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삼일의 실패, 이제 멈추고 싶다면
[김성호 기자]
연말연초는 특별한 시기다. 한해가 마무리되고, 또 한해가 시작되는 이 시기에 사람들은 삶을 돌아보게 마련이다. 새해 세운 계획이 어찌 되었는지를 보고, 또 새로운 결심으로 삶을 바꾸려는 작업이 이맘때 이뤄지곤 한다. 누군가는 학업을, 누군가는 운동을, 또 누군가는 인간관계를 개선하려는 마음을 먹을 것이다. 물론 그 대부분은 작심삼일에 그치고 말겠지만 말이다.
계획이 실천되는 경우는 기실 많지가 않다. 새해를 맞이하며 결심할 만한 무엇이란, 비장한 각오를 하지 않고서는 좀처럼 이루기 어려운 일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게 거창한 일이란 대개 하기가 버겁고 괴로운 경우가 많다. 또 이를 방해하는 요소는 즐겁고 쉬울 때가 많다.
▲ 정말 하고 싶은데 너무 하기 싫어 책 표지 |
ⓒ 동양북스 |
작심삼일의 실패, 이제는 그만
<정말 하고 싶은데 너무 하기 싫어>는 매번 작심삼일의 실패를 반복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려는 책이다. 정말 하고 싶은데도 너무나 하기 싫은 모순으로부터 마침내 무너지는 결심들을 저자는 안타까워했다고 말한다.
저자 로먼 겔페린은 인간 심리를 주제로 다양한 글을 쓰는 작가로, 책은 출간 이후 아마존에서 베스트셀러로 등극해 한국까지 번역되기에 이르렀다. 원제는 <Addiction, Procrastination, and Laziness: A Proactive Guide to the Psychology of Motivation Kindle Edition>로, '중독과 지연, 게으름'을 극복하는 법을 다뤘으나, 한국 출판시장의 경향에 맞춰 보다 일상적인 제목으로 바꿔달았다.
책은 한국 출판시장의 중심부에 위치한 심리서적과 동기부여서적, 자기계발서의 성격을 고루 갖췄다. 자주 비합리적으로 움직이는 인간의 심리를 이해하고, 이를 자극하여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며, 마침내 스스로의 삶을 개선하는 방법론을 설파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연구와 실험에 초점을 맞춘 정통 학술서는 아니지만, 구체적인 사례를 바탕으로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서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이야기는 다섯 개의 사례로부터 출발한다. 문학수업에서 8페이지짜리 보고서를 쓰기로 해놓고는 마감이 닥쳐오기 전까지 시작도 못하고 있는 사례,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헬스장에 등록을 했으나 며칠이 지난 뒤부터는 결석을 지속하는 사례, 담배를 끊기로 결심했으나 업무를 하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담배를 찾아 물고 있는 사례, 따분함을 달래려고 켠 게임을 며칠 째 종일 하고 있는 사례, 필요한 것보다 훨씬 많이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는 사례까지 모두 다섯 개의 사례를 언급한 뒤 그 문제와 해결을 모색한다.
사람들은 왜 결심에 실패하는가
이들 사례는 저자가 주변에서 발견한 사례들로, 그저 주변의 어느 누구가 아닌 보통의 사람들이 흔히 겪는 문제의 전형이라 해도 좋겠다. 저자는 거듭된 실패 가운데 갈수록 지쳐가는 사람들에게 심리적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길을 제시하기 위해 책을 썼다고 말한다. 기존에 없던 심리적 방법론을 제시하는 것이 아닌, 이 세상에 흔히 반복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글을 썼다는 뜻이 되겠다.
그렇기에 책은 심리서적에 빠삭한 이라면 알 만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이를테면 모든 일엔 쾌락과 고통이 있고, 인간은 무의식적으로 쾌락을 좇고 고통을 피하는 방식으로 움직이기 마련이라는 식이다. 때문에 결심을 이어가기 위해선 쾌락과 고통을 적절히 활용하여 제가 일을 계속할 수 있게끔 이끌어야 함을 알리고, 이때 필요한 실전적인 방법을 제시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예를 들어 인간은 고통을 피하기 위하여 해야 할 일을 미루지만, 또 고통을 피하기 위하여 하기 싫은 일을 처리하기도 한다. 후자의 대표적 사례가 바로 마감으로, 마감까지 일을 끝내지 못할 때의 뒷감당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를 알기에 하기 싫은 일도 어떻게든 끝내는 경우다. 저자는 많은 경우 마감을 설정하고 그 벌칙을 키우는 것만으로 하기 싫은 일을 인간이 어떻게든 해낸다고 말한다.
환경을 바꾸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된다. 일을 망치는 쾌락 앞에 장애물을 세움으로써 결심이 망가지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게임중독자를 예로 들면, 게임을 하기 위해 필요한 컴퓨터에 접근을 어렵게 하기 위하여 업무용 컴퓨터에 게임을 깔지 않는다거나 컴퓨터를 없애거나 아예 PC방에서만 게임을 하도록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하기 싫은 일 앞에 장애물을 없애는 것 또한 효과적 방법이다. 책상 앞에 쉽게 앉을 수 있도록 앉고 싶을 만큼 쾌적한 자리를 만든다거나, 평소 좋아하는 음악이나 조명을 배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된다. 쾌락과 고통의 관점에서 제가 하고 싶은 일과 하기 싫은 일을 분석하여 환경을 만들어가는 일은 막상 실천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책의 효용이 없지 않다고 하겠다.
유혹 앞에서 무너지는 나를 바로잡는 법
실패 시 예상되는 고통을 늘리는 방법으로 친구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흡연을 할 경우 벌금을 주기로 한다거나, 함께 운동을 하기로 약속하는 경우, 아예 내기를 걸어 경쟁하는 경우가 모두 목적을 달성하는데 도움이 된다. 혼자라면 유혹 앞에 무너지고 심지어 제 실패를 합리화하기도 쉬운 반면, 함께 하는 과정에선 실패가 더욱 어려워진다는 장점이 있다.
책에 담긴 모두가 뻔한 내용인 것은 아니다. 침대에 누워 목적한 일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만약 수영장에 가서 수영을 하는 것이 목표지만, 추위 속에서 침대에 누워 고민하는 상황이라고 말이다. 그럴 경우 수영장에 가서 수영을 하는 제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 심리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사람은 긍정적 상상이 실천되지 않으면 불편을 느끼는 존재이기 때문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이를 읽고서 아침독서와 산책 등 하기 귀찮은 계획을 몇 차례 성공시킨 입장에서, 나는 이 방법론이 제법 효과적이라고 믿게 되었다.
하루 중 생산적이고 복잡한 일을 하기에 가장 좋은 때는 아침에 눈을 뜬 직후다. 아침에 우리는 쾌락 중립 상태(쾌락도 불쾌도 경험하지 않은 상태)에 있거나 수면의 쾌락에서 아직 빠져나오지 못한 상태이다. 이때는 쾌락이 적은 일도 잘 해낼 수 있다. 밤새 푹 자고 일어나서 기분이 상쾌하기 때문에 약간 지루하거나 재미없는 일도 시작할 수 있다. 이때 텔레비전을 보거나 게임을 하는 것은 최악의 상태이다. -189p
아침에 일어났을 때 상쾌하지 않고 찌뿌듯하거나 몸이 무겁다면 다른 상황이다. 쾌락이 중립인 상태가 아니라 마이너스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컨디션이 안 좋을 때는 될 수 있는 한 불쾌감을 없애고 싶을 텐데, 그런 동기를 이용해 쾌락적이면서 편한 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재미있는 영상을 잠시 보거나 가벼운 산책을 즐기거나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해서 몸과 마음을 개운하게 해주면 불쾌감이 완화될 것이다. 그런 후에 생산적인 일로 넘어가는 것이 효과적이다. -190, 191p
책은 온갖 유혹 앞에서 무너지는 인간의 심리적 이유를 독자 앞에 펼쳐 그를 해소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 방안 대부분은 삶 가운데 들어본 적 있는 것일 수도 있겠으나, 그 사유를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살필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결심은 그저 결심만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 실천이 따라야 한다. 실천은 유혹 앞에 자주 훼손되고, 이를 막기 위하여선 훈련된 누구의 도움이 필요하기도 한 것이다. 정말 하고 싶은데 너무 하기 싫어 고민 중인 독자라면 이 책을 집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테다.
덧붙이는 글 | 김성호 서평가의 얼룩소(https://alook.so/users/LZt0JM)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독서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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