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과 인연 없다, 그래도 2번째 비서실장 발탁 된 사연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두 번째 비서실장으로 내정된 이관섭 정책실장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소방수’로 불려왔다. 시작부터가 그랬다. 지지율이 20%대 중반에 머물던 지난해 8월, 윤 대통령은 무역협회 상근부회장을 맡고 있던 이 실장을 발탁했다. 그의 첫 직책은 정책기획수석. ‘슬림한 대통령실’을 내세우던 윤 대통령이 첫 여름 휴가를 보내고 고심 끝에 신설한 자리였다. 이 실장은 임명 뒤 대통령실과 부처, 여당 사이를 조율하며 당정대간 정책 업무를 총괄했다.
이 실장은 윤 대통령과 개인적 인연이 없고, 대선 캠프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오로지 실력으로 윤 대통령의 신임을 얻은 케이스다. 지난달 윤 대통령은 장관급인 정책실장 자리를 신설해 이 실장을 임명했다. 임명식에서 윤 대통령은 이 실장의 아내에게 꽃다발을 건네며 “부군께서 집에 일찍 못 들어오더라도 잘 좀 부탁합니다”라고 신뢰를 드러냈다. 그 뒤 한 달 만에 다시 비서실장으로 발탁한 것이다.
이 실장은 ‘늘공(직업 공무원)’ 출신이다. 서울대 경영학과 재학 중이던 1983년 행시 27회로 상공부(현 산업통상자원부)에 들어와 에너지자원실장과 산업정책실장, 1차관을 지냈다.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을 지내던 중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이자 2018년 1월 사장직을 던졌다.
정통 엘리트 관료지만 대통령실 참모들은 이 실장의 정무 감각을 높게 평가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실장은 매번 ‘공무원의 언어가 아닌 국민의 언어로 정책을 설명해야 한다’는 지시를 입에 달고 산다”고 말했다. 특유의 친화력도 강점이다. 이 실장은 지난 14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도 환하게 웃으며 이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다.
이 실장은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과 시민단체 불법 보조금 실태 조사 등 주요 현안을 책임졌다. 지난 8월 잼버리 파행 논란 때도 이 실장이 소방수로 투입돼 잼버리 대원들의 식수와 교통편까지 챙겼다. 국민적 호응이 높은 의대 정원 확대와 간병비 지원, 재건축 기준 완화 등도 이 실장이 주도했던 정책 이슈들이다.
야당이 밀어붙이는 이른바 ‘쌍특검(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법안과 관련해, 대통령실 참모 중 처음으로 목소리를 낸 것도 이 실장이다. 이 실장은 지난 24일 KBS에 출연해 “총선을 겨냥해 흠집 내기를 위한 의도로 만든 법안이 아니냐는 생각을 (대통령실은) 확고하게 갖고 있다”며 “국회에서 정부로 넘어오면 입장을 정해서 어떤 대응을 할지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당시 대통령실 내에선 특검법에 대해 “당에 맡기고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강했지만, 이 실장이 내부 회의에서 “야당의 공격에 당할 수만은 없다”며 비판의 필요성을 제기했다고 한다. 여권 관계자는 “쌍특검 거부권부터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취임 뒤 당정 관계까지 이 실장의 어깨가 무거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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