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년 전 개봉한 이 영화 속 '가자지구'

정윤섭 2023. 12. 29.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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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삼손과 데릴라>

[정윤섭 기자]

   
 영화 <삼손과 데릴라> 포스터
ⓒ 파라마운트
 
지난 1955년 개봉되어 지금도 고전 명화 중에 하나로 꼽히는 영화 <삼손과 데릴라>는 실제 성서에 나오는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성서를 배경으로 하여 만들어진 영화는 <모세>를 비롯, <시바의 여왕> 등 많은 영화가 있지만 <삼손과 데릴라>는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간의 전쟁터가 되고 있는 '가자'가 등장하고 있어 흥미롭다.

지난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대한 전례 없는 공격을 감행 이스라엘인 최소 1300여 명이 살해당하고 여성과 어린이, 군인, 민간인 등 수십 명이 인질로 붙잡혀 가자 지구에 억류된 상태다.

이에 맞서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 집중 포격을 퍼부으면서 현재까지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 약 2만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식량, 연료 등 필수품 공급을 모두 막으며 가자 지구를 전면 봉쇄함에 따라 가자지역 민간인들의 생활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 확대와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완전히 소탕할 때까지 전쟁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확인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감옥이 되어버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가자지구는 이집트와 접경지대이며 이스라엘과 함부로 오고갈 수 없게 분리장벽이 쌓여 있다. 지중해와도 면해 있지만 이스라엘 해군에 의해 봉쇄당하고 있어 어디로도 함부로 갈 수 없는 그야말로 감옥 같은 도시가 되어 있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역사적 관계는 수천년 전으로 올라간다. 지리적으로 중동지역 서아시아에 위치한 이곳은 아시아와 유럽의 중간지대에 위치하여 수없는 침탈과 정복의 역사가 이어지는 질곡의 시대를 이어왔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간의 전쟁으로 분쟁이 또다시 재연되고 있는데 이 분쟁의 시작은 언제이고 과연 이곳에 평화의 시대는 올 수 없는 것일까?

성경 사사기의 삼손과 데릴라

영화 <삼손과 데릴라>는 구약성경 일곱번째 복음서인 <사사기>에 등장하고 있다. <사사기>는 이스라엘 역사에서 기원전 약 1200년경 열두 명의 사사들이 다스리던 시대다. 삼손은 마지막 사사인 사무엘 전의 사사에 해당한다. 그는 죽을 때 까지 20년간 이스라엘의 사사로 있었다.

사사시대는 이스라엘에게 암흑기라고 할 수 있다. 구약성경을 보면 이스라엘은 애굽(이집트)에서 모세의 인도하에 탈출하여 가나안 땅에 정착하였다. 그러나 곧 여호와를 멀리하고 이방신을 섬기며 악을 행하여 여호와를 분노케 했다. 이에 여호와는 이스라엘을 노략하는 자에게 노략을 당하게 하고 주위에 있는 모든 대적에게도 넘겨 이스라엘이 그들에게 패하게 하였다.

성경에서는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에게 분노하사 그들을 메소포타미아 왕 구산 리사다임의 손에 넘겼고 이스라엘은 구산 리사다임을 8년 동안 섬기게 되었다고 서술하고 있다.

지금의 가자지역에 정착하게 되는 블레셋 인들은 철제로 무장한 해양민족으로 기원전 1200년경 지금의 팔레스타인 땅에 정착한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은 강력한 철기문명을 가지고 이곳에 들어오게 되는데 이 시기는 청동기에서 철기시대
로 넘어가는 과도기로 철기로 무장한 해양민족 블레셋의 등장으로 인해 이스라엘은 그들의 속국이 되고 만다.

그때까지 청동기 문명을 가진 이스라엘이 막강한 철기문화를 가진 블레셋 사람들을 당해내긴 힘들었던 것 같다. 이스라엘은 주변의 나라들이 왕정국가의 면모를 갖추어 가고 있을 때에도 사사들이 다스리던 일종의 부족국가 시대에 머물러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사사시대를 지나 사울 왕이 등장하여 비로소 이스라엘은 최초로 왕정국가의 체계를 갖추게 된다.

한글번역 성경에는 지금의 '가자'를 '가사'로 표기하고 있는데 주로 구약성경을 통해 그 지명이 여러 번 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삼손이 사사로 등장하는 사사기에 '가사' 가 여러차례 등장하고 있다. 영화 <삼손과 데릴라>에서도 가자라는 지명이 등장하고 있어 성경의 원문내용을 영화에 반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사기 16장 1절과 2절에는 삼손이 가사에 간 것을 안 블레셋 사람들이 삼손을 죽이려 한 것을 알 수 있다.

사사기16장 1절 "삼손이 가사(가자)에 가서 거기서 한 기생을 보고 그에게로 들어갔더니" 사사기16장 2절 "혹이 가사 사람에게 고하여 가로되 삼손이 여기 왔다 하매 곧 그를 에워싸고 밤새도록 성문에 매복하고 밤새도록 종용히 하며 이르기를 새벽이 되거든 그를 죽이리라 하였더라"

그러나 삼손은 워낙 힘이 세었기 때문에 그를 잡을 수가 없었다. 삼손은 이곳의 소렉 골짜기에 사는 데릴라 라는 여인을 좋아하게 되었는데 이를 안 블레셋 사람들이 데릴라를 통해 그가 어떻게 하여 그런 힘을 가질 수 있는지 알게 한다.

일종의 미인계를 써서 삼손의 힘의 비밀을 알게 하는데 데릴라의 끈질긴 유혹으로 결국 삼손은 그 힘의 비밀이 머리에 있다는 것을 말하고 만다. 결국 삼손은 블레셋 사람들에게 잡히어 눈을 뽑히고 옥중에서 맷돌을 돌리게 된다.

사사기16장 21절 "블레셋 사람이 그를 잡아 그 눈을 빼고 끌고 가사에 내려가 놋줄로 매고 그로 옥중에서 맷돌을 돌리게 하였더라." 삼손은 뒤늦게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여호와께 마지막으로 힘을 달라고 기도한다. 그리고 많은 군중들이 모여 있는 다곤 신전이 있는 곳에서 자기 손을 붙잡은 소년에게 자신을 신전을 버틴 기둥이 있는 곳을 인도해 달라고 한다. 영화에서는 이 소년을 이스라엘의 첫 번째 왕인 사울로 등장시키고 있다. 삼손은 3천명이 모인 신전의 두 기둥을 양손으로 껴안은 채 힘을 다하자 신전이 무너져 모두 죽고 삼손도 함께 죽게 된다.

성경의 사사기 시기 가자지역은 블레셋 사람들이 지배하고 있었고 그 지배를 받고 있는 민족은 유대인들이었다. 지금의 이스라엘과 당시 블레셋의 후예들이라 할 수 있는 하마스간의 전쟁을 보면 그 입장이 완전히 바뀌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간이 이룩한 문명은 역사의 수레바퀴 속에서 끝없이 순환한다. 세계 최초 최고의 문명을 꽃피운 메소포타미아 문명, 현재 그 지역은 이라크를 중심으로 한 지역이다. 이집트 나일강 또한 화려한 문명의 흔적이 거대한 피라미드를 통해 아직도 남아 있다.

그 문명의 후예들은 현재 어떠한가? 인류의 역사를 통해 보면 그 발달된 문명은 언제까지나 지속되지 않는 것 같다. 어느 나라도 세계사를 통해 절대 문명을 유지하지는 못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오랜 분쟁의 역사를 보면 그 누구도 영원한 승자가 될 수 없음을 알게 한다. 전쟁이 아닌 평화, 그것을 만들어 가는 것은 현재 있는 사람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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