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서 착안한 ‘가인지 경영’… 상생 비즈니스 생태계 구축 돕는다
회사 창립기념일에 전 사원이 서울 마포구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을 찾아 각자 쓴 사명선언문을 읽는다. 연말 송년회엔 주요 고객과 가족·지인을 초청, 그해 성과와 감사 내용을 발표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비즈니스는 사랑’이란 대원칙 아래 고객뿐 아니라 회사 동료를 어떻게 사랑으로 도울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간을 갖는다.
회사 행사이지만 교회 사역과 묘하게 겹쳐 보이는 건 우연일까. 최근 서울 마포구 회사에서 만난 김경민(49) 가인지컨설팅그룹 대표에게 ‘사내 행사가 교회 사역 같다’고 하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교회 레거시(legacy·전통)’를 경영에 접목해서 그럴 겁니다. 저희 송년회 명칭이 ‘사랑으로 일하는 사람들(사일사)’이거든요. 대형 공간을 빌려 콘서트처럼 여는데 우리는 여기에 고객사 관계자를 초대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업무 철학이 성경에 근거한 사랑임을 설명합니다. 사회에서 만난 인연 앞에서 자기 소신과 사명을 알리는 거죠. 어찌 보면 교회 ‘친구초청잔치’와 비슷합니다.”(웃음)
회사명에 들어간 ‘가인지’는 ‘가치경영’ ‘인재경영’ ‘지식경영’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조어(造語)다. 중소기업 경영을 위해 김 대표가 창안한 경영방법론 명칭이기도 하다. ‘가인지 경영’ 이론은 그가 이랜드그룹에서 몸담고 있던 2009년 고안했다. 당시 회사에서 인사·교육 분야를 담당했던 김 대표는 2003년 이래 ‘이랜드 비즈니스 스쿨’ 교관으로 나서 기독경영인에게 이랜드 경영과 리더십 등을 전수하는 일을 맡고 있었다.
이후 회사 사회공헌 일환으로 기독기업의 성장을 돕는 BH성과관리센터장을 맡으면서 중소기업 경영 컨설팅에 본격 나섰다. 특별히 중소기업에 집중한 건 직원 수 100명 미만인 사업체가 국내에 적잖은 현실을 반영해서다. 그러다 한 기업인이 ‘교육법이 중소기업에 잘 맞는다’고 말한 걸 계기로 이 경영 이론을 체계화했다.
김 대표는 “가인지 경영은 가치·인재·지식이란 세 가치를 54개 분야로 세분화해 기업 실무에 바로 쓸 수 있는 지식을 제공한다”며 “중소기업 현장에 맞는 빠른 실행과 피드백이 가능해 호응이 높았다”고 했다.
독특한 건 이론의 원천이 성경에 있다는 것이다. 기업이 고객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가치 경영은 ‘이웃 사랑’과 뜻이 통한다. 인재 경영은 사람을 성장시켜 일하는 것이므로 ‘제자 삼기’와 연결된다. 지식 경영은 운이나 속임수가 아닌 ‘하나님의 창조원리’인 지식으로 경영해야 함을 강론한다.
성경 속 예수의 3가지 역할에 가인지 이론을 적용하기도 했다. 그는 “가인지에는 제사장·선지자·왕으로서 예수의 3중직 리더십이 담겼다”며 “진정한 지도자라면 예수처럼 조직의 핵심 정체성을 알고 누굴 뽑아 어떻게 가르치며 어떤 지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성과를 낼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1996년 입사해 20년간 이랜드그룹에서 일한 김 대표는 중소기업 컨설팅에 더 집중키 위해 2016년 지금의 회사를 창업했다. 동료 8명도 동반 퇴사를 택해 그의 출발을 지원했다. 이랜드그룹에서 퇴사 이전까지 수년간 겸직을 허용한 것도 창업에 도움이 됐다.
중소기업 현실에 맞춘 ‘실행 컨설팅’을 제시한 김 대표의 기업 컨설팅은 금방 입소문을 탔다. 보고서로 대안을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컨설턴트가 직접 기업 현장을 찾아 기획·인사·성과관리 분야를 1~2일간 대행해주며 맞춤형 실무 컨설팅을 제공해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요청은 많은데 기업에 보낼 컨설턴트가 부족한 상황에 이르렀다. 3년 전 그가 온라인 컨설팅 플랫폼인 ‘가인지 캠퍼스’를 구축한 이유다.
가인지 캠퍼스는 마케팅 고객 관리 등 3000여개의 강의와 각종 양식을 보유한 ‘비즈니스 교육 OTT’(스트리밍 동영상 서비스)다. 월 구독료를 내면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요가 증가하면서 현재 1만7000여명의 회원이 구독 중이다. 김 대표는 “온라인 강의와 채팅으로 담당 컨설턴트를 만날 수 있을 뿐 아니라 변리사 세무사 등 전문가 강의와 마케팅 트렌드 영상 등도 접할 수 있다”며 “한 달에 책 한 권 가격으로 경영 컨설팅 회사를 곁에 두는 셈”이라고 부연했다.
2003년 이래로 13개국 3700여곳의 기업을 상담한 그는 가인지 캠퍼스뿐 아니라 출판사 ‘가인지북스’와 인터넷 언론사 ‘사례뉴스’도 운영 중이다. 모두 기업 컨설팅을 위해 만들어진 기업이다. 오프라인 컨설팅도 병행해 중소기업과 더불어 삼성전자와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대기업과 공공기관에도 컨설팅을 제공 중이다.
그는 회사 구성원을 ‘하열사’(하나님의 방법으로 열매 맺는 사람들)로 부른다. 직원 각자가 ‘비즈니스 현장을 섬기는 일터선교사’란 의미에서다. 60여명의 하열사와 동행 중인 김 대표의 목표는 앞으로 더 많은 하열사를 확보해 ‘세상을 변화시키는 1000명의 경영자’를 세우는 것이다. 가인지 캠퍼스를 해외에 많이 선보여 ‘K경영 콘텐츠’를 알리고픈 포부도 있다.
그는 “기업이 우리의 이웃, 곧 고객과 좋은 관계를 맺고 이들을 섬기는 마음으로 서비스를 하는 게 곧 비즈니스 아닌가. 결국 비즈니스는 사랑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개념”이라며 “산업별로 사랑으로 일하는 강력한 기업을 세워 상생하는 비즈니스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글·사진=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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