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이재명 "국민 위한 정치" 공감…김건희 특검법은 악법 온도차(종합)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29일 여당 대표로서 처음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했다. 한 위원장과 이 대표는 양측간 의미 없는 힘겨루기 등 감정싸움을 자제하자고 했다. 다만 한 위원장은 전날 민주당 등 야권이 강행 처리한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선 '명백한 악법'이라는 뜻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 민주당 대표실을 예방한 자리에서 "여당과 야당을 이끄는 대표로서 서로 다른 점도 분명히 많이 있겠지만, 국민의,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는 공통점을 더 크게 보고 건설적인 대화를 많이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급작스럽게 취임하게 돼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말씀을 올렸는데도 흔쾌히 빨리 (예방) 일정을 잡아주셔서 대단히 고맙게 생각한다"고 감사를 표했다.

이에 이 대표는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취임과 방문을 환영하고 축하드린다"며 "우리가 비록 약간 다른 입장에 있다고 할지라도 우리에게 주어진 책임은 국민들이 맡긴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또 하고자 하는 일들에 대해 우리 더불어민주당은 언제든지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이 대표는 또 "비상대책위원장이라는 직함이 표현하는 것처럼 국민의힘이 일종의 비상 상태라고도 하지만 한편으로 보면 국가, 우리 국민에게도 매우 어려운 상황인 것도 분명한 현실"이라며 "우리 국민의힘, 우리 더불어민주당이 해야 할 제일 중요한 일은 민생을 챙기는 일, 더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일, 대한민국의 미래를 더 밝게 개척하는 일이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책임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한 위원장이 장관 이임식 때 '서민과 약자의 편에 서고 싶다'는 발언을 언급하며 "우리 사회의 약자들, 서민 중 지금 현재 현안이 되고 있는 것 중 제일 중요한 건 아마도 이태원 참사 피해자분들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분들이 소망하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또 재발 방지 대책을 정치권이 외면하지 말고 그 소망 사항을 들어줄 수 있도록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협력해 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전세사기특별법 문제도 언급했다. 이 대표는 "(전세 사기 피해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는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선 구제해 주고 일부나마 후에 구상하는 방식에 함께 참여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국민 위한 상생정치 '공감'…김건희 특검법은 '악법' 온도차

양측은 비공개 환담에서 국민을 위한 상생 정치에 공감하면서도 김건희 특검법과 관련해선 온도 차를 보였다. 한 위원장은 환담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양당을 이끄는 사람으로서 국민에게 도움이 되고 상생에 도움이 되는 효율적인 정치를 하자는 말씀을 분위기 좋게 나눴다"고 밝혔다.

다만 김건희 특검법 관련,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민주당의 재의결 가능성에 대해선 "그 법은 총선을 뒤덮고 국민들의 선택권을 침해하겠다는 명백한 악법"이라고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그 법에 대한 거부권은 국민을 위해서 당연한 것"이라며 "그 이후의 절차나, 대응 부분은 상황을 보고 당에서 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위원장은 또 거부권 대신 특별감찰관이나 2부속실 등 대안 마련 가능성에 대해선 "여러 가지 필요한 정책들은 꼭 그에 국한하는 게 아니라, 당을 이끌면서 민생 전반에 필요한 정책은 앞으로 차차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민경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비대위원의 과거 노인 비하 발언에 대해선 "저희 당에서 잘못된 보도라는 입장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한편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 역시 이날 한 위원장과 이 대표의 만남에 대해 "이태원 참사 특별법과 선거제도 선거법과 관련해 조속한 결정을 내리자는 취지의 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