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 블루' 야마모토, 이정후와 한솥밥 먹을 수도 있었다…에이전트가 털어놓은 뒷얘기

유준상 기자 2023. 12. 2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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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영입전의 승자는 LA 다저스였다. 하지만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었다. 빅리그 투수 최대 규모 계약의 주인공이 된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바람의 손자'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한 팀에서 뛸 뻔했다.

미국과 일본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야마모토의 에이전트인 조엘 울프는 2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에 위치한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야마모토의 입단 기자회견이 끝난 뒤 야마모토의 협상 과정에서 샌프란시스코가 유력 후보 중 하나였음을 밝혔다.

실제로 이달 중순까지 복수의 구단이 치열한 경쟁을 벌일 때만 해도 샌프란시스코는 유력한 영입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됐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은 지난 17일 샌프란시스코와 보스턴 레드삭스가 야마모토에게 3억 달러(3912억원) 이상을 영입 조건으로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사실 샌프란시스코는 이미 지갑을 한 차례 연 바 있다. 공격, 주루, 수비 능력을 두루 갖춘 외야수 이정후와 6년 총액 1억 1300만 달러에 계약하면서 야수진을 보강했다. 빅리그 경험도 없는 선수에게 1억 이상의 거액을 안겼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그만큼 영입전에서 가장 적극적이고 이정후를 원했던 팀이 바로 샌프란시스코였다.



다만 샌프란시스코의 전력 보강이 이정후를 영입한 것에서 끝났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었다. 내심 선발진에 힘을 보탤 만한 선수를 원했다. 올 시즌 샌프란시스코의 선발 평균자책점은 4.12로 준수한 편이었지만, 이닝만 놓고 보면 메이저리그 30개 팀 중에서 최하위(729⅓이닝)였다. 150이닝 이상 소화한 선발 투수는 로건 웹(216이닝)과 알렉스 콥(151⅓이닝) 단 두 명뿐이었다. 팀의 전력 상승을 위해서 이닝을 길게 끌고 갈 수 있는 투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런 샌프란시스코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카드 중 한 명이 야마모토였다. 수년간 일본프로야구(NPB)에서 경험을 쌓으며 스카우트들의 레이더망에 포착됐다. 2021년 이후에는 완성형에 가까워졌고, 올해까지 3년 연속으로 일본프로야구 최고 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와무라상'을 수상하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젊은 나이임에도 나름 국제무대 경험이 많다는 점도 야마모토의 장점으로 꼽힌다. 야마모토는 2019 프리미어12, 2020 도쿄올림픽(2021년 개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굵직한 국제대회에 출전해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올해 WBC에서는 2경기(1경기 선발) 7⅓이닝 1승 평균자책점 2.45를 기록하면서 일본의 우승에 기여했다.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한 여러 빅리그 구단들이 일찌감치 야마모토를 노린 이유다.

또한 파르한 자이디 샌프란시스코 사장은 지난 10월 미국 매체 'NBC스포츠 베이에이리어'에서 진행하는 팟캐스트 '자이언츠 토크'에 출연해 "야마모토는 세계 최고의 선발 투수다. 운동 능력, 구위, 커맨드 모두 조화를 이루는 투수로 마운드 위에서 정말 잘 던진다"고 야마모토를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취재진에게 야마모토의 다저스행 뒷이야기를 전한 울프는 "다저스 이외에도 뉴욕 메츠와 뉴욕 양키스, 샌프란시스코, 필라델피아 필리스, 보스턴까지 6개 구단이 경쟁을 펼쳤다"며 "야마모토는 샌프란시스코에 가기도 했고, 그곳을 매우 즐겼다. 또한 샌프란시스코에 대해 오사카와 닮은 아름다운 도시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다저스가 손을 내밀지 않았다면 (오타니의 행선지는) 샌프란시스코였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일반적으로) 협상이 진행되면서 계약 기간이나 총액에서 차이가 벌어지고 대부분의 구단들이 탈락하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며 "이 정도로 복잡하고 어려웠던 협상은 없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도 야마모토 영입에 진심이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오타니 쇼헤이를 영입한 데 이어 트레이드 및 연장 계약으로 타일러 글래스노우까지 품은 다저스가 야마모토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계약 조건은 12년 총액 3억 2500만 달러(약 4189억원)다. 역대 메이저리그 포스팅 시스템 최고액이 깨졌다. 종전 기록은 2014년 1월 뉴욕 양키스와 계약한 일본인 투수 다나카 마사히로의 7년 총액 1억 5500만 달러였다.

고민 끝에 다저스행을 결정한 야마모토는 입단 기자회견을 통해 "이기고 싶은 팀과 함께한다는 건 매우 중요했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오타니의 지급 유예로 팀이 승리를 갈망하고 있다는 걸 분명히 체감했다"며 "존경했던 (메이저리그) 선수들을 단순히 동경하는 것을 멈추고, 다른 선수들이 동경하는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오늘부터 다저스의 일원으로 팀이 우승할 수 있도록, 더 나은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 팬들에게 약속한다"고 굳게 다짐했다.


일본 대표팀에서 함께 지냈던 오타니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았다. 야마모토는 "다저스에 오기로 결정한 유일한 이유가 '오타니'라고 말할 수는 없다. 오타니가 다른 팀과 계약했더라도 나는 아마 다저스에 왔을 것"이라며 "오타니는 일본 최고 선수 중 한 명일 뿐 아니라 메이저리그 전체를 통틀어 최고 선수로 꼽힌다. 앞으로 오타니와 함께 뛸 수 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얘기했다.

사진=USA투데이스포츠, AFP, AP/연합뉴스, 샌프란시스코 구단 SNS, 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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