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치러 왔나 티 찾으러 왔나 [정현권의 감성골프]

2023. 12. 29. 21: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티잉구역(Teeing area)에서 마지막으로 공을 날린 동반자가 티를 찾느라 이리저리 눈을 돌리면서 허둥댔다.

티를 찾아주려고 모두 눈을 치뜨고 사방을 훑어 겨우 찾아냈다. 시간을 지체했다며 연신 미안해하는 동반자에게 캐디가 사용해보라며 티에 매다는 줄로 된 예쁜 티걸이를 전했다.

다음 홀부터 티가 확연하게 눈에 잘 띄어 찾는 시간과 수고를 덜었다. 골프를 끝내고 동반자는 고맙다며 캐디에게 다시 진심을 전했다.

골프 스코어가 아니라 마치 티를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필드에 나온 듯했다. 식사 도중 딸이 외국에서 사온 선물이라며 애지중지하는 티라며 머쓱해했다.

동반자들에게 자그만 선물을 주고 싶을 때가 있다. 그냥 모임에도 빈손으로 나가기 허전하면 골프 소품은 유용한 선물이 된다.

골프공은 누구나 좋아하는 부동의 원탑 선물이다. 타이틀리스트나 젝시오 같은 브랜드공 한 더즌은 비싸지만 낱개로 상자에 따로 나오기도 하기에 비용 부담이 없다. 인터넷으로 구매하면 최고 브랜드 3개 들이 한 줄은 1만7000원 정도이다.

캐릭터가 귀엽게 새겨져 있거나 빨강 노랑 연두 등 예쁜 색상의 컬러 볼도 인기다. 필자 경험으로 고수들은 다른 소품보다 공을 가장 선호한다.

귀엽고 깜찍한 티도 요즘 많이 나온다. 높이를 조절할 수 있고 상단 부분에 공을 놓기 쉬운 제품도 있다. 컬러 색상에 디자인도 여러 종류여서 부담없이 전할 수 있다.

티걸이도 귀여운 선물이 된다. 티키퍼 티키링이라고도 부르는데 티에부착해 쉽게 찾도록 도와준다. 줄 끝에 고무링이 있어 간단하게 티에 끼우거나 티에 줄로 매다는 제품도 나온다.

공보다 티가 멀리 날아간다는 야유를 받기도 하는데 이 때 티걸이는 분실과 습득 시간을 줄이는 데 안성맞춤이다. 스마트폰 등장 이전 핸드폰에 매단 고리와 비슷하다.

가벼워서 비거리에 영향을 주지 않고 컬러 디자인이어서 눈에 쉽게 띈다. 티잉구역에서 지체 시간을 줄여 동반자들의 불편한 시선에서 해방시켜 준다.

볼마커도 골퍼들에게 깜찍한 선물이다. 사소하게 보여도 골프에서 없어서는 안될 필수용품이다. 특히 그린에서 캐디 도움 없이 혼자 마크하고 라인을 읽는 독립골퍼, 자립골퍼로 변신하는 산파역을 한다.

예전의 투박하고 심플한 데서 탈피해 귀엽고 예쁜 디자인과 색상 볼마커도 유행이다. 선물로 받은 마커를 그린에서 사용할 때마다 그 사람을 떠올리게 된다.

버디나 이글을 잡고 “당신이 주신 마커 덕분이죠”라고 덕담을 전하면 그만한 사례가 없다. 2만원대 가격이면 괜찮은 선물을 구한다.

드라이버 커버도 선물한다. 아이언 커버도 있지만 드라이버 커버는 눈에 잘 띄고 디자인도 다양해 선물용으로 적합하다.

인형이나 동물 같은 다양한 디자인으로 나오는데 클럽을 보호하고 아름다움도 선사한다. 가격 4만~5만원대로 다른 소품들에 비하면 약간 높지만 오랫동안 나를 기억하는 물망초가 된다.

카트 걸이 파우치도 인기 있는 골프 선물이다. 카트에 고리를 걸어 부착시키는데 골프공, 티, 마커, 장갑 등을 편하게 정리해서 보관한다.

그냥 쑤셔 넣는 대신 품목별로 보관하도록 칸이 나눠진 제품을 고른다. 모양과 색상이 다양하고 1만~5만원대 제품이 나와 있다.

볼 파우치는 초보들에게 좋은 선물이다. 공을 많이 잃어버려 번번이 카트에 와서 공을 가져가면 번거롭고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

골프 도중 달랑 하나뿐인 공을 잃어버리고 캐디나 동반자에게 부탁하거나 카트로 와서 다시 가져가는 동반자를 보면 의아하다. 여분의 공을 호주머니나 볼 파우치에 넣고 다니면 경기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다.

공 2개가 들어가는 파우치가 가장 일반적이고 3개 혹은 한 개만 들어가는 제품도 있다. 보통 파우치 고리를 벨트에 부착해서 사용한다. 3만원대 제품이 흔하다.

골프 장갑과 모자도 언제든지 무난한 선물이다. 인터넷으로 2만원 안팎이면 괜찮은 장갑을 고를 수 있다. 미리 사이즈를 파악해 준비한다.

보통 헐기 전에는 장갑을 잘 바꾸지 않는데 흐리거나 땀이 날 정도로 무더울 때 미리 준비해 가져가면 고마운 선물이 된다. 더운 날에는 선바이저, 겨울엔 방한모자도 유용하다.

겨울엔 목을 둘러싸는 넥 워머가 유용한 선물이 된다. 넥 워머 사용 여부에 따라 체감온도가 5도 이상 차이 난다는 말도 있다. 유명 브랜드 제품은 3만원을 웃돌기도 하지만 2만~3만원이면 산다.

언젠가 파5 롱홀에서 티샷을 잘 날리고는 두번째와 세번째 샷으로 연속 OB(Out of bounds)를 냈다. 내색을 못하고 끙끙대던 나에게 다음 홀로 이동하는 카트에서 동반자가 연두색이 빛나는 고급 브랜드 1번 공을 건넸다. 지친 영혼에 모르핀제였다.

“오늘 하루를 함께 해 영광이자 즐거웠습니다. 다음 만남을 기대하면서 오랫동안 기억할 겁니다.”

진정한 위로와 따뜻한 감사 인사로도 나를 기억하는 좋은 선물이 된다. 100살이 아니라도 남의 기억에 오래 남는다면 그게 바로 장수이다.

정현권 골프칼럼니스트/전 매일경제 스포츠레저부장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