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피해자 일부 "일본 기업의 공탁금으로 배상받겠다"
‘2차 강제동원 소송’에서 최종 승소한 피해자 일부가 일본 기업 측이 법원에 낸 공탁금으로 자신의 판결금을 받겠다는 의사를 29일 밝혔다. 일본 기업이 낸 돈이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사실상의 배상금으로 쓰이는 길이 열렸다.
강제동원 피해자 이모씨 측은 이날 일본 히타치조센이 2019년 1월 서울고등법원에 낸 공탁금 6000만원에 대해 공탁금 출급 청구 절차를 밟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오석준)는 전날 이씨 측이 히타치조센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5000만원과 지연이자를 배상하라고 최종 판결했다. 이 소송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배상청구권이 처음으로 인정된 2012년 대법원 판결 이후 다른 피해자들이 용기를 얻어 제기한 일련의 소송 가운데 하나여서 ‘2차 강제동원 소송’으로 불린다. 히타치조센은 앞서 2019년 1월 동일한 내용의 원심판결이 나오자, 이씨 측의 가집행(미확정된 판결에 의해 이뤄지는 강제집행)을 염려해 강제집행 정지를 신청했고, 그 담보 성격으로 6000만원을 법원에 공탁했다.
이르면 다음주 중 대법원의 최종 승소 판결문을 토대로 법원에 이 공탁금 출급 청구를 하겠다는 게 이씨 측 입장이다. 법원 공탁관 심사로 청구가 받아들여지면 이 60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이씨 측이 받아야 하는 판결금과 지연이자는 6000만원이 넘는 규모여서, 나머지 금액 수령에 대해선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의 ‘제3자 변제’ 해법에 따른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일본 기업이 자발적으로 낸 공탁금이 피해자에 대한 사실상의 배상금으로 쓰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일본 강제징용 피고 기업 가운데 법원에 공탁금을 걸어둔 사례는 히타치조센 외에는 없어 사실상의 유일한 사례가 될 수 있다.
법조계 안팎에선 “히타치조센 측에서 공탁금 회수청구권을 행사하며 불복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서울고등법원 판사)는 관측도 나온다. 당초 강제집행을 막기 위해 법원에 담보금을 맡긴 것이지, 피해자 변제를 위해 낸 돈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히타치조센은 전날 대법원 판결에 대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과 이에 대한 일본 정부의 견해, 당사 주장에 반하는 것으로 극히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이씨 측 대리인인 이민 변호사(법률사무소 헤아림)는 “히타치 조센이 회수청구권을 인정받으려면 원고 동의가 있거나, 담보취소 결정이 있어야 하는 만큼 그런 불복 절차는 쉽지 않다”고 했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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