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중 극단적 선택을 한 배우 이선균씨(48)에 대해 경찰청 소속 직원으로 추정되는 이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그의 죽음에 동정하지 않는다'는 글을 올리면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7일 경찰청 직원 A씨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피혐의자 이선균 죽음에 동정하지 않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A씨는 글 머리에서 "당신들이라고 떳떳할 수 있냐"며 대중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어 그는 "경찰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수사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경찰은 마약 피의자 업소 실장의 신빙성 있는 진술에 따라 이씨의 혐의가 있으니 절차에 따라 출석을 요구했고 수사했다"며 "피의자라 단정 지은 적도 없고 검찰 송치도 하지 않았다. 진술 및 증거에 따라 수사 대상으로 보고 입건시키고 수사하는 건 유명 연예인뿐만 아니라 그 누구라도 그렇게 하는 거다"라고 했다. 또 "마약과의 대대적인 전쟁, 국가적 차원에서의 대응을 선포한 현시점에서 마약의 'ㅁ'자만 들어가도 수사 대상자로 보고 엄정 대응해야만 한다. 그게 단지 이씨였을 뿐"이라고 못 박았다.
A씨는 수사 단계마다 관련 내용이 유출돼온 것에 대해서도 "경찰은 수사 내용을 못 흘린다"고 주장했다. 그는 "흘리는 것도 어느 정도 수사 절차가 진행되고 이 사람이 정말 혐의가 유력하면 그때 흘릴지언정, 수사 진행 절차도 아닌 진술 좀 들어보겠다는 피혐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기도 전에, 입건 절차도 밟지 않은 상태에서 수사 내용을 흘리면 각종 외압이 들어와서 흘리고 싶어도 못 흘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씨가 '마약 혐의가 있다' 수준인 상태에서 '마약을 했대'라고 확정 지은 건 경찰인가? 언론인가? 아니면 당신들인가?"라고 질문을 던지면서 "그 누구보다 모든 걸 알고 싶어 하는 건 당신들 아니었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경찰, 언론 책임 있다. 책임 회피할 수 없다. 그러나 당신들이라고 책임 없냐"고 재차 물었다.
끝으로 A씨는 "이선균씨 너무 안타깝다. 그러나 정정당당했다면 끝까지 버텼어야 한다. '코로 흡입했는데 수면제인 줄 알았다'는 변명보다 정말 했으면 '했으니 죄송하다' 아니면 '정말 안 했다'라고 버텼어야 한다"며 "죽음으로 미화될 일이 아니다. 그 정도로 죽을 일도 아니라 생각한다. 더 나쁜 놈들도 모가지 뻣뻣하게 들고 잘 살아간다. 고인의 명복을 빌겠다. 그러나 동정하진 않겠다"는 말로 글을 맺었다.
한편 일각에서 이씨의 사망에 대해 '경찰이 무리한 수사로 압박한 게 아니냐'고 지적하자 지난 28일 김희중 인천경찰청장은 "이씨 관련 수사는 구체적인 제보와 증거를 토대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했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는 " 지난 10월 28일 첫 조사 때는 고인이 '다음에 진술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구체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2차 조사 후 추가 증거를 확보해 지난 23일 다시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3차) 조사 당시 변호인이 '공갈 사건의 피해자 조사를 같이 진행해 한 번에 마무리해달라'고 요청했다"며 "고인의 진술을 충분히 들어주는 차원에서 장시간 조사가 진행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당시 심야 조사도 변호인이 참여한 상태에서 고인의 동의를 받아 진행했다"며 "이번 사건과 관련한 조사·압수·포렌식 등 모든 과정에 변호인이 참여했고 진술을 영상녹화 하는 등 적법한 절차를 준수했다"고 말했다.
김 청장은 "일부에서 제기한 경찰의 공개 출석 요구나 수사 사항 유출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마약 투약 혐의를 받은 배우 이씨가 사망함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할 방침이다.
이씨는 29일 가족과 동료들의 마지막 배웅 속에 영면에 들어갔다. 이날 정오 이씨의 부인인 배우 전혜진씨(47) 등 유족은 서울 종로구 소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이씨의 발인식을 엄수했다. 발인식 후 중학생인 큰아들은 고인의 영정사진을 들고 장례식장을 나섰고 전씨는 작은아들의 손을 잡은 채 눈물을 쏟으며 뒤를 따랐다.
생전 이씨와 친분이 깊었던 동료 배우들도 고인의 곁을 지켰다. 영화 '끝까지 간다'로 이씨와 연을 맺은 절친 조진웅을 비롯해 '킹메이커'에서 함께한 설경구,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호흡을 맞춘 류승룡, 드라마 '파스타'에 함께 출연한 공효진, '커피 프린스 1호점'의 김동욱, 드라마 '골든 타임'에서 함께했던 이성민 등이 발인식에 참석했다. 이 밖에도 유해진, 박성웅, 류수영 등 많은 배우가 이씨에게 작별 인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