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높아진 애플의 벽, 약일까 독일까…M3 맥북 프로 써보니
애플이 개발한 반도체 ‘애플 실리콘’의 역사는 15년이 채 되지 않는다. 애플이 자체 설계한 첫 칩인 A4는 2010년 아이폰4와 함께 등장했다. 그 전까지 삼성 엑시노스를 들여와 아이폰의 두뇌로 사용했던 애플은 아이폰4의 성공과 함께 자신감을 얻어 독자노선을 본격화한다. 스마트폰에 이어 PC·노트북·태블릿용 프로세서인 M 시리즈를 개발하며 자신만의 벽을 쌓기 시작한 것이다.
맥북 에어와 아이맥, 맥 미니, 아이패드 프로를 위해 만들어진 M1 프로세서는 업계의 기대를 뛰어넘는 성능과 전력 효율로 시장에 안착했다. 성능이 중요했던 PC 시대를 인텔이 주름잡았듯, 애플은 전성비(전력 대비 성능)가 중요한 모바일 시대의 주인공이 되고자 했다.
세 번째 M 프로세서가 나왔다. 하드웨어(애플 실리콘)와 소프트웨어(iOS)를 아우르는 강력한 생태계로 무장한 애플의 벽이 한층 높아졌다. 애플은 지난 10월 M3와 M3 프로, M3 맥스 등 새로운 칩을 공개하고, 이를 장착한 맥북 프로와 아이맥 PC를 선보였다. 국내에는 이달 중순 출시됐다. 신형 맥북 프로를 2주 동안 사용해봤다.
애플이 맥북 프로 라인업을 공개하며 공식적으로 들고나온 슬로건은 ‘무섭게 빠른’이다. 말 그대로 애플의 모든 하드웨어 라인업 중 최상단에 위치한다. ‘프로’라는 이름답게 고사양, 고성능을 요구하는 전문 작업에 특화한 제품군인 셈이다. M3는 14인치, M3 프로·맥스는 14인치와 16인치 모두 선택 가능하다. 14인치임에도 꽤나 두껍고 무거웠다. 가격은 239만원부터다.
M3 맥북 프로는 노트북 제품 중 처음으로 3나노미터(㎚·1㎚=10억 분의 1m) 공정을 적용했다. 집적도가 높아진 만큼 기본 M3 탑재 맥북 프로는 2021년 출시된 M1 버전 대비 60%, M3 맥스 맥북 프로는 M1 맥스 대비 2.5배 빨라졌다. 실제 사용해보니 거의 모든 작업에서 지연 현상을 느끼기 어려웠다.
AI 격전지 ‘GPU’ 성능 또 높였다
특히 달라진 부분은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이다. 애플은 M3에 GPU 메모리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할당해 효율을 극대화하는 신기술인 ‘다이내믹 캐싱’을 적용했다. 신기술 적용에도 불구하고 프로 라인업에서도 여전히 8기가바이트(GB)에 머물러있는 기본 램에 대한 불만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GPU는 M1 대비 65%, M2 대비 20% 빨라졌다. 외부 성능 테스트에 따르면 M3로 오면서 경쟁 제품 대비 성능 차이를 30% 이상 벌리는 데 성공했다.
애플 측이 “역대 그래픽 아키텍처 사상 가장 눈부신 도약을 이뤄냈다”고 자평할 만큼 GPU 성능에 집착한 이유는 인공지능(AI) 때문이다. GPU는 최근 AI 구현을 위한 핵심 부품으로 떠올랐다. 애플은 내년 하반기 공개할 아이폰16 시리즈에서 본격적으로 AI 기능을 적용하겠다고 예고했다.
이 제품은 사실적인 광원효과를 구현해 컴퓨터 그래픽을 실제 사물에 가깝게 보여주는 레이 트레이싱 기술을 본격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성능도 갖췄다. 맥북 프로 사용자의 상당수가 그래픽 및 영상·애니메이션 전문 작업을 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충분히 체감할 수 있는 변화다.
M2 프로와 비교해 큰 폭의 성능 향상을 일정 부분 포기할 정도로 배터리 수명 연장에 방점을 둔 점 역시 눈에 띈다. 배터리 사용 시간은 최대 22시간이다. 고성능 제품인 만큼 작업 강도를 높였을 때 배터리 소모가 예상보다 빠른 점은 아쉬웠다.
AI 시대, 사용자 확장성은 숙제
여러모로 애플의 고민과 숙제를 엿볼 수 있는 모델이었다. 관련 생태계가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것은 맥북만의 강점이자 약점이다. 맥북 프로의 경쟁 상대는 이전 세대 맥북 프로지, 다른 노트북이 아니라는 점에서 한계도 느껴졌다. 무엇보다 이미 시장에서 호평 받는 M1의 가성비를 뛰어넘기가 쉽지 않다.
그래픽 및 영상·애니메이션·건축 설계 분야 전문 작업자들이 맥북 프로가 아닌 다른 제품을 선택할 가능성은 더 희박해졌다. 다만 이제는 애플도 보다 많은 고객이 벽을 넘어 맥북 생태계로 쉽게 들어올 수 있도록 전략을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AI 대중화 시대를 맞아 시장에서는 경쟁자인 인텔과 퀄컴이 신형 칩을 가다듬으며 애플의 점유율을 노리고 있다.
이희권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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