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집 수색 지시했는데 왜 영전”…경남도 공무원 노조 반발하는 이유

안대훈 2023. 12. 29.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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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절도범을 잡겠다’며 부하 직원에게 자동차와 자택을 수색하게 한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경남도 간부 공무원에 대한 인사 조처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공무원 노조가 “경찰 수사 후에도 관련자의 영전 인사를 단행”하거나 “직위해제 등 피해자와 분리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반발하면서다. 반면 경남도는 “수사 중인 상황에서 직위해제 등 인사상 불이익을 함부로 줄 수 없다”고 반박한다.

경남도청공무원노동조합이 지난 28일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원 자동차와 자택 수색을 지시한 간부 공무원 2명에 대한 ″잘못된 인사를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두 간부 공무원은 앞서 지난 8월 도청에서 발생한 공무원 임용시험 서류 절도 사건 당시 범인을 내부인으로 짐작, 이런 지시를 내린 혐의로 고발됐다. 안대훈 기자


“피의자-피해자 계속 같은 부서에”…노조 반발


경남도청공무원노동조합은 지난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분실한 채용 서류를 찾는 과정에서 직원 차와 자택 조사를 지시하며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자를 영전시키고, 피해자가 있는 부서에 그대로 유임시킨 인사 발령에 대해 깊은 유감과 우려를 넘어 분노를 표한다”고 주장했다.

노조가 지목한 두 간부공무원은 지난 8월 30일 도청에서 발생한 공무원 채용 관련 서류 도난 사건 발생 당시 A국장과 B과장이다. 이들은 사건 직후 내부 소행으로 의심, 부서 직원들에게 동료의 개인 자동차나 자택을 수색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작 범인은 해당 서류 관련 임기제 공무원 채용에 지원한 30대 청년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3개월이 넘는 수사 끝에 A·B 간부 공무원에게 직권남용 혐의가 있다고 보고 지난 19일 검찰에 송치했다. 이후 도는 현재까지 이렇다 할 제재 없이 A국장과 B과장을 각각 부단체장으로 전보하고, 해당 부서 과장에 유임했다.

경남경찰청. 연합뉴스


경남도 “아직 수사 안 끝나”


노조는 “직장 내 괴롭힘 조사는 제일 중요한 게 분리인데, 정작 과장을 그대로 유임시키는 걸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해 직원 인권보다 가해 간부 공무원 인권이 존중받는 박완수 도정의 장래는 어둡기만 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경남도 관계자는 “지방공무원법상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사람’에 해당하지 않아 직위를 해제하지 않은 것”이라며 “금품 비위나 성범죄가 아니고, 감사위원회에서 징계 의결 요청이 온 것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직장 내 괴롭힘은 우월적 지위로 본인 이익을 위한 괴롭힘인데 이 사안은 개인적 목적이 있다고 보기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앞서 경남도 감사위원회도 두 간부 공무원 자동차·자택 수색 등 부당한 지시와 관련해 조사를 진행했지만, 검찰 기소 여부 등 최종 수사 결과를 보고 징계 여부 등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반면, 도난당한 서류 담당 직원과 청원경찰은 감사위가 조사를 마치면서 지난 12일 징계 처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A국장과 B과장은 책임자로서 관리 소홀 등 이유로 문책 정도만 받았다.

경남도청. 연합뉴스


기소돼야 직위해제 가능?


이와 관련, 다른 지자체에서는 검찰이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도 비위 행위의 중대성에 따라 직위해제 등 인사 조처를 선행하기도 했다. 지방공무원법에 따르면 임용권자(지자체장)는 공무원 품위를 크게 손상하는 비위 행위로 수사·감사기관에서 수사·조사를 받아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기대하기 현저히 어려운 경우 직위 해제를 할 수 있다. 이는 단체장 재량권에 속한다.

지난 8월 경북 영천시는 시립박물관 건립을 위한 전시물 제작 설치사업 예비평가 심사위원 명단(21명)을 사전에 유출한 혐의로 5급 공무원 C씨가 검찰에 송치되자, 곧바로 직위 해제했다. 이에 앞서 지난 5월과 6월 경남 창원시는 각각 5급 이상 간부 공무원 2명에 대한 고소장이 수사기관에 접수, 수사개시통보를 받자 곧장 업무에서 배제하기도 했다.

송광태 창원대 행정학과 교수는“비위 행위를 한 당사자가 직위를 유지하면 감사나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사안의 중대성을 단체장이 면밀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창원=안대훈 기자 an.dae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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