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탈당' 이기인 "같은 실수 반복하는 당, 미래 꿈꾸기 어렵다"
[곽우신, 박현광 기자]
▲ 국민의힘 탈당 기자회견 하는 이기인 이기인 경기도의회 의원이 2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의회에서 국민의힘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소용없다고 말하지 마라. 동이 틀 때, 햇빛은 동쪽 창으로만 들어오지 않으며, 태양은 앞에서 천천히, 아주 천천히 떠오르지만 허나 서쪽을 보라, 온 대지가 밝게 빛나지 않는가."
이기인 경기도의회 의원이 "백의의 천사 나이팅게일의 비서로 봉사했던 영국의 시인, 아서 휴 클러프는 영국 노동자 계급의 선거권 획득 실패 직후 짤막한 시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라며 인용구를 옮겼다. 이어 "함께 갑시다, 새로운 미래로"라며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그는 29일 오후, 국민의힘 탈당과 함께 가칭 개혁신당에 합류하기로 선언했다. '천아용인'의 '천'인 천하람 전 국민의힘 전남순천갑당협위원장에 이어 '인' 이기인 경기도의원까지 이준석 전 대표의 깃발에 함께 하기로 했다(관련 기사: 천하람 탈당, 이준석 신당 합류... "권력에 기생하지 않겠다" https://omn.kr/26ws8).
이기인 "우리 당의 못된 습관들, 더 이상 고쳐 쓸 수 없는 지경"
이기인 의원은 이날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희망과 미래를 논하기 위해, 국민의힘을 떠난다"라며 "그리고 개혁신당의 공동창당준비위원장으로 새로운 출발선에 선다"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만 29세의 나이에 처음 정치에 입문해 지방자치에 몸담은 지도 무려 10년이다. 그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라며 "제가 정치를 할 수 있도록 처음 기회를 주셨던 이종훈 전 국회의원은 소수파라는 이유로 경선 참여 기회조차 박탈당했다. 공천 학살"이라고 회고했다.
이어 "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던 유승민 전 대표는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혀 배척된 지 오래이다.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이어 대선을 승리로 이끈 이준석 전 대표는 '내부총질이나 하는 당대표'가 되어 끌려내려왔다"라고 날을 세웠다. "안철수는, 나경원은, 김기현은 달랐느냐?"라며 "다른 목소리는 틀린 것으로 치부되고, 민주주의와 상식은 사라진 곳에서 국민의 희망과 미래를 논할 수는 없다"라고도 꼬집었다.
이 의원은 "우리 당의 못된 습관들은 더 이상 고쳐 쓸 수 없는 지경"이라며 "정당의 대표는 국민들과 당원들의 지지로 정당하게 선출된 것이지, 권력의 눈 밖에 났다고 쫓겨날 수 있는 가벼운 존재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새 인물을 영입하곤 '쇄신'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그저 국민들에 대한 기만이고, 정치혐오의 근원일 뿐"이라며 "상대를 악마화하는 데 몰두하는 눈과 입으로는 결코 국민이 겪는 아픔을 볼 수도, 논할 수도 없다"라고도 강조했다.
결국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당에서 더 이상 미래를 꿈꾸기는 어렵다"라며 탈당의 이유를 밝힌 것.
또한 "거대정당을 벗어나 제3의 정당으로 정치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누구보다 잘 안다"라면서도 "그래서 저는 도전한다. 매번 반복되는 양 당의 적대적 공생에 대한민국의 명운을 맡길 순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가의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시기에 영부인의 특검으로 반목하는 정치에는 미래가 없다"라고도 덧붙였다.
그는 "제가 속한 개혁신당은, '진짜 공정과 상식'을 추구할 것"이라며 "우리는 상식적인 정당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고작 10% 남짓한 지지율에서 시작해 60%에 육박하는 득표율을 얻고 당당히 당 대표가 된 이준석처럼, 가능성 26%가 그것을 부정하는 58%를 뛰어넘을 때까지, 92대의 관광버스가 아닌 920대의 경쾌한 온라인버스가 굴러갈 때까지, 오직 소신과 실력, 결과로 증명해보이겠다"라고도 강조했다.
이어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그는 차기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지역구(경기 성남 분당갑)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지 질문을 받았으나 "신당이 만들어진 직후 이준석 (전) 대표를 포함한 당내 인사들과 긴밀하게 논의를 해서 신당에서 제가 차지하는 위치와 역할은 무엇인지 깊게 대화한 후에 당의 역할과 부름에 따라서 판단할 일"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지금은 어떠한 것도 결정되지 않았다"라며 출마 여부를 명확히 답하지 않은 것.
국민의힘 "탈당 영향 크지 않다" 자평... 허은아, 조만간 입장 밝힐 듯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들의 탈당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추이를 함 보시자"라며 "이준석 전 대표가 이틀 전에 탈당 한 이후의 상황과 지금 추가적으로 두 분 한 거지?"라고 되물었다. "크게 영향 많지 않고, 오히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위원장직) 수락과 그 다음에 새로 시작하는 것에 우리 당의 후원, 입당 등 오히려 고무적인 현상과 결과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자평했다.
윤재옥 원내대표 역시 이날 오전 당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후 취재진에 "이준석 전 대표 탈당하는 날에도 비슷한 질문이 있었다. 새로 출발하는 이준석 전 대표가 잘 됐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렸다"라고 말했다. "탈당으로 인한 여러 가지 영향이라든지에 대한 관심보다는, 새로운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중심으로 어떻게 우리가 혁신하고 국민의 공감을 받고 사랑을 받을 수 있는지에 집중하겠다 그런 입장을 드렸고 그 입장은 지금도 또 변하지 않았다"라는 이야기였다.
한편, '천아용인'의 '용'이었던 김용태 전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이 일찍이 국민의힘 잔류를 선택하면서, 이제 거취가 불투명한 것은 '아'인 허은아 국민의힘 국회의원 뿐이다. 허은아 의원은 비례대표인 탓에 자진 탈당할 경우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차기 국회의원 총선거까지 임기가 남은 날짜를 계산해, 탈당 시점에 따라 승계 의원이 뒤를 이을 수도, 그대로 공석으로 둘 수도 있다.
허 의원은 지난 28일 의원실을 통해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저의 거취에 관해서는 다음주 중 별도로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며 "어떠한 말씀을 드리든 최대한 정중하고 사려깊게 하고 싶다"라고 알렸다. 그는 "당분간 기자들의 취재에 응하지 못할 것 같아 미리 송구한 말씀을 드린다"라며 "일정이 정해지는 대로 바로 공유 드리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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