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얼라이브] “선으로 악을 이기라”… 올해가 가기 전에 용서를
서울 강남구 삼성로에서 생각하는 수학전문학원 ‘창의수학(CMI)’을 운영하는 변요한(63) 목사는 원래 불교 집안에서 성장했다. 기독교와는 전혀 인연이 없었다. 대형 입시학원을 운영하고 성공 가도를 달렸다. 하지만 하나님의 부르심과 섭리가 있어 3차례의 콜링이 있었지만 순종하지 않았다. 그 결과는 고난을 통해 세상의 주관자인 하나님을 알아가는 것이었다.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면서 하늘이 있음을 알았고(사 43:1) 셋째 아이를 먼저 천국에 보내면서 ‘용서’를 배웠으며(주기도문), 스스로 이루었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잃어버리는 ‘상실’의 고통 속에서 항상 한발 먼저 찾아와 베푸시는 은혜(고전 10:13)에 ‘감사’를 배웠다.(빌 4:6,13)
올해로 15년째 경찰청교회를 섬기고 있는 변 목사의 고백이다. 지난 25일 변 목사는 SNS를 통해 다사다난했던 2023년을 마무리하면서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용서’라는 말보다 ‘복수’라는 단어가 더 쉽게 다가오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는 메시지를 전해 왔다. 그는 극심한 양극화에 찢기고 상한 이 사회가 살아나기 위한 해법은 아프고도 거룩한 용서의 길을 배우는 것이라고 했다.
변 목사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미워하고 앙갚음하고 싶은 누군가가 있게 마련이다. 풀지 못한 채 엉킨 관계, 응어리진 마음이 있다”면서 “여러 갈래로 갈라져 서로를 비난하는 한국사회와 교회에 회의를 느끼는 신자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시대를 살아가는 성도들에게 목회자의 역할은 화해와 용서를 통해 소망과 희망의 메시지를 들려주면서, 동시에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변 목사는 공분과 혐오를 부추기는 극심한 분열과 갈등, 양극화 시대, 원한과 복수로 얼룩진 문화 속에 사는 오늘의 그리스도인을 위해 기독교 신앙의 뿌리인 ‘용서의 힘’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변 목사는 창세기 37장을 소개했다. 요셉이 그가 꾼 꿈으로 형들의 미움을 받았고 형들에 의해 구덩이 속에 던져졌다가 죽음 직전 형들에 의해 노예로 팔리게 된 사연을 예화로 들었다.(창 37:28) 요셉은 꿈을 가지고,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함으로 축복의 통로가 되었지만 그의 시련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보디발의 아내가 그를 유혹하다 안 되니까 그를 모함해 감옥에 넣었다. 절망의 감옥도 요셉의 꿈을 막지는 못했다.
마침내 애굽의 총리가 된 요셉은 원수를 충분히 갚을 수 있었지만 악한 형들에게 화해와 용서의 손길을 내밀었다. “당신들이 나를 이곳에 팔았다고 해서 근심하지 마소서 한탄하지 마소서 하나님이 생명을 구원하시려고 나를 당신들보다 먼저 보내셨나이다.”(창 45:5)
‘원망’은 무엇을 못마땅하게 여겨 남을 탓하거나 불평을 품고 미워할 때 생기는 감정이라고 변 목사는 말했다. 그는 크리스천에게 원망은 ‘성령이 충만’하지 않을 때 나타나는 아주 고약하고 나쁜 습관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대표적 인물로 마르크스와 스탈린을 꼽았다. “마르크스는 외가 친가 모두 ‘랍비’의 영향으로 ‘루터교 교구 학교’를 다녔으며 10대 소년 시절 요한복음 15장을 기초로 ‘그리스도 안에 거한다’라는 수필을 쓸 정도로 신앙적 열심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 시절부터 현실을 비판하는 원망의 선동자가 되어 급기야 공산주의를 만들었고 세상을 두 쪽으로 분열시켜 버리고 만 것이지요.”
변 목사는 또 러시아정교회에 다녔던 스탈린도 사제(목사)가 되기 위해 소련 티프리스에 있는 신학교에서 공부하던 신학생이었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처음엔 신실한 믿음으로 시작했지만 어느새 마음에 사탄이 원망의 마음을 심었고 원망의 주동자가 되어 마르크스주의자로 전향해 공산주의 선동자가 됐다는 것이다. “공산주의자들은 천국에 대한 소망을 말하는 기독교를 싫어하지요. 그 이유는 하나님의 약속을 근거로 바라보는 ‘소망하는 미래’를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변 목사는 영국 태생의 미국 배우 겸 코미디언 밥 호프가 남긴 간증을 소개했다. 베트남전에서 상처를 입고 돌아온 병사들을 위한 위로 공연이 있었는데, 공연기획자는 그의 바쁜 일정을 고려해 5분 정도의 클라이맥스 시간만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밥 호프는 30분이 지나도 무대에서 내려오지 않다가 그의 모든 것을 쏟고는 무대에서 내려왔다. 밥 호프의 온몸은 땀에 젖어 있었지만 그의 눈에는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고 했다.
왜 그랬을까. 무대 맨 앞에 앉아 손뼉을 치며 마치 어린아이처럼 웃고 행복해하는 두 병사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유인즉슨 한 병사는 오른팔이 없고 또 다른 병사는 왼팔이 없는데 두 병사가 마치 한 사람이듯 서로 다른 팔을 부딪쳐 손뼉을 치며 공연 내내 마냥 기뻐하는데 공연을 멈출 수가 없더라는 것이다.
용서는 어디서 오는 걸까. 변 목사는 시편 136편은 총 26절로 구성돼 있는데 ‘감사’라는 단어가 절마다 나온다고 했다. 그리고 첫 절 “여호와께 감사하라”와 마지막 절 “하늘의 하나님께 감사하라”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자신이 독수리처럼 하늘을 날고 있는 상상을 하게 된다고 했다.
변 목사는 제2차 세계대전을 통해 생긴 사생아와 장애인을 위해 펄벅재단을 만들고 당시 어마어마한 돈을 기부해 고아들의 보모 역할을 했던 미국의 여류 소설가 펄벅 여사가 자신의 경험을 기록한 책 ‘자라지 않는 아이’라는 책 내용을 소개했다. “만약 내 딸이 발달장애를 갖지 않았다면 나는 나보다 못한 사람을 멸시하고 조소하고 경멸하며 살았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연약하고 아픈 딸을 내게 주셔서 모든 사람이 하나님 앞에서 얼마나 귀하고 평등한 존재인지에 대해 배울 수 있도록 하셨습니다.”
변 목사에게도 가슴을 저미는 사연이 있다고 했다. 100일도 안 된 아기에게 의료 사고를 내고서는 응급실로 들어가는 저를 붙잡고 ‘자신이 이렇게 한 것이 아니라고 말해 달라’는 의사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런 마음을 품고 중환자실 벽에 기대어 때로는 무릎으로 기도했지만 5일이 지나도록 전혀 깨어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은 상태라 기도하면서도 그 의사에게 ‘어떻게 원수를 갚을까’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고 했다.
그러다 기도 가운데 변 목사도 모르는 사이에 떨어진 성경을 주우려는 순간 ‘내가 너를 용서했는데 너는’이라는 글씨가 점점 커지며 변 목사의 눈을 지나 머리로 빨려들어갔다고 했다. “얼마나 회개하며 울었는지, 그리고 나중에 그 부분이 성경책 앞면 바로 뒤에 있는 ‘주기도문’의 내용이었음을 알았고 그 후 성경책이 그렇게 펴질 수 있는지 수십 차례 확인해 보았지만 한 번도 성공한 일이 없었습니다.”
변 목사는 그 후 그 의사가 생각날 때마다 동시에 겹쳐나오는 ‘내가 너를 용서했는데 너는’이라는 말씀 때문에 그를 지금까지 한 번도 찾지 않았다고 했다. 기적적으로 7일 만에 깨어난 아이는 하반신이 마비된 상태에서 5년 동안 변 목사 곁에 있으면서 주변에 장애가 있는 이들의 아픔을 나눌 수 있는 마음을 주었다고 했다.
변 목사는 억울한 고통을 당했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을 생각하면 상대방의 잘못이나 악행을 용서할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내가 살기 위해서는 용서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용서는 상대방을 위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피해당한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용서가 꼭 필요하다고 했다. 하나님은 ‘악에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롬 12:21)는 말씀을 하시면서 우리가 악에 지지 않길 원하신다고 했다.
변 목사는 또 스티븐 맥도날드라는 미국의 한 경찰관의 고백을 소개했다. 그 경찰관은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10대 강도가 쏜 총에 척추를 맞고 전신 마비가 됐다. 그는 하루아침에 찾아온 끔찍한 비극으로 분노와 고통의 시간을 보냈지만 14년 만에 만난 가해자를 극적으로 용서했다고 했다. ‘어떻게 용서할 수 있었습니까’라는 질문에 스티븐은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내 등에 박힌 총알보다 내 가슴속에서 자라나는 복수심이 더 끔찍했기 때문입니다.”
글·사진=윤중식 종교기획위원 yun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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