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민생금융 지원'에 고개 갸웃하는 자영업자들, 왜냐면

권성훈 2023. 12. 30.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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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 채무자 오히려 혜택 없어"... 일회성보단 장기적이며 실질적인 경영 부담 덜어주는 게 우선

[권성훈 기자]

▲ 은행권 민생금융지원 간담회 12월 21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앞줄 왼쪽 두번째부터), 조용병 전국은행연합회장, 김주현 금융위원장을 비롯한 20여 개 은행장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21일, 은행권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은행권 민생금융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은 이자 환급 혜택을 제공하며 대출금 2억 원을 한도로 1년간 4% 초과 이자 납부액의 90%(감면율)를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더불어 차주당 총 환급 한도는 300만 원으로 정했다.

은행권은 이번 공통 프로그램을 통해 약 187만 명의 개인사업자에게 총재원 2조 원의 약 80%인 1.6조 원 수준의 자금을 지원(인당 평균 지원액 85만 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동시에 국회는 중소금융권 이차보전 사업 예산을 확정, 제2금융권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도 이자 환급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러한 조치들은 최근의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상황에서 경제적 부담을 겪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숨통을 틔워주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 특히, 은행권과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이들 계층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책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 정책들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우선, 대출이자 환급 정책은 형평성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직장인은 물론 성실한 대출 상환자임에도 저금리 또는 신용 및 담보 대출자는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이는 역차별 논란을 초래하고 있으며, 특히 대출 금리가 높은 사업자에게만 혜택이 집중되는 것은 공정성에 대한 의문을 낳고 있다. 더욱이, 이 정책이 선거를 앞두고 시행된 점은 포퓰리즘적 움직임으로 비쳐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이와 별도로, 한국 금융당국은 중소기업 및 중견기업에 대한 지원도 계획 중이다. 이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지원 계획을 확대하고 보완하는 형태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다소나마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가 장기적인 민생 안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번 조치가 단기적인 해결책에 그치지 않고, 더 근본적인 경제적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이바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선 정책 입안자들의 지속적인 노력과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이자 환급, 소상공인들에게 물었더니...
 
▲ 이자환급 여론 투표 필자가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 조사한 '이자환급' 여론
ⓒ 권성훈
 
이러한 맥락에서, 몇몇 소상공인들에게 이번 이자 환급 정책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건설 현장 인근에서 함바집을 운영하는 A씨는 "들어보긴 했는데 내용이 복잡해서 잘 이해가 안 됐어요. 그래서 난 해당이 없다고 생각했죠"라며 "저는 9% 대의 사업자 대출이 있으니 이번에 환급되면 당연히 좋죠"라고 말했다. 그는 혜택을 기대하는 소상공인들의 실질적인 관점을 보여줬다.

피자 판매장을 운영하다 최근 폐점한 B씨는 "폐업했지만, 대출은 남아 있어요. 그런데 폐업자도 해당하나요?"라며, 적용 범위가 불확실해 혼란을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을 이야기 했다.

배달 전문 분식점을 운영하다 폐업한 C씨 상황도 비슷했다.

"저 얼마 전 폐업했어요. 영업 중에 대출받은 게 있는데 다행히도 폐업 시 일시 상환 조건이 아니라서 현재 갚고 있어요. 정확한 정보는 아니지만, 폐업해도 사업자 대출이 남아 있으면 환급 대상 아닌가요? 병행해서 저리의 대출로 갈아타는 대환대출도 시행되면 좋겠어요."

이처럼 최근 폐업한 사업자들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필요해 보였다. 

커피 전문점을 운영하는 D씨는 "전 매장이 크고 코로나19 때 직격탄도 맞다 보니 사업자 대출에 더해 신용 대출까지 두루 있어요"라며 "문제는 기존 사업자 대출 경우, 저리 대출이라 이번에 해당 없고, 신용 대출이 고금리인데 아예 대상이 아니더라고요. 기준이 이러니 대출 금액이 상대적으로 많고 이자도 꼬박꼬박 갚는 나 같은 성실 채무자는 오히려 혜택이 없네요"라고 아쉬워했다. 

그는 이어 "사업자 대출뿐만 아니라 신용 대출과 담보 대출까지 확대해 주고 근본적으로는 고금리의 대출은 저금리 대출로 갈아타게 해 줘야죠"라며 "솔직히 뭐라도 주는 게 아예 안 주는 것보단 낫지만 이거 총선을 앞둔 포퓰리즘 아닌가요? 지난번 대선 때도 그랬잖아요"라 정책의 형평성과 정치적 의도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한계점이 분명한 반쪽짜리 조치
 
 서울 시내 한 은행 영업부 앞을 이용객이 지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이러한 소상공인들의 다양한 목소리는 이번 '은행권 민생금융 지원방안'이 언제나 그렇듯 현실적인 이점이 있긴 하지만 한계점이 분명한 반쪽짜리 조치임을 보여준다. 따라서 일부에게는 금전적인 숨통을 틔워주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혜택의 범위와 조건에 대한 불투명함을 남기는 듯하다.

'국민 여러분,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이 말은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선 후보가 21년 전 유행시켰던 말이다. 문제는 이런 유의 구호가 정치인들의 당리당략에 따라 매 총선, 매 대선 때마다 이어졌고 이에 사람들은 '이 나라 경제가 언제 한 번이라도 좋았던 적이 있더냐?'라는 비아냥으로 응대했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정말 다르다고 본다.

현재의 자영업은 그야말로 지구촌 기후위기만큼 위험 수위에 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입증이나 하듯 인터뷰 대상자 중 두 명이 최근 폐업자였다. 자영업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가게 매물 건수 또한 이례적이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다. 그러니 이제 살림살이 즉, '민생'은 선전을 위한 구호가 아닌 진짜 국민의 살림살이를 위한 구호여야 한다.

현재로서는 이번 정책이 소상공인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자 환급의 형평성 문제와 정치적 의도에 대한 의구심은 지속해서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이러한 정책은 소상공인들의 실질적인 경영 부담을 덜어주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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