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실업률 20% 넘는 中···취업난에 철밥통 공무원 인기만 치솟아 [생생中國]
중국 산둥성의 한 대학에서 중문학을 전공하는 민디리 씨는 대학원 진학 대신 공무원 시험으로 목표를 변경했다. 리 씨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오늘날 석사 학위는 너무 흔해져 과거보다 가치가 많이 떨어졌다”며 “내 인생의 유일한 탈출구는 공무원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청년 실업률이 치솟고 있는 가운데 리 씨처럼 많은 대학생이 과거 높은 인기를 얻었던 석사 학위 취득 대신 공무원 시험으로 진로를 변경하고 있다.
중국 교육부에 따르면 2023년 12월 치러진 ‘2024년도 전국 석사 연구원생(대학원생) 모집 시험’ 응시자가 438만명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7.6% 감소했다. 대학원 시험 응시자가 감소한 것은 2015년도 모집 시험 이후 9년 만이다. 2010년도 141만명 수준이던 대학원 시험 응시자는 2017년 200만명을 처음 넘어섰다. 이어 2020년도(341만명)에는 300만명을 넘어섰고, 2022년도(457만명)에는 400만명을 돌파하는 등 급증세를 보였다. 2022년 12월 치러진 2023년도 대학원 시험 응시자는 474만명으로 2022년 대학 졸업생(1076만명)의 44.1%에 달했다. 하지만 2024년도 대학원 시험 응시자는 2년 전인 2022년도를 밑도는 수준으로 급감하면서 석사 학위 인기가 크게 꺾였다.
과거 대학원 응시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이유는 고학력자일수록 대우가 좋은 직장을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3년간 지속된 코로나19 확산과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경제 침체 영향으로 석사 이상 고학력자조차 변변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게 되자 대학원 진학 열기가 수그러들었다. 석사 학위를 따고도 음식점 종업원이나 배달 기사로 취업하거나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전업 자녀’가 많이 늘어나면서 고학력이 더는 취업의 보증 수표가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크게 확산한 탓이다. 2023년 초에는 석사 학위 소지자들이 기숙사 관리자와 쓰레기 분리수거 감독관으로 고용됐다는 소식이 중국 SNS에서 널리 퍼지기도 했다.
반면 철밥통이라고 불리는 공무원 인기는 계속 치솟고 있다. 2023년 11월 치러진 중국 국가공무원 시험(궈카오)에는 303만3000명이 응시해 역대 처음으로 300만명을 넘어섰다. 2022년(260만명)과 비교해 16.7% 증가했다. 이번 궈카오 선발 인원은 3만9600명으로 2022년보다 2500명 늘었지만 응시자가 더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경쟁률이 2022년(70 대 1)보다 높은 77 대 1을 기록했다.
공무원 인기가 높아지면서 궈카오 통과 문턱도 높아지고 있다. 고급 인력의 지원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2022년 인구 15만명에 불과한 저장성 쑤이창현이 선발한 24명의 신규 공무원 가운데 상하이교통대 등 명문대 출신 석·박사생들이 대거 포함돼 화제가 됐다. SCMP는 “공무원은 상대적으로 급여가 낮지만 근속기간과 혜택이 보장되기 때문에 청년들 사이에서 ‘철밥통’으로 간주된다”면서 “부진한 경기 회복 속에서 외국계 기업이 떠나고 민간 기업이 고전하는 가운데 공무원 만족도가 더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청년 실업률이 급등하면서 공무원 인기는 당분간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지속적인 경제 침체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나서 기존 인력을 줄이고, 신규 채용 규모를 감축한 데다 올여름 대학 졸업생이 역대 최다인 1158만명에 달해 취업난이 심화한 상태다. 2023년 6월 중국의 청년 실업률은 21.3%를 기록,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중국 당국은 7월부터 청년 실업률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0호 (2023.12.27~2023.12.3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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