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 비극과 지드래곤, 경찰은 도대체 왜 [하재근의 이슈분석]
마약 혐의를 받았던 지드래곤은 무혐의로 결론이 났고, 이선균은 국과수 정밀 검사에서 두 차례나 음성이 나왔다. 그래도 경찰은 강도 높은 수사를 이어갔지만 결국 증거를 잡지 못했다.
허탈하다. 연예계와 재계에 걸친 엄청난 마약 스캔들이 터진 것처럼 알려졌던 사건이다. 언론이 발칵 뒤집혔었다. 이 초대형 사건에서 핵심적으로 거론된 인물이 이선균과 지드래곤이었다. 하지만 둘 모두에게서 증거를 찾지 못한 것이다. 이 둘 이외의 별다른 수사 성과가 있는 것도 아니다.
현재 검찰에 송치된 인물은 유흥업소 실장, 유흥업소 종업원, 방송인 출신 작곡가 정다은 정도다. 그밖에 마약 제공·투약 혐의로 구속한 성형외과 의사 등 2명을 수사하고 있다. 엄청난 연예계 마약 스캔들처럼 시작된 사건인데 너무나 허탈한 경과다.
버닝썬 사건이 떠오른다. 당시 클럽을 출입하던 상류층이 연루된 대형 마약-성범죄 스캔들이라고 했었다. 그런데 승리 등 연예인 이름만 나오더니, 그 연예인들조차 버닝썬 사건과 상관 없는 개인일탈을 탈탈 털어 처벌한 걸로 끝났다. 도대체 버닝썬에서 마약-성범죄를 저지르거나 그들을 지원 또는 비호한 이들은 누구란 말인가?
그 당시 승리에게 엉뚱한 버닝썬 주모자 혐의가 덮어 씌워졌다면 이번엔 마약혐의다. 증거가 없는데도 ‘묻지마’로 혐의가 기정사실화 됐다.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했다.
수사 자체는 정당했다. 유흥업소 실장 말만 듣고 수사한 게 문제라는 지적이 있는데, 마약 수사 중에 진술이 나왔으면 수사하는 게 당연하다. 마약 수사는 원래 진술로 파고 들어간다. 문제는 그 정보가 왜 밖으로 나왔느냐이다. 내사 단계부터 연예인 마약 이야기가 흘러나왔고 여론재판이 시작됐다.
그리고 언론이 ‘경찰이 단서를 잡았다, 마약 투약 정황을 확인했다’는 식으로 계속 보도했다. 이게 거짓 보도가 아니라면 경찰에서 그런 말들이 흘러나온 것 아닌가? 나중에 보니 어떤 단서를 확인했다는 건지 허탈하기만 하다.
정치적이지 않은 일반 사건 수사에서 우리 검경의 신뢰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보통 수사 단계에서 범죄 정황을 확인했다는 식의 말이 나오면 언론이 유죄 심증을 가지고 보도하는 관행이 있다. 이번에 경찰이 ‘수사 중에 주장이 제기돼 진위를 확인중이다’ 정도까지만 밝혔으면 분위기가 달라졌을 것이다. ‘확인했다’는 식의 경찰발 기사가 나오니 많은 이들이 유죄를 확신하게 된 것이다.
이선균이 세 번이나 공개 소환되며 망신 당하게 했다는 점도 의아한 대목이다. 이미 두 번 공개 소환됐고, 내사 단계부터 알려져 장시간 사회적 조리돌림을 당했는데 국과수 정밀 검사에서 두 차례 음성이 나왔다면 그때부터라도 경찰이 이선균 보호에 신경을 썼어야 했다. 하지만 3차 소환 전에 이선균 측에서 2번이나 비공개 소환을 요청했는데도 경찰이 거부했다고 한다. 이선균을 심리적으로 압박해서 자백을 받아내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엄청난 연예계 마약 스캔들처럼 시작된 사건인데, 지드래곤이 무혐의가 되면서 경찰이 망신을 당했다. 그렇다면 반성을 해야 하는데 도리어 자신들 면을 세우기 위해 또는 실적을 올리기 위해 사활을 걸고 이선균만은 잡으려 압박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언론의 문제도 심각하다. 사태 초기부터 마약했다는 듯이 보도한 것도 문제지만 경찰을 믿었기 때문이라고 이해할 부분은 있다. 하지만 지드래곤의 경우, 그가 강력히 반발했을 때 중립으로 물러났어야 하는데 소환조사 받을 때까지 지드래곤을 조롱하는 듯한 보도가 나왔다.
이선균은 마약 고의 투약을 인정하지 않았고 처음부터 일관되게 진술했는데 여러 매체가 ‘이선균 마약 인정’이라는 식으로 보도했다. 그래서 많은 누리꾼들이 정말 이선균이 투약을 인정했다고 믿었다. 나중에 마약 음성 이후엔 ‘이선균이 말을 바꿨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선균의 진술은 일관됐는데 말이다. 이렇게 일부 언론이 이선균에 대한 불신을 조장했다.
이선균 검사 결과가 거듭 음성으로 나오자, 일부 언론은 ‘검사에서 검출 안 되는 마약을 했을 수 있다’며 여전히 범죄자 취급했다. 국과수 검사 결과까지 무시하면 뭘 믿겠단 말인가?
유튜브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사생활을 까발리거나 유흥업소 실장 측의 일방적인 주장을 전하는 것도 문제였다. 일부 유튜버들이 장례식장에까지 난입해 소란을 피웠다고 한다.
물론 사망했다는 이유로 고인의 모든 행위가 무조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사건의 진실은 모른다. 다만 이번 사건의 경우 증거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연예인들을 너무 성급하게 조리돌림했기 때문에 반성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내사단계부터 시작해 계속 수사정보가 보도된 듯 보이는 것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성급한 조리돌림 문화도 시정해야 한다.
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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