축할 수 있었던 주택은 한 채 뿐이었다고 WSJ는 전했다.

영국 킹스턴대의 전후 재개발 전문가인 캐럴라인 샌더는 가자지구 재건과 관련해 "수십 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