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완전정복](17)'반값 배터리' 리튬황, 나오기만 하면 대박
편집자주 - 지금은 배터리 시대입니다. 휴대폰·노트북·전기자동차 등 거의 모든 곳에 배터리가 있습니다. [배터리 완전정복]은 배터리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일반 독자, 학생, 배터리 산업과 관련 기업에 관심을 가진 투자자들에게 배터리의 기본과 생태계, 기업정보, 산업 흐름과 전망을 알기 쉽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차세대 이차전지를 거론할 때 전고체 배터리와 함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메뉴가 있다. 리튬황(Lithium-Sulfer, Li-S) 배터리다. 지난 12월21일 국회를 통과한 산업통상자원부의 차세대 이차전지 연구개발(R&D) 예산에도 전고체와 함께 리튬황 배터리 개발 지원이 포함됐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신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2월1일 발표한 취임사에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 기술과 사업모델 혁신을 선도해 나가야 한다"며 "리튬황, 전고체 등 다양한 미래 기술 개발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리튬황 배터리는 양극재로 황을, 음극에는 리튬 금속을 사용하는 이차전지다. 황은 석유 정제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로 값이 저렴하고 구하기 쉽다. 황은 또 가볍기 때문에 배터리의 무게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다양한 연구 기관들이 리튬황 배터리를 차세대 이차전지의 목록에 올려놓고 있다. 리튬황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와는 다른 응용 분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표적인 분야가 항공기다. 하지만 리튬황 배터리는 상용화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일부에서는 전고체 배터리보다 상용화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을 하고 있다.
저렴하면서도 고성능, 차세대 배터리 단골 메뉴
리튬황 배터리는 1962년 허버트(Herbert)와 울람(Ulam)이 음극에 리튬, 양극에 황을 적용한 일차전지로 특허를 출원한 것이 시초다. 이후 1989년 에테르(ethers)를 전해질로 차용한 이차전지가 개발되면서 기술적 진전을 이루며 활발히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리튬황 배터리 역시 다른 이차전지와 마찬가지로 양극, 음극, 전해질, 분리막으로 구성돼 있다. 리튬황 배터리에서 황은 양극 물질로 사용된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리튬이온이 층간 구조인 음극에서 삽입과 탈리를 반복하는 인터칼레이션(intercalation) 원리에 기초하고 있다. 이에 반해 리튬황 배터리는 리튬이온이 양극의 황과 만나 연쇄적으로 일으키는 화학적 환원 반응에 기반을 두고 있다.
황(S8)은 기본적으로 황 원자 8개가 고리 모양으로 연결된 구조다. 방전을 시작하면 음극의 리튬 금속은 전자를 내놓으며 리튬이온으로 변화한다. 리튬이온은 양극으로 이동해 황과의 환원 반응을 통해 Li2S8을 형성하게 된다. 황 원자 8개의 고리가 끊어지면서 사슬의 양 끝에 리튬이온이 결합하는 모양이다.
이 사슬은 다시 황 원자 6개와 리튬이온 2개로 이루어진 Li2S6로 변화한다. 이런 방식으로 사슬이 점차 짧아지며 Li2S4 → Li2S2 → Li2S를 만들게 된다. 연속적인 환원 반응을 통해 만들어진 물질을 리튬 폴리 설파이드(Lithium Poly Sulfide)라고 한다. 충전 시에는 이와 반대로 산화 반응을 통해 Li2S → Li2S2 → Li2S4 → Li2S6 → LI2S8가 순차적으로 만들어진다.
리튬황 배터리의 평균 전압은 약 2.1볼트(V)로 리튬이온 배터리(3.7V)에 비해 낮으나 밀도가 낮아 무게당 용량을 키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리튬황 배터리의 이론 용량은 1675밀리암페어시(㎃h/g)에 달한다 리튬이온 배터리(NMC811 기준 275mAh/g)의 약 7배다. 이론상 중량당 에너지밀도는 2600와트시(Wh/㎏)로 리튬이온 배터리의 5배에 육박한다. 상용화시 실제 구현되는 에너지 밀도는 400~450Wh/㎏으로 예상된다.
황의 또 다른 장점은 친환경적이면서도 매우 저렴하다는 것이다. 황은 석유 정제 과정에서 부산물로 다량 생산할 수 있다. 코발트, 니켈 등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 양극재에 사용되는 금속처럼 생산 과정에서 환경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는다.
인터넷에서는 주황색의 황폐기물이 야적장에 산처럼 높게 쌓여있는 이미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만큼 흔한 물질이다. 중국의 원자재 가격 정보 사이트인 선서스닷컴에 따르면 12월25일 기준 황 스팟 가격은 t당 1096위안(19만9252원)에 불과하다. 1㎏에 200원이 채 안 되는 금액이다.
프라운호퍼ISI는 리튬황 배터리가 2035년부터 대형 드론에 사용될 수 있으며 2040년에는 다른 전기 비행기에도 탑재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기관은 리튬황 배터리가 장기적으로는 킬로와트시(㎾h)당 50유로(약 7만1000원) 이하의 가격을 형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블룸버그통신이 추산한 2023년 리튬이온 배터리의 평균 가격이 ㎾h당 139달러(약 17만8000원)인 점을 고려하면 반값도 안 되는 셈이다.
셔틀 효과가 뭐길래…리튬황 배터리의 걸림돌
리튬황 배터리는 가격 경쟁력과 높은 에너지밀도, 친환경성 등으로 주목을 받고 있지만 상용화를 위해서 풀어야 할 문제도 많다. 우선 거론되는 것이 낮은 수명 특성과 용량 저하다. 리튬황 배터리는 화학 반응을 통해 생성되는 리튬 폴리 설파이드가 음극으로 이동(셔틀 효과·Shuttle effect)하면서 유기 전해액에 녹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양극 황 물질의 양이 점차 감소하고 배터리의 수명도 줄어든다.
또 황은 비전도성 물질로 전기 전도도가 매우 낮기 때문에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한 별도의 제조 공정을 거쳐야 한다. 음극에 사용하는 리튬 메탈로 인해 덴드라이트(dendrite) 현상도 발생한다.
리튬황 배터리의 전기화학적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 황과 탄소, 탄소나노튜브, 그래핀 등 전도성 탄소 소재와 복합체를 제조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방전 중 리튬 폴리 설파이드가 녹는 현상을 막기 위해 전해질에 여러 첨가제를 도입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셔틀 효과와 덴드라이트 현상을 억제하기 위해 고분자 고체 전해질을 리튬황 배터리에 적용하기도 한다. 리튬황 배터리가 전고체 배터리의 형태로 상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2020년대 이후 여러 기업과 학계에서 다양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양산 및 상용화 수준까지 이르지는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고객사에 샘플을 공급하고도 실제 상용화하기까지에는 3~4년의 시간이 더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양산 시점은 언제쯤?리튬황 배터리의 선도 기업 중 하나였던 영국의 옥시스에너지(Oxis Energy)는 2021년 4월 4년여의 연구개발(R&D) 끝에 그해 가을까지 고객사와 협력사에 고체 리튬황 배터리의 시제품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2022년에는 450Wh/㎏의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갖는 준고체 배터리를 공급하겠다고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계획은 이뤄지지 않았다. 옥시스에너지는 불과 석 달 만인 2021년 7월 존슨매티에 매각됐다. 존슨매티는 옥시스에너지의 인수 목적을 '그린수소 사업 확장'이라고 밝혔다. 리튬황 배터리와 관련된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옥시스에너지는 준고체 및 전고체 리튬황 배터리에 관한 9개의 특허를 출원했다고 밝혔으나 빛을 발하지는 못했다.
최근엔 미국의 스타트업인 라이텐(Lyten)이 리튬황 배터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 회사는 3D 그래핀을 활용한 리튬황 배터리의 안정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2023년 9월 글로벌 자동차 기업인 스텔란티스를 비롯해 페덱스, 하니웰 등으로부터 총 2억달러(약 2577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를 포함해 이 회사는 지금까지 4억1000만달러(5282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라이텐은 2023년 6월 산호세에 첫 리튬황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건립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회사는 2023년 말까지 상업용 셀을 생산하고 2024년 초에는 고객에게 제품을 공급해 매출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파일럿 라인에서는 스텔란티스 및 자동차 제조사를 위한 시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2024년에는 미국에서 대규모 3D그래핀 및 리튬황 배터리 제조시설을 착공하겠다고 밝혔다. 룩셈부르크에도 기가팩토리를 짓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지난 10월 미국의 벤처기업인 제타에너지(Zeta Energy)는 20암페어시(Ah) 용량을 가진 300Wh/㎏의 리튬황 배터리 시제품을 공개했다. 이 회사는 2024년에 가동 예정인 파일럿 라인에서 450Wh/㎏ 및 800Wh/L의 에너지 밀도를 초과하는 제품을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리튬 폴리 설파이드의 셔틀 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양극에 리튬화 수직 카본 나노튜브를, 음극에 특허받은 황화 카본 기술을 각각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는 정부와 민간이 함께 리튬황 배터리 개발에 나서고 있다. GS유아사(GS Yuasa)가 2021년 11월 400Wh/㎏의 에너지밀도를 갖는 리튬황 배터리의 개발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GS유아사는 일본 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NEDO)가 추진하는 '실용화를 위한 차세대 항공시스템 연구개발' 프로젝트 중 '차세대 전기 추진 시스템'의 연구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리튬황 배터리 개발은 이 연구과제의 일환이다.
GS유아사는 간사이대학교 연구진과 함께 3년의 연구개발 끝에 리튬황 배터리 개발에 성공했다. 회사 측은 황을 지지하는 다공성 탄소 입자와 황의 용해를 억제하는 전해액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리튬황 배터리에 가장 적극적이다. 삼성SDI, SK온 등 다른 배터리 기업들도 내부적으로 R&D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0년 8월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함께 리튬황 배터리 시제품을 탑재한 무인기 실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이 비행기는 성층권 최고 고도에서 총 13시간을 날았다.
LG에너지솔루션 차세대전지연구센터, 카이스트(KAIST) 이진우 교수팀, 포스텍 한정우 교수팀은 2023년 1월에는 철(Fe) 원자 기반의 기능성 소재를 양극에 도입해 성능을 개선한 리튬황 배터리 개발에 성공하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7년 리튬황 배터리를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당초 2025년에서 2년 뒤로 미뤄졌다. 항공 분야에 우선 적용한 뒤 차츰 활용처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문헌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KISTI 미래유망기술 10선-리튬황, 2014.12PR Newswire, OXIS Energy Set To Make Solid-State Lithium-Sulfur Cell Technology A Reality, 2021.4.20
Johnson Mattey, 'Johnson Matthey acquires assets to accelerate green hydrogen scale-up'. 2021.7.28
GS Yuasa Press release, GS Yuasa Achieves R&D Milestone in NEDO Advanced Aircraft System Commercialization Project ?Successful demonstration of 400Wh/kg-class lithium-sulfur battery, 2021.11.15
Stellantis Press release, Stellantis Invests in Lyten’s Breakthrough Lithium-Sulfur EV Battery Technology, 2023.5.25
Businesswire, Lyten Raises $200M in Series B Equity Round, 2023.9.12
Bloomberg, Lyten Plans US, Europe Gigafactories to Spread ‘Cleaner’ Battery, 2023.10.31
PR Newswire, Zeta Energy Demonstrates Industry-Leading Progress in Lithium-Sulfur Batteries, 2023.10.23
Fraunhofer ISI, Alternative Batter Technologies Roadmap 2030+, 2023.9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국가전략기술 기술주권 브리프:차세대 이차전지, 2023.11.21
Wikipedia, Lithium?sulfur battery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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